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그럼, 시간을 죽여줘┃ζ 여름, 윤회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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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글의 정체는?
!! 뭘까아악!
다른 사이트에서는 배경음악이 링크 되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해도 히구라시님 서버에서 링크가 안 나오는 군요! 이상한데;;
태상님의 제목 표기법을 조금 빌립니다. 아무래도 편수가 뒤에 있는 경우 메인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편수를 앞에 적는 것이 더 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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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간을 죽여줘
- 당신의 존재는 세상을 파괴합니다. 그래도 존재할 건가요? -
- 그녀의 四界 Ⅰ┃ζ 여름, 윤회상념 -
= 2 =
부글부글
사람이 끓는다.
이게 무슨, 5일 장터도 아니고, 나는 바글바글 넘쳐나는 사람들의 덩어리는 이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염증을 느낄정도로 이 장소가 짜증난다.
“왜 무당은... 이런 곳을 약속장소로 정한거지?”
무수한 인파들의 잡음과 TV뉴스의 괴음 앞에서 나는 약속을 잡을 때는 아무리 신거운 사람이라도 조금은 자중해져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보지만 허사, 사람들의 체내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여름향기가 가신 날씨임에도 내 몸에는 땀방울이 맺혀버려 이 생각은 배가 된다. 에고오오, 더워.
잠시라도 이 더위를 잊기 위해 바로 옆의 개방형 유리로 된 벽을 들여다본다.
“넓다~”
나도 모르게 우러 나오는 한 마디 탄성. 하늘은 하얀 점 하나 없는 것이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라는 애국가 3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예부터 사람들은 이 푸르름이 끝이 없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끝없는 자유를 주는, 구속에서의 해방을 주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뭐, 이제는 누구나 몇 만원만 갖고 있으면 국내선으로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으니 ‘하늘을 난다’라는 것은 별것 아니게 되었지만 그건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다. 지표면, 즉 구속이라는 이름의 착지 없이 영원한 자유라는 이름의 하늘을 비행하는 사람은 없다. 날고 있을 때 얻는 자유는 임시적인 것이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 자유에는 ‘언젠가는 착지해야한다’는 구속이 따른다. 적어도 지금의 내 생각으로는 사람이 진정으로 하늘을 나는 날은 도래하지 않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그래도 이건 망상, 현실에서 이런 생각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하늘 위로 꽃혀 있던 시선을 지상으로 내려박으니 보이는 건 점점 수가 불어나는 인간덩어리뿐! 게다가 그 인간덩어리들의 눈길이 점점 가까이... 내 쪽으로 와, 와 버린건... 아아아악!
스으으윽.
유리로 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수많은 잡음에서도 뚜렷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야? 왠 한복이래?”
“쟤는 클라우스고교 교복아닌가? 예쁘다...”
제각기 다른 화제를 말하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 가지 화제와 한 가지 시선으로 결정되어 버렸다. 어느덧 그 시선의 대상은 내가 있는 맥쿠날드 광화문점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안 돼, 그 시선의 대상이 빠르면서도 풀어지지 않은 스텝으로 걸어온다. 그런 옷차림으로 오면 난처해진다. 두 사람 모두 왜 이런 장소에서 그런 옷을 입고 오냐고요!
한 사람은 교복과 칼, 다른 한 사람은 무당복. 알프스산맥이 따로 없는 장관이다.
“유인호군, 안녕?”
크윽, 상황 설명에 들어가자. 내 좌석은 그러니까 4인용 식탁이다. 창가에 위치한, 나름대로 운치있다고 느껴지면서도 한적함이 풍기는 장소. 그런데 방금 전 이 2명이 앉음으로써 이러한 운치와 한적함은 다 사라져버렸다(그래도 유키는 본인 자체에 분위기가 있는 탓에 괜찮다, 문제는 무당)! 이 상황에서 어떻게 ‘안녕’을 이렇게까지 태연한 정신상태로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지?
“아... 안녕? 헤헤헤...”
