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3, 종말의 칸타타 # 2-12 전설은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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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가 끝났네요.
작안의 샤나쪽도 T머니카드를 만들던데... 1월 30일 까지 접수였더군요 ㅜㅡ
페이트 린 피규어를 지를까... 할로우 아트락시아 초회판을 지를까... 고민중입니다.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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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전설은 가속한다
태초에,
기억조차도 기록되어있지 않았을 근원의 시기에,
말도 안 되는 전설이 있었다.
그것은 대륙 전체의 생과 사가 엇갈렸던 제 1차 어머니의 전쟁이라는 수평선에서 한 가닥의 굵은 수직선을 그어버린 전설.
그 전설은 엘(El)신의 창조물들이 자멸되는 것을 막기 위한 궁극책.
그 전설은 신을 대변한다는 드래곤과 신의 존재감을 넣어주는 악마들 사이의 인간, 오크, 엘프, 트롤들에게만 부여받아진 권한.
그 전설은 특정한 한 쪽으로 무너진 균형을 다시 정립하기 위한 검이자 방패.
그 전설은 프리오리.
프리오리는 그 전설.
요컨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전설의 스토리는 이랬다.
원하는 자에게는 이 세상의 아무리 강력한 힘에라도 대항해줄 수 있는 힘을, 또는 세상의 최고층에도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또는 한 순간의 쾌락을, 그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단아한 평화를 준다고 약속하는 프리오리, 그것은 종족간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각 종족들의 산유물이었다. 이러한 의도에 의해 그 전설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어느 누군가가 그 전설의 매게체를 소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발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전설의 존재를 덮기 위해, 사적인 욕심으로 전설을 발현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진 필요조건들은
첫 째, 프리오리라 불려지는 전설의 매개체.
둘 째, 전설을 하나의 성악곡으로 나타내기 위한 서로 다른 종족의 두 개체.
그리고 마지막 셋 째, 그리고 그 두 개체간의 절대적인 믿음.
이 3가지 필요조건은 사적인 욕심이나 집단 간의 욕구 따위로 이 전설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했다. 다른 조건들은 제쳐두고라도 이렇게 막강한 것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종족간의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했으니 사적인 욕심 따위 가지고는 이러한 전설을 발현시킬 수 없다고 전설은 말해왔다. 말 그대로 종족간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이 전설이었다.
이것은 막연한 전설,
아이들을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구전 동화, 어떤 민족의 건국 신화와도 같은 머나먼 영웅담.
그러나,
이 전설은 존재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현실이라 믿어 찾고 있었다.
유카인은 약속했었다.
어머니에게 자신이 직접 그 리본을 달아드리겠다고.
어머니를 찾지 않겠다고.
다만 어머니가 돌아오게 하겠다고.
유카인에게 프리오리라는 이름의 전설은 자신의 행동을 정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프리오리를 찾아서 어머니를 불러내면 되니까. 그 뿐이다. 잡다한 전설을 발현하기 위한 필요조건들은 단지 그에게는 수식어에 그칠 뿐. 어머니에게 프리오리를 보여주며 자신이 강한 사나이가 됬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으니까. 구차하게 어머니를 찾아 헤메는 방랑식객 같은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는 싫으니까. 그러니까 유카인은 찾는다. 유카인 데이라는 이름을 내걸만한 가치로써 그 전설을.
검이 꽃히려 했다. 허나 사실은 유카인의 태도를 보기 위해 꽃히는 척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뭐, 뭐야!! 왠 검! 게다가 불!”
동굴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마당에 갑작스런 공격을 받자 유카인은 속수무책에 무아지경.
“에이~”
하지만 소녀쪽도 공격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 않았었나 보다. 그저 간단하게 유카인과 눈 앞에서 일자대면을 펼쳤다.
“뭐... 뭐야!! 너, 설마 여기 보스냐!!!”
순간적으로 인질로써 취부되고 있던 좀 전까지의 사실들이 상기되면서 유카인은 또다시 패닉상태로 돌진했다. 바로 눈 앞에 자신을 인질따위로 전락시켜버린 원흉이 있다! 니 놈들 때문에 밧줄에 묶인 채 2틀이란 시간을 까먹었단 말이다!!
“꼬맹이 오빠, 진정, 진정!”
