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의 그대에게..(4) -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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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찾아 온것인가? 귀찮게시리.."
손에 나이프를 꺼내고서는 온몸에 다시금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번에는 싸울 목적은 없는 듯이 살기를 풍겨오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쉽사리 포기할 인간들도 아니고, 살기쯤이야 억누르고 다가올 수도 있으니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손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자리에서 힘차게 박차올랐다. 그러자 곧 폭음성과 함께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최대한 부드럽게 공중에서 내려앉아서는 상대방이 나를 볼 수 없도록 근처의 나무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미 상대는 예상이라도 한 듯이 나무에서 커다란 송곳이 튕겨져 올랐다. 손을 휘둘러 재빠르게 송곳의 점을 찌르고서는 몸을 회전시켜 나무의 선을 양단했다.
쩌어억!
거북한 소리와 함께 나무의 중심이 뒤틀렸고, 그 사이를 이용해서 몸을 튕겼다. 상대는 마법사다. 거리라는 것은 죽음. 게다가 이미 녀석의 공방이 완성되어 있으니, 방심은 더더욱 금물이다. 빠르게, 가속의 극을 뛰어넘어서 상대의 그림자를 그어버린다.
녀석의 그림자는 일시적으로 소멸되었다. 즉, 시야가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한 밤이라고 해도 녀석에겐 희미한 달빛조차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빛이되어 눈을 공격할 것이다. 녀석의 손이 휘둘러지기 전에 빠르게 뒤로 튀어올라 손에서 튀어나온 궤적을 흘려버린다.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검을.. 던졌다.
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
느릿하게 보이는 검을 따라서 나의 몸도 함께 날아오른다. 지면을 밟는게 아니고, 공간을 점한다. 그것이 바로 이 몸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살기의 가속.. 검이 코앞에서 떠가고있다. 어느새 눈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녀석의 모습도 그대로 멈춰있다. 단지 움직이지도 못한채 그대로 멈춰있을 뿐...
퓨슉!?
검이 녀석의 목에 틀어밖히자, 한 없이 느려졌던 시간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갔다.
스륵! 푸화아아아악!
손잡이를 잡고서 녀석의 등뒤로 튀어올랐다. 자아.. 육살의 장은 끝이다.
***
"치잇! 실패인가?"
"큰일이군. 벌써 그 녀석들도 추격해왔어."
"협회측 마법사들인가? 귀찮게 됐군. 빨리 뜨자고.."
희미한 달빛에 보이는 그림자들은 서로 눈빛을 한차례 교환하고서는 빠르게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들이 이 곳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김없이 거둬들이면서 그들의 존재감을 지웠다. 그리고 종시에는 희미한 그믐달만이 어둡게 그들이 다녀갔던 장소를 노려볼 뿐이었다.
***
"느껴지지 않는군."
가만히 팔을 내리고서 가로등 곁의 벤치에 주저 앉았다. 솔직히 수면욕이 강하게 밀려왔지만, 일단은 잠들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사들이란 족속의 속성을 깨닫고 나서는 더욱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몸의 긴장을 최대한 이완시켜서 육체를 회복시켜야 했다. 하지만 정신만큼은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습관적으로 윗주머니의 안경을 꺼내어 들었다. 검은 뿔태의 안경이 촌스러워 보였지만, 그래도 뭔가 아련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가만히 안경을 눈 앞까지 들고서는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정말이지 이상적인 세계였다.
선이 하나도 없는 완벽의 세계.
안경을 쓰고 싶었지만, 의식과 그리고 육신은 그것을 거부했다. 왠지 가슴이 더욱 아려왔다. 가슴을 붙잡고서는 벤치에 몸을 뉘였다. 긴 머릿결이 벤치에 넓게 퍼졌다. 단지 그렇게 하고서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그렇게 기다리기를 수분, 곧 고통은 사그러지고, 평소의 멍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카칫!
뭔가 불길한 느낌이 지나가고, 벤치에서 급하게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공간이 울렁이는 느낌이 벤치를 덮었다. 그리고 이내에 안의 모든 물질이 켜켜히 져며지기 시작했다. 지면에 내려 앉자마자, 다시금 공중으로 튀어올라서는 그대로 가로등의 위로 뛰어올랐다. 가만히 한곳을 노려보자, 선과 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물체가 나타났다.
"강하군. 역시 직사의 마안인가? 죽음의 기운을 재빠르게 감지한다는 것.."