허리에 칼을 찬 괴기한 교복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대한 나의 대답을 바라는 인파의 눈빛에 쫄아버려 나도 모르게 어색한 인사를 건내버렸다. ‘제발 이 시선좀 치워주세요. 무섭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내 소망이 몇 번씩이나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하는 것을 나는 간신히 막고 있었다.
“한우 불고기 세트는 준비해놓은 것이겠지?”
그 이상한 시선의 대상 중 다른 한 명! 언제 와버린건지 창가 쪽에 기대어 앉은 무당차림의 여성이 거만한 투로 말을 건냈다. 풋, 한우 불고기? 그 무당 옷차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고 이 무당에게 이런 말투와 도전적인 어휘가 거슬린다고 말하는 것은 심히 불가능하다. 만약 이 무당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가령,
“아... 아직이요.”
[퍼퍽]
이렇게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순백의 한지빛 부채로 빰을 강하게 강타당한다. 어찌나 강력하면서도 힘을 주는 타이밍이 정확한 이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
“아, 아프 잖아요!”
이 무당의 돌출행위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햄버거를 먹다 말고 정지 상태로 굳어버린 것이 나로써는 더욱 난처해진...하여튼 맞는 건 아프다, 으으으, 일단 상황 모면이라도 해봐야겠지.
“으으윽, 주문하고 올까요?”
잠시 무당은 망설이더니,
“일단 세상 구경 좀 오랜만에 하고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니까 상관은 없어.”
아니, 그러면 먹지도 않을 거면서 날 왜 때린 겁니까! 아무튼 다행중의 다행. 무당이 한우불고기버거를 한 입으로 쑥덕쑥덕 먹어봐라, 그것도 여자가 말이야.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저기... 유키에델린양. 뭐 주문하지 않을래?”
무당쪽이 끝났다면 이제는 내 동갑내기 여자애, 교복 소녀의 차례다.
“저급한 패스트푸드는 사양,”
으윽, 비스듬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소녀의 이름은 이유키에델린. 놀랍게도 성이 ‘이’씨(李인지 伊인지는 모른다)다. 그러나 이름은 성을 제외하고 5자나 붙어버려 전혀 한국인의 이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외국풍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본인말로는 호적에서는 최대 6자까지 허용이 되므로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이건 부를 때 참 모호하단 말이다. 가급적이면 짧게 ‘유키’ 또는 ‘에델린’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본인은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풀네임을 호명하지 않을 경우 그녀의 눈은 단검이 되어 내 심장에 정면 공격을 가해오니 나로써는 5자를 다 말할 수 밖에.
“헤헤, 그러면 아무 것도 안 먹는거야?”
“아...그래.”
그 이름에 맞게 서양적인 용모를 풍기는 소녀, 말하는 것은 싸가지에 눈은 날카로운 암흑의 수정을 담아놓은 칼눈빛이더라 하더라도 머리만큼은 소녀의 가녀림을 보여주고 있다. 연한 상아색이 잠겨있는 금빛 머리색이라고 할까, 흰머리와 노랑머리의 중간색의 머릿칼이 양 옆에 어깨까지 늘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가 다름없다. 게다가 부유하고 고귀한 가정환경을 나타내주듯 (그녀의 싸가지는 이 가정환경에서 기인했다고 추측한다) 햐얀 레이스가 달린 사포는 한줄기의 검정 줄무늬와 어우러져 그녀의 뒷머리를 볼륨감있게 채운다. 뒷머리가 가녀린 등선의 굴곡까지 내려오는 것이 꼭 일본 미연시 게임의 고귀한 주인공 같다고 할까. 에헤헤, 이 말이 그녀 귀에 들어가면 나는 저 칼에 베어버려질지도, 쓰윽하고.
말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쓰윽 간결한 웃음을 내보인 탓에 나는 그 소녀의 풍경에 도취되어버렸다.
“어이, 어이?”
에에?