소녀가 검등으로 유카인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쳐 주었다. 소녀의 검은 언제 그 아름답던 불꽃의 흔적이 사라졌는지 그져 뜨겁게 달구어져 있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불에 달구어진 것 자체로도 뜨거운지라 유카인 가죽점퍼는 조금씩 타들어가며 머리카락 타는 냄새를 연출했다.
“으가가가, 불! 그리고... 꼬맹이?!”
“그런데, 인질범들이 다 공격을 안하네... 무슨 일이지...?”
까맣게 익어 가는 새하얀 가죽 점퍼를 퍼덕퍼덕 거리면서 당황하는 유카인 뒤로 긴 귀를 가진 여성이 물었다.
“아아~ 내가 하지 말라그랬걸랑. 파이어 볼 날리는 것들은 귀찮은 짓거리야.”
저돌적인 붉은 소녀의 태도에
“저 꼬마가...”
“노라크루드 선생의 말만 아니였다면 네 이년을 당장!”
유카인과 류애, 그리고 비서의 입장에서 인질범들은 보스를 잘 못 만나서인건지 몰라도 확실히 와해된 분위기로 보였다 . 보스인 소녀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고 할까. 이 인질범들은 도저히 규율 자체가 잡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부하들을 못 다루다니, 소년은 경악하며 그 보스라는 주인공을 보았다. 유카인이라는 소년에게 잡힌 것은 도저히 보스라고 믿겨지지 않는 귀족풍의 어린 소녀. 높게 잡아도 13살은 되 보일까 하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카타나와 같은 대검을 들고 있는 모습은 지옥에서 군림한 저승사자의 자식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위압감이 있었다. 저승사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여워 보였지만 어쨌든 그 언밸런스한 모습은 유카인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저승사자 자식들 같은 소녀는(오로지 유카인의 생각에서) 부하들과 유카인의 모습을 조금도 살피지 않고 어리광을 부리며 전장의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으음, 거기 귀여운 꼬맹이 오빠 뒤에 있는 건... 엘프?
ㅡ아니꼽다는 소녀의 눈초리가 3초간 계속되더니,ㅡ
나 처음 봐! 엘프라는 거.”
순간적으로 이 인질 3인은 이런 부류에 잡힌 자신들의 처지가 한심해지는 것을 절대적으로 실감했다.
“꼬맹이 좋아하시네! 너 키부터 보란말이야, 이 못되먹은 꼬맹아!”
“나는 원래 나이가 어리니까 그런거고오~ 정말 총통 아들 맞는거야?! 엘프도 있고 신기한 오빠구나.”
“저기 말이야, 왜 우리를 잡아둔거야?”
ㅡ엘프든 인간이든 상관 없다!ㅡ류애의 물음에 소녀는 단답형으로 답했다.
“시켜서.”
“으음, 너 때문에 내 허벅지가 겁탈 당했어! 엘프가 화내는 것 보고 싶니? 그리고 유카인 꼬맹이 맞어. 17살인데 170cm 도 안 되잖니~”
“웃기고 있네! 바보엘프는 얼마나 크다고!”
“냐하하하~ 167cm 입니다!”
“나는 13살이니까 140... 몇이였지, 에이에이, 나는 합격일꺼야! 오빠는 당첨입니다!”
비서를 제외한 전원이 혀를 놀리며(비서는 소녀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살벌한데가가 존엄하기까지한 전장에서 결코 어울리지 못했다.
“이, 봐... 총통 아들... 조심해라.”
한동안 이들 3인에게 존재감이 덮여있던 푸른 군복의 청년, 버드런트의 간만에 등장한 대사. 나는 살아있다 이거지, 버드런트.
“아앗! 비서비서, 저게 니가 말한 구원자냐! 피로 젖었잖아! 나보다 강하다며!”
“도련님보다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동부기지 부사령관 직책을 괜히 받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왜 저런 몰골로 뻗어있는 건데!”
“아마도, 인질범 쪽이 상당한 전력인 것 같습니다만.”
유카인이 자신의 주위에 활개해 있는 인질범들의 면상을 몇 번 휘갈기더니 말하기를.
“다 별론데.”
“저기, 유카인. 아저씨들 쪽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소녀말이야.”
“어, 라?”
“아, 진짜...유카인 너 모르겠어? 엄청난 마나야.”
자신들의 자식만한 이들에게 끝없는 수치감을 느끼던 인질범들을 무시라도 하는 것처럼 류애는 소녀에게만 눈길을 주었다.