"쓸때없는 짓을 벌인게 당신인가? 하마터면 하직할 뻔했군."
"하직했다면 그 눈만큼은 받아가지."
그 말과 함께 상대는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버렸다. 가로등에서 뛰어내려와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가루가 되어버린 벤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늘 한쪽에 여명이 비춰오기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
"아라야 소우렌."
"강하군. 당신.."
"완전히 각성한 너의 눈에 비하면야 별것아니지."
상대는 그렇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고서는 사라져갔다. 뭔가, 저 사람을 앞으로는 보지 못할 느낌이었다. 저자의 존재는 아마도 없는 사람이리라. 무언가의 의미에 의한 환상? 그정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상관일까? 저자의 존재가 사라질 자이던, 아니면 계속 살아갈 자이던.. 어차피 더 이상은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잘가라구. 다음번에 만날 수 있다면, 이 빚 갚아주지."
"다음이라. 그건 그거대로의 의미로군. 아마도 없을 듯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
"아키하님 손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누구?"
"잘 아시는 분이실꺼에요."
코하쿠는 그렇게 얼버무리고서는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 정말로 내가 잘 아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아키하씨?" / "오랫만이군요." / "여어~ 여동생! 잘 지냈나?"
각자의 개성이 잘 담겨져있는 인사를 동시에 받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강히 거부할 수도 없을 노릇이기에 찻잔을 내려놓고서는 자리를 권했다.
"와서 앉으시죠. 마침 차(茶)의 시간인데, 무슨 차를 드시겠습니까?"
"저와 집정관님은 녹차로 주십시요." / "여동생과 똑같은걸로."
각자의 주문대로 코하쿠는 재빨리 차를 만들어 가져왔다. 한동안 차를 마시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의외로 시엘과 뮤리엘, 그리고 알퀘이드마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약간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뭔가, 먼저 말을 걸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찻잔을 내려 놓고서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시죠? 뭔가 일이 있는 것인가요?"
"으음.. 설명하자면 조금 길지만요. 그래도 아키하씨께 알려야 할 것 같아서요."
시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난뒤에 가만히 입을 열었다.
"토노군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뭐랄까? 순간 나의 몸이 살짝 중심을 잃고서 휘청거린 듯 싶었다. 곧 옆쪽에서 코하쿠가 받쳐주었기에 다시 자세를 잡고서는 시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조금더 매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건 장난이라면 지독한 장난이다. 죽은자를 사칭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이용했다는 것부터가 지독한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군요. 오라버니께서 살아계실지도 모르다니.."
"그거라면 알퀘이드가 더욱 잘 알 것입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진조는 자연령 중에서도 최고위 영령이니 말이죠."
"인정할껀 인정해야 하는거야. 사실은 말이지, 시키의 시체에서 시키의 기원이 느껴지지 않아."
"기원.. 입니까?"
"여동생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그 기원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강제적인 교육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 더불어 토오노의 것으로의 회귀에 대해서도, 그런 과거의 지식을 사용하기는 싫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일이니만큼 특별히 사용하기로 했다.
"단지 기원이 느껴지지 않는 것 때문입니까?"
"그 뿐만이 아냐. 그래서 확인을 위해서 이 두녀석에게 강령술을 부탁했었어. 그런데도 시키의 영혼을 찾을 수가 없었다니까."
강령술이라.. 의외로 지독한 술법을 사용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지독한 술법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라면 결코 녹록한 사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만히 턱을 짚고서 생각하고 있으려니, 코하쿠가 곧 찻잔을 치워버린 것을 깜빡해버리고서는 찻잔을 더듬고 있었다.
"여전히 토노군의 일만 벌어졌다하면 옆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모르겠군요. 아키하씨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왠지 미심적은 부분도 있군요. 오라버니께 나눠드린 생명이 아직 환원되지 않고 있어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분명히 남아있으니까."
"여러가지로 확인해 볼 것 투성이네.. 왠지 7년전의 그때처럼 뭔지 모르고 혼란스럽기만 한걸?"
알퀘이드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번에는 무슨일일까? 그저 혼란스럽기만한 늦가을의 사건, 평범한 일상은 언제쯤이면 찾아올 것인가?
모든 질문은 단지 대답이 없을 뿐이다.