“유키가 예뻐보이는거야?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가, 발정기 학생?”
으윽, 이 무당 잘도 그런 소리를... 무당, 대체 자신의 본질이 뭡니까. 것보다 나를 부른 목적이 있을텐데요.
“것보다 용건이 있어서 부르신게 아니던가요?”
[탕탕탕탕탕]
“하하하, 그렇지.”
그냥 말하면 될 것을 애꿎은 탁자를 주먹으로 턱턱 두들기며 말하는 무당 아가씨. 그 진동탓으로 빨강과 파랑이 섞인 무당복이 요동을 쳤다.
“자아, 그 쪽 움직임은 뭔가 달라진게 없는 거야?”
“아직까지는 결계라고 할 정도도 아닌 것 같아요. 마나흡수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단순히 내가 아는 사실과 정보만을 전달해주자 무당은 신나게 장난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드로 돌변했다. 이 무당 역시 유키에델린 못지 않은 매력을 뿜어내는 여자다. 그러나 유키에델린이 날카로우면서도 여린 분위기를 표방한다면 이 무당은 지적인 분위기와 저돌적인 분위기를 모두 뿜어낸다. 그 저돌적인 분위기란게 다르게 말하자면, 으음, 그래! 파괴적이다!
“헤에? 그러면 우리가 먼저 공격해볼까!”
봐라, 파괴적이다.
“그렇다면 내 쪽에서 뇌에 가해지는 압박이 높다고. 게다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 그냥 빠지는 것 같잖아. 안 좋아.”
그 말에 유키가 볼멘소리로 반격하는데에 성공.
“이런, 유키의 입장을 고려 못 했었군. 인효말대로라면 더 이상의 피해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이제 우리쪽에서도 손을 그냥 때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지, 유키?”
이 무당은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는 야속한 사람이다. 나는 인간도 아니라는 거지?
“그럴 수는 없어.”
“아아아, 이해는 충분히 가. 안 그러면 또 난리가 날테니.”
난리.
그것은 아직 내음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올해 여름에 있던 일을 말하는 것으로 생존을 추구하는 유키와 유키를 죽이려고 파견된 마법사들의 싸움을 말하는 것이다. 무당입장에서는 그것이 난리였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유키와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된 계기였다.
그 때,
피에 젖어있던 유키의 모습,
고춧가루에 군데군데 빨갛게 절여진 배추같았던 유키의 커터칼 같은 미소를 회상시켜주는 매개체가 나, 유키, 그리고 무당의 귀에 타전되었다.
[수사 당국은 종로구일대에 잇달아 행방불명신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에 대해 일시적인 우연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종로구민들은 밤길에 대한 두려움이 커저만 가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에서는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들뜬 민심은 쉽게 사그러 들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패스트푸드점내의 갖가지 잡음 속에서도 뚜렷하게 들리는 뉴스 아나운서 누나의 목소리.
“저거, 설마 유키 너가 한 짓은 아니지?”
“무,무슨... 말, 난 그런 짓 안해.”
“하하하, 이해는 충분히 가. 피는 못 속이는 거라니까.”
“아니야! 요번에는 내가 아니란 말이야!”
유키 본인의 말대로 나도 요번에는 유키가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갑작스레 증가한 행방불명신고 접수의 숫자는 결코 유키의 소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것이며 그렇다고 조작된 것이나, 누군가의 장난 전화도 아닐 것이다. 이건,
“그럼 그 놈은 학교쪽에서 마나를 끌여다 모으는 것이 아니란...?”
그 말에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얼떨결에 내 입에서 나와버린 말 탓에 사과에 낀 애벌레를 씹은 표정으로 돌변하는 무당.
“젠장, 당했군.”
“카아아... 그런거야?”
당황하는 무당의 안색과 유키의 순수한 모습이 내 눈에 교차되어 비쳐진다. 으윽, 역시 그런 상황이란 건가요.
“일단 필리아스트부터 없애버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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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소제목을 2006년 2월 27일 자로 변경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착오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꽈아악! 쿠오오오오!
