Yahoo 에서 찾은 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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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아닙니다.
다른 분이 쓴 글인데 잘써졌더군요.
사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 만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나는 순정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딱히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랑만이 아니라 사랑이 얽힌 무언가를 더 좋아한다. 거대한 사건 속의 사랑 이야기라던가, 음모에 치어 산산조각난 사랑 같은 것. 상큼한 사랑이야기는 좋아하지만, 권수가 늘어나면 좀 지루해진다. 얼마 전에도 <해피 매니아>를 보다가, 지쳐서 3권에서 그만뒀다. <오 나의 여신님>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랑이야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여신이라니, 판타지일까? 그래서 보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 <오 나의 여신님>은 순정만화같다. 그림체는 소년만화에 더 가깝다. 여신들의 몸매는 순정만화처럼 늘씬하지만, 남자들의 몸은 그래도 현실적이다. 많은 부분을 케이와 베르단디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에 할애하기는 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도 중요하게 끼어든다. 예를 들어 모터카 경주 장면 같은 것들. 재미있는 사실은 <오 나의 여신님>의 애독자가 남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만화잡지에서 조사한 바로는, 오히려 여자들은 <오 나의 여신님>의 ‘여신’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숭배의 대상인 여신이 구체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전화한다는 것에 무한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오 나의 여신님>은 남자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포르노와는 전혀 달리, 여성의 고귀한 면을 부각시키고 남자들의 철없지만 순수한 환상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가장 좋아할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레이와 아스카라는 상반된 유형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레이는 모든 명령에 복종하지만 전혀 심중을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이다. 반면 아스카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생각한 것을 바로 행동에 옮기는 활동적인 여성이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레이와 아스카의 팬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레이를 좋아하는 팬은 아스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쁘게 말하자면, 아스카는 ‘싸가X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스카의 팬은 레이를 ‘답답하고 짜증난다’고 말한다.
만화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대중매체가 그려내는 여인은 레이와 아스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명하게 갈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섬세한 여인과 활동적인 캐리어 우먼. 그런데 묘한 것이 있다. 두 여인의 외양이나 성향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막판에 가면, 어느 유형이건 결국은 모두 상처를 입고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남자에게 수그러든다. 아마 이런 모습은 남성들이 꿈꾸는 여성의 전형일 것이다. 한없이 강한 듯 하다가도, 애인 앞에서는 한없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레이 같은 경우도, 가련하고 약해 보이지만 에반게리온을 타고 싸우는 모습만은 지극히 강인해 보인다.
<오 나의 여신님>의 여인은 물론, 여신이다. 인간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신이 나의 애인이 된다는 판타지. 공대에 다니는 케이는 선배인 타미야에게 전화를 걸다가, 번호를 잘못 눌러 행운의 여신 사무실로 연결된다. 여신 베르단디는 직접 소원을 듣겠다며 거울 속에 모습을 나타내고, 케이는 너 같은 여신이 계속 나와 함께 있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고, 베르단디는 케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여기에 케이의 동생 메이가 합류하고, 베르단디의 언니인 마족 혼혈 여신 울드와 기계 만들기에는 도사인 동생 스쿨드가 함께 살며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베르단디는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저 모형자동차를 좋아하는 공대생 케이의 능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 나의 여신님>을 보고 있노라면, 베르단디는 여신이 아니라 마치 천사 같다. 짓궂은 울드나 까불거리는 스쿨드와 달리 베르단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여성이다. 이쁘고, 능력 많고, 게다가 여신이다. 어떤 남자가 반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오 나의 여신님>의 전략은 너무나 훌륭한 것이었다. 여신을 사랑의 대상으로 만들어 주다니. 그것이야말로 남자의 모든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가장 완벽한 설정 아닌가.
물론 그 이야기로만 끌어갈 수는 없는지라, 만화가가 관심 있는 모형 자동차경주라든가, 다른 여신의 출현 등으로 계속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 나의 여신님>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여신이 애인이라니, 그 황홀한 감정을 어떻게 하면 공유할 수 있을까. 나도 여신이 애인이었으면 좋겠다! <오 나의 여신님>의 메시지는 그것 하나다.