-月光の低い部品のあなたに(달빛아래의 그대에게)-
손에 나이프를 꺼내고서는 온몸에 다시금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번에는 싸울 목적은 없는 듯이 살기를 풍겨오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쉽사리 포기할 인간들도 아니고, 살기쯤이야 억누르고 다가올 수도 있으니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손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자리에서 힘차게 박차올랐다. 그러자 곧 폭음성과 함께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최대한 부드럽게 공중에서 내려앉아서는 상대방이 나를 볼 수 없도록 근처의 나무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미 상대는 예상이라도 한 듯이 나무에서 커다란 송곳이 튕겨져 올랐다. 손을 휘둘러 재빠르게 송곳의 점을 찌르고서는 몸을 회전시켜 나무의 선을 양단했다.
쩌어억!
거북한 소리와 함께 나무의 중심이 뒤틀렸고, 그 사이를 이용해서 몸을 튕겼다. 상대는 마법사다. 거리라는 것은 죽음. 게다가 이미 녀석의 공방이 완성되어 있으니, 방심은 더더욱 금물이다. 빠르게, 가속의 극을 뛰어넘어서 상대의 그림자를 그어버린다.
녀석의 그림자는 일시적으로 소멸되었다. 즉, 시야가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한 밤이라고 해도 녀석에겐 희미한 달빛조차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빛이되어 눈을 공격할 것이다. 녀석의 손이 휘둘러지기 전에 빠르게 뒤로 튀어올라 손에서 튀어나온 궤적을 흘려버린다.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검을.. 던졌다.
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
느릿하게 보이는 검을 따라서 나의 몸도 함께 날아오른다. 지면을 밟는게 아니고, 공간을 점한다. 그것이 바로 이 몸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살기의 가속.. 검이 코앞에서 떠가고있다. 어느새 눈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녀석의 모습도 그대로 멈춰있다. 단지 움직이지도 못한채 그대로 멈춰있을 뿐...
퓨슉!?
검이 녀석의 목에 틀어밖히자, 한 없이 느려졌던 시간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갔다.
스륵! 푸화아아아악!
손잡이를 잡고서 녀석의 등뒤로 튀어올랐다. 자아.. 육살의 장은 끝이다.
***
"치잇! 실패인가?"
"큰일이군. 벌써 그 녀석들도 추격해왔어."
"협회측 마법사들인가? 귀찮게 됐군. 빨리 뜨자고.."
희미한 달빛에 보이는 그림자들은 서로 눈빛을 한차례 교환하고서는 빠르게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들이 이 곳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김없이 거둬들이면서 그들의 존재감을 지웠다. 그리고 종시에는 희미한 그믐달만이 어둡게 그들이 다녀갔던 장소를 노려볼 뿐이었다.
***
"느껴지지 않는군."
가만히 팔을 내리고서 가로등 곁의 벤치에 주저 앉았다. 솔직히 수면욕이 강하게 밀려왔지만, 일단은 잠들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사들이란 족속의 속성을 깨닫고 나서는 더욱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몸의 긴장을 최대한 이완시켜서 육체를 회복시켜야 했다. 하지만 정신만큼은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습관적으로 윗주머니의 안경을 꺼내어 들었다. 검은 뿔태의 안경이 촌스러워 보였지만, 그래도 뭔가 아련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가만히 안경을 눈 앞까지 들고서는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정말이지 이상적인 세계였다.
선이 하나도 없는 완벽의 세계.
안경을 쓰고 싶었지만, 의식과 그리고 육신은 그것을 거부했다. 왠지 가슴이 더욱 아려왔다. 가슴을 붙잡고서는 벤치에 몸을 뉘였다. 긴 머릿결이 벤치에 넓게 퍼졌다. 단지 그렇게 하고서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그렇게 기다리기를 수분, 곧 고통은 사그러지고, 평소의 멍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카칫!
뭔가 불길한 느낌이 지나가고, 벤치에서 급하게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공간이 울렁이는 느낌이 벤치를 덮었다. 그리고 이내에 안의 모든 물질이 켜켜히 져며지기 시작했다. 지면에 내려 앉자마자, 다시금 공중으로 튀어올라서는 그대로 가로등의 위로 뛰어올랐다. 가만히 한곳을 노려보자, 선과 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물체가 나타났다.
"강하군. 역시 직사의 마안인가? 죽음의 기운을 재빠르게 감지한다는 것.."
"쓸때없는 짓을 벌인게 당신인가? 하마터면 하직할 뻔했군."