나는 공룡이다아아! 다이노오 소어!! 쿠오오옷!
!! 뭘까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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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님의 제목 표기법을 조금 빌립니다. 아무래도 편수가 뒤에 있는 경우 메인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편수를 앞에 적는 것이 더 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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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존재는 세상을 파괴합니다. 그래도 존재할 건가요? -
- 그녀의 四界 Ⅰ┃ζ 여름, 윤회상념 -
= 2 =
부글부글
사람이 끓는다.
이게 무슨, 5일 장터도 아니고, 나는 바글바글 넘쳐나는 사람들의 덩어리는 이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염증을 느낄정도로 이 장소가 짜증난다.
“왜 무당은... 이런 곳을 약속장소로 정한거지?”
무수한 인파들의 잡음과 TV뉴스의 괴음 앞에서 나는 약속을 잡을 때는 아무리 신거운 사람이라도 조금은 자중해져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보지만 허사, 사람들의 체내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여름향기가 가신 날씨임에도 내 몸에는 땀방울이 맺혀버려 이 생각은 배가 된다. 에고오오, 더워.
잠시라도 이 더위를 잊기 위해 바로 옆의 개방형 유리로 된 벽을 들여다본다.
“넓다~”
나도 모르게 우러 나오는 한 마디 탄성. 하늘은 하얀 점 하나 없는 것이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라는 애국가 3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예부터 사람들은 이 푸르름이 끝이 없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끝없는 자유를 주는, 구속에서의 해방을 주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뭐, 이제는 누구나 몇 만원만 갖고 있으면 국내선으로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으니 ‘하늘을 난다’라는 것은 별것 아니게 되었지만 그건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다. 지표면, 즉 구속이라는 이름의 착지 없이 영원한 자유라는 이름의 하늘을 비행하는 사람은 없다. 날고 있을 때 얻는 자유는 임시적인 것이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 자유에는 ‘언젠가는 착지해야한다’는 구속이 따른다. 적어도 지금의 내 생각으로는 사람이 진정으로 하늘을 나는 날은 도래하지 않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그래도 이건 망상, 현실에서 이런 생각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하늘 위로 꽃혀 있던 시선을 지상으로 내려박으니 보이는 건 점점 수가 불어나는 인간덩어리뿐! 게다가 그 인간덩어리들의 눈길이 점점 가까이... 내 쪽으로 와, 와 버린건... 아아아악!
스으으윽.
유리로 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수많은 잡음에서도 뚜렷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야? 왠 한복이래?”
“쟤는 클라우스고교 교복아닌가? 예쁘다...”
제각기 다른 화제를 말하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 가지 화제와 한 가지 시선으로 결정되어 버렸다. 어느덧 그 시선의 대상은 내가 있는 맥쿠날드 광화문점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안 돼, 그 시선의 대상이 빠르면서도 풀어지지 않은 스텝으로 걸어온다. 그런 옷차림으로 오면 난처해진다. 두 사람 모두 왜 이런 장소에서 그런 옷을 입고 오냐고요!
한 사람은 교복과 칼, 다른 한 사람은 무당복. 알프스산맥이 따로 없는 장관이다.
“유인호군, 안녕?”
크윽, 상황 설명에 들어가자. 내 좌석은 그러니까 4인용 식탁이다. 창가에 위치한, 나름대로 운치있다고 느껴지면서도 한적함이 풍기는 장소. 그런데 방금 전 이 2명이 앉음으로써 이러한 운치와 한적함은 다 사라져버렸다(그래도 유키는 본인 자체에 분위기가 있는 탓에 괜찮다, 문제는 무당)! 이 상황에서 어떻게 ‘안녕’을 이렇게까지 태연한 정신상태로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지?
“아... 안녕? 헤헤헤...”