김봉석(lotus@hani.co.kr)
다른 분이 쓴 글인데 잘써졌더군요.
사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 만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나는 순정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딱히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랑만이 아니라 사랑이 얽힌 무언가를 더 좋아한다. 거대한 사건 속의 사랑 이야기라던가, 음모에 치어 산산조각난 사랑 같은 것. 상큼한 사랑이야기는 좋아하지만, 권수가 늘어나면 좀 지루해진다. 얼마 전에도 <해피 매니아>를 보다가, 지쳐서 3권에서 그만뒀다. <오 나의 여신님>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랑이야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여신이라니, 판타지일까? 그래서 보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 <오 나의 여신님>은 순정만화같다. 그림체는 소년만화에 더 가깝다. 여신들의 몸매는 순정만화처럼 늘씬하지만, 남자들의 몸은 그래도 현실적이다. 많은 부분을 케이와 베르단디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에 할애하기는 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도 중요하게 끼어든다. 예를 들어 모터카 경주 장면 같은 것들. 재미있는 사실은 <오 나의 여신님>의 애독자가 남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만화잡지에서 조사한 바로는, 오히려 여자들은 <오 나의 여신님>의 ‘여신’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숭배의 대상인 여신이 구체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전화한다는 것에 무한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오 나의 여신님>은 남자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포르노와는 전혀 달리, 여성의 고귀한 면을 부각시키고 남자들의 철없지만 순수한 환상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가장 좋아할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레이와 아스카라는 상반된 유형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레이는 모든 명령에 복종하지만 전혀 심중을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이다. 반면 아스카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생각한 것을 바로 행동에 옮기는 활동적인 여성이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레이와 아스카의 팬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레이를 좋아하는 팬은 아스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쁘게 말하자면, 아스카는 ‘싸가X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스카의 팬은 레이를 ‘답답하고 짜증난다’고 말한다.
만화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대중매체가 그려내는 여인은 레이와 아스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명하게 갈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섬세한 여인과 활동적인 캐리어 우먼. 그런데 묘한 것이 있다. 두 여인의 외양이나 성향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막판에 가면, 어느 유형이건 결국은 모두 상처를 입고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남자에게 수그러든다. 아마 이런 모습은 남성들이 꿈꾸는 여성의 전형일 것이다. 한없이 강한 듯 하다가도, 애인 앞에서는 한없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레이 같은 경우도, 가련하고 약해 보이지만 에반게리온을 타고 싸우는 모습만은 지극히 강인해 보인다.
<오 나의 여신님>의 여인은 물론, 여신이다. 인간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신이 나의 애인이 된다는 판타지. 공대에 다니는 케이는 선배인 타미야에게 전화를 걸다가, 번호를 잘못 눌러 행운의 여신 사무실로 연결된다. 여신 베르단디는 직접 소원을 듣겠다며 거울 속에 모습을 나타내고, 케이는 너 같은 여신이 계속 나와 함께 있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고, 베르단디는 케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여기에 케이의 동생 메이가 합류하고, 베르단디의 언니인 마족 혼혈 여신 울드와 기계 만들기에는 도사인 동생 스쿨드가 함께 살며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베르단디는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저 모형자동차를 좋아하는 공대생 케이의 능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 나의 여신님>을 보고 있노라면, 베르단디는 여신이 아니라 마치 천사 같다. 짓궂은 울드나 까불거리는 스쿨드와 달리 베르단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여성이다. 이쁘고, 능력 많고, 게다가 여신이다. 어떤 남자가 반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오 나의 여신님>의 전략은 너무나 훌륭한 것이었다. 여신을 사랑의 대상으로 만들어 주다니. 그것이야말로 남자의 모든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가장 완벽한 설정 아닌가.
물론 그 이야기로만 끌어갈 수는 없는지라, 만화가가 관심 있는 모형 자동차경주라든가, 다른 여신의 출현 등으로 계속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 나의 여신님>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여신이 애인이라니, 그 황홀한 감정을 어떻게 하면 공유할 수 있을까. 나도 여신이 애인이었으면 좋겠다! <오 나의 여신님>의 메시지는 그것 하나다.
김봉석(lotu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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