“아아, 엘프 언니는 마나쪽에 밝구나. 나는 에리샤 르 안후엘. 반가워.”
왜소한 체격에 맞지 않게 오른 손 하나로 검을 들고 있던 소녀는 벚꽃잎이 활강하듯이 연분홍색 드레스를 펼쳤다. 카타나류의 대검이 땅바닥에 꽃히는 소리가 짧지만 굵은 것이 결코 이 소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유카인에게 일깨워 주었다.
“귀족의 이름이구나. 나는 류애 데 문(Ryuae de Moon). 귀족이었다고 한다면 귀족인거고.”
“몇 코어 쯤 될까...?”
흥을 깨는 유카인의 언조에 류애가 삐져나온 머릿결을 가다듬으며,
“10코어 이상.”
“10코어? 내가 6~7코어, 일반적인 드래곤이 9~10코어. 총통이 10코어...
엄청 쌔잖아! 부사령관이라는 저것이 저렇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데? 한 번 붙어볼까! 근데 왜 10코어 이상이라면서 왠 애가 있는 거지?”
“오빠가 싸우게? 흐흣, 안 될텐데.”
붉은 소녀가 눈을 지긋이 감고 토마토 껍질 모양으로 입술을 만들자 특유의 살기를 띈 미소가 드러났다. 귀엽지만,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위압감이 있었다.
“유카인 너는 그냥 찌그려져 있어. 무기도 없잖아.”
“뭐어! 바보 엘프! 나에게 기회를!”
이런 제길, 유카인은 망각하고 있었다. 꿈나라를 헤엄치던 사이에 인질범들이 무기들을 죄다 수색해서 뺏어갔다는 사실을. 이 사실이 너무나 극명한 탓에 유카인은 류애에게 어떠한 반론도 펼칠 수 없었다. 이것은 비서 입장에서도 피차일반이었기 때문에 비서 역시도 검은 안경의 콧대를 세우고 관망하는 것이 전부였다.
“좋아요, 좋아요~ 자 이제 된거지? 내가 이기면 저 오빠 내가 가진다!”
“가지든 말든.”
작은 벚꽃 하나가 붉은 가지를 치켜 든다. 이에 맞서듯 아이리스를 닮은 귀가 긴 소녀는 묵묵히 벚꽃과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제3자의 눈으로는 이것은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꽃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초전을 벌이는 것과도 같이 보인다. 붉은 가지의 형상이 붉게 일그러진다. 그 가지는 5월의 바람에 휘날리듯 꽃잎들을 낙하시키는 드레스와 맞물려 아름다운 뒤틀림을 창조한다. 그 뒤틀림의 뒤에는 소녀의 눈동자만이 장밋빛으로써 배경을 지배할 뿐.
“그런데, 언니 무기는 있는거야? 우리 부하들이 다 뺏었다고 하던데? 무기도 없이 놀 샘이야?”
재미삼아 검을 빙빙 돌려대는 소녀의 그 말에 한 치의 동요됨도 없이 류애는 소녀의 붉은 머리와 대조될 자신의 갈색 머리 끝으로 군살없는 손을 올렸다. 이윽고 아름다운 손길은 너무나 간단하게 파도가 굽어치는 형상의 순백색 머리핀을 빼냈다. 머리핀을 빼낸 그녀의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휘몰아쳤다. 상반신의 허리까지 덮고 있는 그 머리칼은 전까지의 그녀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한 변화와는 관계 없이 머리핀은 그녀의 손에 붙박힌 듯 잡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핀 이후에 이어지는 그녀의 손길은,
“생명의 본질에 따라 자연의 교감에 응한다. 정령사의 신체를 교감 회로로 전환.”
“언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벚꽃의 그 흔들림을 짓이기듯이 그녀는 손길을 왼쪽 귀로 옮겼다. 이윽고 푸른 빛의 초승달 귀걸이가 은제의 빛까지 더하며 그녀의 손에 잡혔다. 그 손길 끝에서 그 귀걸이와 머리핀이 접했다.
“자연의 흐름에 불응하는 그대에게 생명의 군체를 대신하여 종말의 이름을 내리니, 그 이름은 시작.”