허리에 칼을 찬 괴기한 교복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대한 나의 대답을 바라는 인파의 눈빛에 쫄아버려 나도 모르게 어색한 인사를 건내버렸다. ‘제발 이 시선좀 치워주세요. 무섭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내 소망이 몇 번씩이나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하는 것을 나는 간신히 막고 있었다.
“한우 불고기 세트는 준비해놓은 것이겠지?”
그 이상한 시선의 대상 중 다른 한 명! 언제 와버린건지 창가 쪽에 기대어 앉은 무당차림의 여성이 거만한 투로 말을 건냈다. 풋, 한우 불고기? 그 무당 옷차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고 이 무당에게 이런 말투와 도전적인 어휘가 거슬린다고 말하는 것은 심히 불가능하다. 만약 이 무당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가령,
“아... 아직이요.”
[퍼퍽]
이렇게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순백의 한지빛 부채로 빰을 강하게 강타당한다. 어찌나 강력하면서도 힘을 주는 타이밍이 정확한 이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
“아, 아프 잖아요!”
이 무당의 돌출행위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햄버거를 먹다 말고 정지 상태로 굳어버린 것이 나로써는 더욱 난처해진...하여튼 맞는 건 아프다, 으으으, 일단 상황 모면이라도 해봐야겠지.
“으으윽, 주문하고 올까요?”
잠시 무당은 망설이더니,
“일단 세상 구경 좀 오랜만에 하고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니까 상관은 없어.”
아니, 그러면 먹지도 않을 거면서 날 왜 때린 겁니까! 아무튼 다행중의 다행. 무당이 한우불고기버거를 한 입으로 쑥덕쑥덕 먹어봐라, 그것도 여자가 말이야.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저기... 유키에델린양. 뭐 주문하지 않을래?”
무당쪽이 끝났다면 이제는 내 동갑내기 여자애, 교복 소녀의 차례다.
“저급한 패스트푸드는 사양,”
으윽, 비스듬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소녀의 이름은 이유키에델린. 놀랍게도 성이 ‘이’씨(李인지 伊인지는 모른다)다. 그러나 이름은 성을 제외하고 5자나 붙어버려 전혀 한국인의 이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외국풍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본인말로는 호적에서는 최대 6자까지 허용이 되므로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이건 부를 때 참 모호하단 말이다. 가급적이면 짧게 ‘유키’ 또는 ‘에델린’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본인은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풀네임을 호명하지 않을 경우 그녀의 눈은 단검이 되어 내 심장에 정면 공격을 가해오니 나로써는 5자를 다 말할 수 밖에.
“헤헤, 그러면 아무 것도 안 먹는거야?”
“아...그래.”
그 이름에 맞게 서양적인 용모를 풍기는 소녀, 말하는 것은 싸가지에 눈은 날카로운 암흑의 수정을 담아놓은 칼눈빛이더라 하더라도 머리만큼은 소녀의 가녀림을 보여주고 있다. 연한 상아색이 잠겨있는 금빛 머리색이라고 할까, 흰머리와 노랑머리의 중간색의 머릿칼이 양 옆에 어깨까지 늘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가 다름없다. 게다가 부유하고 고귀한 가정환경을 나타내주듯 (그녀의 싸가지는 이 가정환경에서 기인했다고 추측한다) 햐얀 레이스가 달린 사포는 한줄기의 검정 줄무늬와 어우러져 그녀의 뒷머리를 볼륨감있게 채운다. 뒷머리가 가녀린 등선의 굴곡까지 내려오는 것이 꼭 일본 미연시 게임의 고귀한 주인공 같다고 할까. 에헤헤, 이 말이 그녀 귀에 들어가면 나는 저 칼에 베어버려질지도, 쓰윽하고.
말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쓰윽 간결한 웃음을 내보인 탓에 나는 그 소녀의 풍경에 도취되어버렸다.
“어이, 어이?”
에에?
“유키가 예뻐보이는거야?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가, 발정기 학생?”
으윽, 이 무당 잘도 그런 소리를... 무당, 대체 자신의 본질이 뭡니까. 것보다 나를 부른 목적이 있을텐데요.