"하직했다면 그 눈만큼은 받아가지."
그 말과 함께 상대는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버렸다. 가로등에서 뛰어내려와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가루가 되어버린 벤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늘 한쪽에 여명이 비춰오기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
"아라야 소우렌."
"강하군. 당신.."
"완전히 각성한 너의 눈에 비하면야 별것아니지."
상대는 그렇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고서는 사라져갔다. 뭔가, 저 사람을 앞으로는 보지 못할 느낌이었다. 저자의 존재는 아마도 없는 사람이리라. 무언가의 의미에 의한 환상? 그정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상관일까? 저자의 존재가 사라질 자이던, 아니면 계속 살아갈 자이던.. 어차피 더 이상은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잘가라구. 다음번에 만날 수 있다면, 이 빚 갚아주지."
"다음이라. 그건 그거대로의 의미로군. 아마도 없을 듯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
"아키하님 손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누구?"
"잘 아시는 분이실꺼에요."
코하쿠는 그렇게 얼버무리고서는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 정말로 내가 잘 아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아키하씨?" / "오랫만이군요." / "여어~ 여동생! 잘 지냈나?"
각자의 개성이 잘 담겨져있는 인사를 동시에 받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강히 거부할 수도 없을 노릇이기에 찻잔을 내려놓고서는 자리를 권했다.
"와서 앉으시죠. 마침 차(茶)의 시간인데, 무슨 차를 드시겠습니까?"
"저와 집정관님은 녹차로 주십시요." / "여동생과 똑같은걸로."
각자의 주문대로 코하쿠는 재빨리 차를 만들어 가져왔다. 한동안 차를 마시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의외로 시엘과 뮤리엘, 그리고 알퀘이드마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약간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뭔가, 먼저 말을 걸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찻잔을 내려 놓고서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시죠? 뭔가 일이 있는 것인가요?"
"으음.. 설명하자면 조금 길지만요. 그래도 아키하씨께 알려야 할 것 같아서요."
시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난뒤에 가만히 입을 열었다.
"토노군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뭐랄까? 순간 나의 몸이 살짝 중심을 잃고서 휘청거린 듯 싶었다. 곧 옆쪽에서 코하쿠가 받쳐주었기에 다시 자세를 잡고서는 시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조금더 매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건 장난이라면 지독한 장난이다. 죽은자를 사칭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이용했다는 것부터가 지독한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군요. 오라버니께서 살아계실지도 모르다니.."
"그거라면 알퀘이드가 더욱 잘 알 것입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진조는 자연령 중에서도 최고위 영령이니 말이죠."
"인정할껀 인정해야 하는거야. 사실은 말이지, 시키의 시체에서 시키의 기원이 느껴지지 않아."
"기원.. 입니까?"
"여동생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그 기원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강제적인 교육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 더불어 토오노의 것으로의 회귀에 대해서도, 그런 과거의 지식을 사용하기는 싫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일이니만큼 특별히 사용하기로 했다.
"단지 기원이 느껴지지 않는 것 때문입니까?"
"그 뿐만이 아냐. 그래서 확인을 위해서 이 두녀석에게 강령술을 부탁했었어. 그런데도 시키의 영혼을 찾을 수가 없었다니까."
강령술이라.. 의외로 지독한 술법을 사용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지독한 술법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라면 결코 녹록한 사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만히 턱을 짚고서 생각하고 있으려니, 코하쿠가 곧 찻잔을 치워버린 것을 깜빡해버리고서는 찻잔을 더듬고 있었다.
"여전히 토노군의 일만 벌어졌다하면 옆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모르겠군요. 아키하씨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왠지 미심적은 부분도 있군요. 오라버니께 나눠드린 생명이 아직 환원되지 않고 있어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분명히 남아있으니까."
"여러가지로 확인해 볼 것 투성이네.. 왠지 7년전의 그때처럼 뭔지 모르고 혼란스럽기만 한걸?"
알퀘이드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번에는 무슨일일까? 그저 혼란스럽기만한 늦가을의 사건, 평범한 일상은 언제쯤이면 찾아올 것인가?
모든 질문은 단지 대답이 없을 뿐이다.
-月光の低い部品のあなたに(달빛아래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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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질질 끌고 있는건 역시 몇 개의 편을 한 챕터로 연참할 때...[퍼퍽] 그것보다 시엘상...말투가 피카같아요오오오 그 마수에 빠져들어서는 안돼는건데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