주먹만하던 귀걸이와 머리핀의 군체가 푸른 형광을 혜성의 꼬리처럼 다른 이들의 시야를 자극하더니 껍질을 깨듯 그 푸른 빛은 분화했다.
“정령사, 교감 회로 정상 가동.”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의 푸른 빛을 발산하던 귀걸이와 머리핀의 군체는 초승달의 소녀에게 이렇게 불려졌다.
“루나투스 스태프 세 번째 클레스로 변환한다. 달은 안 뜬 거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괜찮아. 확실해, 내가 이긴다는 것은.”
그것은 어린 여자애들이나 보는 만화의 지팡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만화에서나 나오는 귀여운 지팡이의 풍채는 없었다. 단지 류애의 170cm에 가까운 키와 대적할만한 길이의 새하얀 스태프와 지그재그로 산산조각 깨져버린 초승달모양의 금속이 층을 이루며 지팡이의 끝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은 스태프, 또는 지팡이라고 불리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창과도 같았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스태프의 끝에 난잡하게 자리잡은 초승달의 물체는 지팡이의 이름에 당위성을 불어넣었다.
“무슨... 무기인데, 도대체...”
“바보엘프, 손톱은 안 돼에! 그것만 쓰기다!”
“아하, 정령사구나!”
엘프를 처음 본다는 소녀가 정령사를 알고 있다는 것.
“노라크루드가 말했어. 그 전설의 주인공은 언니와 같은 정령사였다고.”
곧 벚꽃의 대사는 파묻혀버렸다. 붉은 가지와 푸른 초승달 스태프의 휘둘림에 가려진 채.
“전설이 뭐든 간에, 내 순결을 돌려주지 않으면!”
[타칵]
[치잉]
극상성의 빛을 내는 두 무기가 짧은 굉음을 퍼뜨린 채 부딫쳤다,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머릿결을 음미하고 있었을 정도로 그 소녀들은 가까이에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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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요번 설 연휴를 느긋하게 쉬면서 제 글을 # 1-1 부터 다시 읽어 본 결과... 문법적으로 62 곳에서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서 전부 수정했습니다. 스토리 전개 상에 치명적인 오류도 있었구요. 나중에야 수정하게 된 것,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네기마 OST 음악수업 두번째 시간 [Magical Land ] - 22 Magical Battle -
작안의 샤나쪽도 T머니카드를 만들던데... 1월 30일 까지 접수였더군요 ㅜㅡ
페이트 린 피규어를 지를까... 할로우 아트락시아 초회판을 지를까... 고민중입니다.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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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전설은 가속한다
태초에,
기억조차도 기록되어있지 않았을 근원의 시기에,
말도 안 되는 전설이 있었다.
그것은 대륙 전체의 생과 사가 엇갈렸던 제 1차 어머니의 전쟁이라는 수평선에서 한 가닥의 굵은 수직선을 그어버린 전설.
그 전설은 엘(El)신의 창조물들이 자멸되는 것을 막기 위한 궁극책.
그 전설은 신을 대변한다는 드래곤과 신의 존재감을 넣어주는 악마들 사이의 인간, 오크, 엘프, 트롤들에게만 부여받아진 권한.
그 전설은 특정한 한 쪽으로 무너진 균형을 다시 정립하기 위한 검이자 방패.
그 전설은 프리오리.
프리오리는 그 전설.
요컨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전설의 스토리는 이랬다.
원하는 자에게는 이 세상의 아무리 강력한 힘에라도 대항해줄 수 있는 힘을, 또는 세상의 최고층에도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또는 한 순간의 쾌락을, 그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단아한 평화를 준다고 약속하는 프리오리, 그것은 종족간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각 종족들의 산유물이었다. 이러한 의도에 의해 그 전설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어느 누군가가 그 전설의 매게체를 소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발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전설의 존재를 덮기 위해, 사적인 욕심으로 전설을 발현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진 필요조건들은
첫 째, 프리오리라 불려지는 전설의 매개체.
둘 째, 전설을 하나의 성악곡으로 나타내기 위한 서로 다른 종족의 두 개체.
그리고 마지막 셋 째, 그리고 그 두 개체간의 절대적인 믿음.
이 3가지 필요조건은 사적인 욕심이나 집단 간의 욕구 따위로 이 전설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했다. 다른 조건들은 제쳐두고라도 이렇게 막강한 것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종족간의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했으니 사적인 욕심 따위 가지고는 이러한 전설을 발현시킬 수 없다고 전설은 말해왔다. 말 그대로 종족간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이 전설이었다.