“것보다 용건이 있어서 부르신게 아니던가요?”
[탕탕탕탕탕]
“하하하, 그렇지.”
그냥 말하면 될 것을 애꿎은 탁자를 주먹으로 턱턱 두들기며 말하는 무당 아가씨. 그 진동탓으로 빨강과 파랑이 섞인 무당복이 요동을 쳤다.
“자아, 그 쪽 움직임은 뭔가 달라진게 없는 거야?”
“아직까지는 결계라고 할 정도도 아닌 것 같아요. 마나흡수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단순히 내가 아는 사실과 정보만을 전달해주자 무당은 신나게 장난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드로 돌변했다. 이 무당 역시 유키에델린 못지 않은 매력을 뿜어내는 여자다. 그러나 유키에델린이 날카로우면서도 여린 분위기를 표방한다면 이 무당은 지적인 분위기와 저돌적인 분위기를 모두 뿜어낸다. 그 저돌적인 분위기란게 다르게 말하자면, 으음, 그래! 파괴적이다!
“헤에? 그러면 우리가 먼저 공격해볼까!”
봐라, 파괴적이다.
“그렇다면 내 쪽에서 뇌에 가해지는 압박이 높다고. 게다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 그냥 빠지는 것 같잖아. 안 좋아.”
그 말에 유키가 볼멘소리로 반격하는데에 성공.
“이런, 유키의 입장을 고려 못 했었군. 인효말대로라면 더 이상의 피해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이제 우리쪽에서도 손을 그냥 때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지, 유키?”
이 무당은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는 야속한 사람이다. 나는 인간도 아니라는 거지?
“그럴 수는 없어.”
“아아아, 이해는 충분히 가. 안 그러면 또 난리가 날테니.”
난리.
그것은 아직 내음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올해 여름에 있던 일을 말하는 것으로 생존을 추구하는 유키와 유키를 죽이려고 파견된 마법사들의 싸움을 말하는 것이다. 무당입장에서는 그것이 난리였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유키와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된 계기였다.
그 때,
피에 젖어있던 유키의 모습,
고춧가루에 군데군데 빨갛게 절여진 배추같았던 유키의 커터칼 같은 미소를 회상시켜주는 매개체가 나, 유키, 그리고 무당의 귀에 타전되었다.
[수사 당국은 종로구일대에 잇달아 행방불명신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에 대해 일시적인 우연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종로구민들은 밤길에 대한 두려움이 커저만 가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에서는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들뜬 민심은 쉽게 사그러 들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패스트푸드점내의 갖가지 잡음 속에서도 뚜렷하게 들리는 뉴스 아나운서 누나의 목소리.
“저거, 설마 유키 너가 한 짓은 아니지?”
“무,무슨... 말, 난 그런 짓 안해.”
“하하하, 이해는 충분히 가. 피는 못 속이는 거라니까.”
“아니야! 요번에는 내가 아니란 말이야!”
유키 본인의 말대로 나도 요번에는 유키가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갑작스레 증가한 행방불명신고 접수의 숫자는 결코 유키의 소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것이며 그렇다고 조작된 것이나, 누군가의 장난 전화도 아닐 것이다. 이건,
“그럼 그 놈은 학교쪽에서 마나를 끌여다 모으는 것이 아니란...?”
그 말에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얼떨결에 내 입에서 나와버린 말 탓에 사과에 낀 애벌레를 씹은 표정으로 돌변하는 무당.
“젠장, 당했군.”
“카아아... 그런거야?”
당황하는 무당의 안색과 유키의 순수한 모습이 내 눈에 교차되어 비쳐진다. 으윽, 역시 그런 상황이란 건가요.
“일단 필리아스트부터 없애버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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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소제목을 2006년 2월 27일 자로 변경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착오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꽈아악! 쿠오오오오!
나는 공룡이다아아! 다이노오 소어!! 쿠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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