이것은 막연한 전설,
아이들을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구전 동화, 어떤 민족의 건국 신화와도 같은 머나먼 영웅담.
그러나,
이 전설은 존재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현실이라 믿어 찾고 있었다.
유카인은 약속했었다.
어머니에게 자신이 직접 그 리본을 달아드리겠다고.
어머니를 찾지 않겠다고.
다만 어머니가 돌아오게 하겠다고.
유카인에게 프리오리라는 이름의 전설은 자신의 행동을 정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프리오리를 찾아서 어머니를 불러내면 되니까. 그 뿐이다. 잡다한 전설을 발현하기 위한 필요조건들은 단지 그에게는 수식어에 그칠 뿐. 어머니에게 프리오리를 보여주며 자신이 강한 사나이가 됬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으니까. 구차하게 어머니를 찾아 헤메는 방랑식객 같은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는 싫으니까. 그러니까 유카인은 찾는다. 유카인 데이라는 이름을 내걸만한 가치로써 그 전설을.
검이 꽃히려 했다. 허나 사실은 유카인의 태도를 보기 위해 꽃히는 척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뭐, 뭐야!! 왠 검! 게다가 불!”
동굴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마당에 갑작스런 공격을 받자 유카인은 속수무책에 무아지경.
“에이~”
하지만 소녀쪽도 공격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 않았었나 보다. 그저 간단하게 유카인과 눈 앞에서 일자대면을 펼쳤다.
“뭐... 뭐야!! 너, 설마 여기 보스냐!!!”
순간적으로 인질로써 취부되고 있던 좀 전까지의 사실들이 상기되면서 유카인은 또다시 패닉상태로 돌진했다. 바로 눈 앞에 자신을 인질따위로 전락시켜버린 원흉이 있다! 니 놈들 때문에 밧줄에 묶인 채 2틀이란 시간을 까먹었단 말이다!!
“꼬맹이 오빠, 진정, 진정!”
소녀가 검등으로 유카인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쳐 주었다. 소녀의 검은 언제 그 아름답던 불꽃의 흔적이 사라졌는지 그져 뜨겁게 달구어져 있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불에 달구어진 것 자체로도 뜨거운지라 유카인 가죽점퍼는 조금씩 타들어가며 머리카락 타는 냄새를 연출했다.
“으가가가, 불! 그리고... 꼬맹이?!”
“그런데, 인질범들이 다 공격을 안하네... 무슨 일이지...?”
까맣게 익어 가는 새하얀 가죽 점퍼를 퍼덕퍼덕 거리면서 당황하는 유카인 뒤로 긴 귀를 가진 여성이 물었다.
“아아~ 내가 하지 말라그랬걸랑. 파이어 볼 날리는 것들은 귀찮은 짓거리야.”
저돌적인 붉은 소녀의 태도에
“저 꼬마가...”
“노라크루드 선생의 말만 아니였다면 네 이년을 당장!”
유카인과 류애, 그리고 비서의 입장에서 인질범들은 보스를 잘 못 만나서인건지 몰라도 확실히 와해된 분위기로 보였다 . 보스인 소녀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고 할까. 이 인질범들은 도저히 규율 자체가 잡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부하들을 못 다루다니, 소년은 경악하며 그 보스라는 주인공을 보았다. 유카인이라는 소년에게 잡힌 것은 도저히 보스라고 믿겨지지 않는 귀족풍의 어린 소녀. 높게 잡아도 13살은 되 보일까 하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카타나와 같은 대검을 들고 있는 모습은 지옥에서 군림한 저승사자의 자식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위압감이 있었다. 저승사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여워 보였지만 어쨌든 그 언밸런스한 모습은 유카인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저승사자 자식들 같은 소녀는(오로지 유카인의 생각에서) 부하들과 유카인의 모습을 조금도 살피지 않고 어리광을 부리며 전장의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으음, 거기 귀여운 꼬맹이 오빠 뒤에 있는 건... 엘프?
ㅡ아니꼽다는 소녀의 눈초리가 3초간 계속되더니,ㅡ
나 처음 봐! 엘프라는 거.”
순간적으로 이 인질 3인은 이런 부류에 잡힌 자신들의 처지가 한심해지는 것을 절대적으로 실감했다.
“꼬맹이 좋아하시네! 너 키부터 보란말이야, 이 못되먹은 꼬맹아!”
“나는 원래 나이가 어리니까 그런거고오~ 정말 총통 아들 맞는거야?! 엘프도 있고 신기한 오빠구나.”
“저기 말이야, 왜 우리를 잡아둔거야?”
ㅡ엘프든 인간이든 상관 없다!ㅡ류애의 물음에 소녀는 단답형으로 답했다.
“시켜서.”
“으음, 너 때문에 내 허벅지가 겁탈 당했어! 엘프가 화내는 것 보고 싶니? 그리고 유카인 꼬맹이 맞어. 17살인데 170cm 도 안 되잖니~”
“웃기고 있네! 바보엘프는 얼마나 크다고!”
“냐하하하~ 167cm 입니다!”
“나는 13살이니까 140... 몇이였지, 에이에이, 나는 합격일꺼야! 오빠는 당첨입니다!”
비서를 제외한 전원이 혀를 놀리며(비서는 소녀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살벌한데가가 존엄하기까지한 전장에서 결코 어울리지 못했다.
“이, 봐... 총통 아들... 조심해라.”
한동안 이들 3인에게 존재감이 덮여있던 푸른 군복의 청년, 버드런트의 간만에 등장한 대사. 나는 살아있다 이거지, 버드런트.
“아앗! 비서비서, 저게 니가 말한 구원자냐! 피로 젖었잖아! 나보다 강하다며!”
“도련님보다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동부기지 부사령관 직책을 괜히 받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왜 저런 몰골로 뻗어있는 건데!”
“아마도, 인질범 쪽이 상당한 전력인 것 같습니다만.”
유카인이 자신의 주위에 활개해 있는 인질범들의 면상을 몇 번 휘갈기더니 말하기를.
“다 별론데.”
“저기, 유카인. 아저씨들 쪽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소녀말이야.”
“어, 라?”
“아, 진짜...유카인 너 모르겠어? 엄청난 마나야.”
자신들의 자식만한 이들에게 끝없는 수치감을 느끼던 인질범들을 무시라도 하는 것처럼 류애는 소녀에게만 눈길을 주었다.
“아아, 엘프 언니는 마나쪽에 밝구나. 나는 에리샤 르 안후엘. 반가워.”
왜소한 체격에 맞지 않게 오른 손 하나로 검을 들고 있던 소녀는 벚꽃잎이 활강하듯이 연분홍색 드레스를 펼쳤다. 카타나류의 대검이 땅바닥에 꽃히는 소리가 짧지만 굵은 것이 결코 이 소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유카인에게 일깨워 주었다.
“귀족의 이름이구나. 나는 류애 데 문(Ryuae de Moon). 귀족이었다고 한다면 귀족인거고.”
“몇 코어 쯤 될까...?”
흥을 깨는 유카인의 언조에 류애가 삐져나온 머릿결을 가다듬으며,
“10코어 이상.”
“10코어? 내가 6~7코어, 일반적인 드래곤이 9~10코어. 총통이 10코어...
엄청 쌔잖아! 부사령관이라는 저것이 저렇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데? 한 번 붙어볼까! 근데 왜 10코어 이상이라면서 왠 애가 있는 거지?”
“오빠가 싸우게? 흐흣, 안 될텐데.”
붉은 소녀가 눈을 지긋이 감고 토마토 껍질 모양으로 입술을 만들자 특유의 살기를 띈 미소가 드러났다. 귀엽지만,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위압감이 있었다.
“유카인 너는 그냥 찌그려져 있어. 무기도 없잖아.”
“뭐어! 바보 엘프! 나에게 기회를!”
이런 제길, 유카인은 망각하고 있었다. 꿈나라를 헤엄치던 사이에 인질범들이 무기들을 죄다 수색해서 뺏어갔다는 사실을. 이 사실이 너무나 극명한 탓에 유카인은 류애에게 어떠한 반론도 펼칠 수 없었다. 이것은 비서 입장에서도 피차일반이었기 때문에 비서 역시도 검은 안경의 콧대를 세우고 관망하는 것이 전부였다.
“좋아요, 좋아요~ 자 이제 된거지? 내가 이기면 저 오빠 내가 가진다!”
“가지든 말든.”
작은 벚꽃 하나가 붉은 가지를 치켜 든다. 이에 맞서듯 아이리스를 닮은 귀가 긴 소녀는 묵묵히 벚꽃과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제3자의 눈으로는 이것은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꽃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초전을 벌이는 것과도 같이 보인다. 붉은 가지의 형상이 붉게 일그러진다. 그 가지는 5월의 바람에 휘날리듯 꽃잎들을 낙하시키는 드레스와 맞물려 아름다운 뒤틀림을 창조한다. 그 뒤틀림의 뒤에는 소녀의 눈동자만이 장밋빛으로써 배경을 지배할 뿐.
“그런데, 언니 무기는 있는거야? 우리 부하들이 다 뺏었다고 하던데? 무기도 없이 놀 샘이야?”
재미삼아 검을 빙빙 돌려대는 소녀의 그 말에 한 치의 동요됨도 없이 류애는 소녀의 붉은 머리와 대조될 자신의 갈색 머리 끝으로 군살없는 손을 올렸다. 이윽고 아름다운 손길은 너무나 간단하게 파도가 굽어치는 형상의 순백색 머리핀을 빼냈다. 머리핀을 빼낸 그녀의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휘몰아쳤다. 상반신의 허리까지 덮고 있는 그 머리칼은 전까지의 그녀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한 변화와는 관계 없이 머리핀은 그녀의 손에 붙박힌 듯 잡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핀 이후에 이어지는 그녀의 손길은,
“생명의 본질에 따라 자연의 교감에 응한다. 정령사의 신체를 교감 회로로 전환.”
“언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벚꽃의 그 흔들림을 짓이기듯이 그녀는 손길을 왼쪽 귀로 옮겼다. 이윽고 푸른 빛의 초승달 귀걸이가 은제의 빛까지 더하며 그녀의 손에 잡혔다. 그 손길 끝에서 그 귀걸이와 머리핀이 접했다.
“자연의 흐름에 불응하는 그대에게 생명의 군체를 대신하여 종말의 이름을 내리니, 그 이름은 시작.”
주먹만하던 귀걸이와 머리핀의 군체가 푸른 형광을 혜성의 꼬리처럼 다른 이들의 시야를 자극하더니 껍질을 깨듯 그 푸른 빛은 분화했다.
“정령사, 교감 회로 정상 가동.”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의 푸른 빛을 발산하던 귀걸이와 머리핀의 군체는 초승달의 소녀에게 이렇게 불려졌다.
“루나투스 스태프 세 번째 클레스로 변환한다. 달은 안 뜬 거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괜찮아. 확실해, 내가 이긴다는 것은.”
그것은 어린 여자애들이나 보는 만화의 지팡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만화에서나 나오는 귀여운 지팡이의 풍채는 없었다. 단지 류애의 170cm에 가까운 키와 대적할만한 길이의 새하얀 스태프와 지그재그로 산산조각 깨져버린 초승달모양의 금속이 층을 이루며 지팡이의 끝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은 스태프, 또는 지팡이라고 불리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창과도 같았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스태프의 끝에 난잡하게 자리잡은 초승달의 물체는 지팡이의 이름에 당위성을 불어넣었다.
“무슨... 무기인데, 도대체...”
“바보엘프, 손톱은 안 돼에! 그것만 쓰기다!”
“아하, 정령사구나!”
엘프를 처음 본다는 소녀가 정령사를 알고 있다는 것.
“노라크루드가 말했어. 그 전설의 주인공은 언니와 같은 정령사였다고.”
곧 벚꽃의 대사는 파묻혀버렸다. 붉은 가지와 푸른 초승달 스태프의 휘둘림에 가려진 채.
“전설이 뭐든 간에, 내 순결을 돌려주지 않으면!”
[타칵]
[치잉]
극상성의 빛을 내는 두 무기가 짧은 굉음을 퍼뜨린 채 부딫쳤다,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머릿결을 음미하고 있었을 정도로 그 소녀들은 가까이에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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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요번 설 연휴를 느긋하게 쉬면서 제 글을 # 1-1 부터 다시 읽어 본 결과... 문법적으로 62 곳에서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서 전부 수정했습니다. 스토리 전개 상에 치명적인 오류도 있었구요. 나중에야 수정하게 된 것,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네기마 OST 음악수업 두번째 시간 [Magical Land ] - 22 Magical Batt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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