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여신님-세계를 구하기 위해8
페이지 정보
본문
레비아탄이 손을 휘두르자 울드의 주위에 모여있던 수압의 칼날들이 울드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사방에서 빈틈없이 짓쳐들어오는 수압의 칼날에 울드의 몸은 조각조각 분해 될 듯 했다. 레비아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자의 미소를 띄었다.
네까짓게 나한테 이길 수 있을 성 싶더냐. 그 수압의 칼날 아래에서 산산히 부숴져라. 그게 너한테 주는 나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울드라고 해야 할까. 사방에서 조여오는 수압의 칼날들을 막지도 않고 하나하나 피해내는 모습이라니! 수압의 칼날들은 레비아탄이 만들어낸 것. 그의 의지로 조종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방에서 연신 울드를 공격해오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버리니….
“뭐야, 빨리 끝낸다더니 이것밖에 못해? 좀 더 힘을 내라고. 안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그의 레비아탄의 매서운 공격들을 단순히 재미로밖에 여기지 않는 울드였다.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한다. 잘 받아보라고. 뇌력소환(雷力召喚)!”
울드의 손에 강대한 뇌력의 힘이 모이더니 한순간 레비아탄이 있는 곳으로 무수한 번개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뇌력소환은 울드가 자주 사용하는 술법으로 하늘의 번개를 부르는 술법이다. 그동안은 그 힘을 약하게 사용했지만 지금의 술법은 그녀의 최대술법! 하나라도 맞는 순간 레비아탄은 그 강력한 힘에 타버려 한순간에 재가 될 것이다.
큭! 뭐 이따위 힘이 다 있어! 이건 말도 안돼! 쿠사나기의 힘도 이정도는 아니었어! 빌어먹을 쿠사나기. 돌아가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레비아탄은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쿠사나기에게 무수한 저주를 퍼부우며 정신없이 자신에게 향하는 번개를 피해다녔다.
일주일 전, 쿠사나기는 레비아탄, 파브니르, 스머그, 초류향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리리스에게 오라의 주인에게 접근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 빌어먹을 오라능력자들을 유인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라도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당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찢어죽일 브루스가 오면 더욱!”
브루스를 언급하는 쿠사나기의 모습은 당장 눈앞에 브루스가 있다면 그를 시신 하나 온전하지 못하게 산산조각 내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고는 본인조차 생각하지 않았기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갔다.
“후우, 어쨌든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지 않도록 3군데에 기상이변을 일으켜 그들을 분산시켜야 한다. 나는 제주도로 간다. 레비아탄은 부산으로, 스머그는 내 힘을 일부 빌려 줄 테니 인천에서 산성비를 내려라. 그리고 초류향과 파프니르는 오라의 주인에게 향한다.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밤의 여왕에게 접근할 기회를 만들어줘라.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도록!”
모두는 불평을 하면서도 쿠사나기가 주인격이기에 뭐라 하지 못하고 그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레비아탄은 이 자리에 있게 되었는데…….
“내가 반드시 돌아가면 네녀석을 살려두지 않겠다! 네녀석을 죽인 뒤 내가 주인격이 되어주겠어!”
펑!
그렇게 외치는 그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번개. 그에 레비아탄은 다시 정신을 현실로 부상시킨 뒤 정신없이 피해다니는 일을 반복했다.
펑! 펑! 펑!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피해다니길 얼마나 했을까. 하늘에서 무수히 떨어지던 번개가 서서히 잦아들더니 이내 주위는 침묵에 휩싸였다.
레비아탄은 피해다니던 걸 멈추더니 울드가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울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녀의 오른손에는 술병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울드는 번개를 떨어뜨리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뭐 보지 않아도 뻔했다. 힘을 좀 과도하게 써서 대체 에너지인 술로 힘을 회복시킨 것이겠지만……레비아탄이 보기엔 그것이 아니었다는게 문제다.
“감히…감히 이 레비아탄을 무시하다니!”
레비아탄이 여지껏 참고 있던 화를 폭발시키며 힘을 발하자 울드의 발밑에서 물로 된 창들이 솟구쳐올랐다. 그와 동시에 또 다시 그녀의 주변으로 생성되는 수압의 칼날. 더군다나 이번엔 레비아탄이 손에 생성시켜 두었던 수압의 채찍까지 그녀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어디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라! 네년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네년을 철저히 가지고 놀아주마! 어디 벌레처럼 꿈틀거려 보란 말이다!
울드는 사방에서 조여오는 공격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허공을 박차올라 좀 더 위로 솟구쳤다. 또다시 그녀의 손에 모이는 강력한 뇌력!
-허공을 가르는 뇌광, 그 순수한 힘이여. 지금 내 손안에 모여 대기를 가르는 천벌이 되어라! 만물을 깨부수는 힘이여! 폭뢰강림(爆雷降臨)!
그녀가 두 번째로 잘 쓰는 폭뢰강림이 드디어 여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울드가 들어올렸던 손을 내리자 하늘에서 한줄기의 거대한 뇌력이 떨어져 내리며 그녀에게 들어오던 공격을 모조리 박살내버렸다.
“내가 오래 끌기 싫다고 말했지. 그러니 이만 끝내자. 바람이여. 적을 가둬라.”
그녀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대지를 질주하던 바람들이 레비아탄의 주위로 모여들어 그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울드가 주로 쓰는 술법이 번개라지만 다른 술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울드는 언제든지 1급신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녀가 자신의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서 1급신이 되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지만……울드는 세계를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손이 닿는,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면 충분한 것이다.
“뭐냐!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이것 놓지 못해!”
“쳇, 시끄럽기는…번개로 구워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
그래도 번개에 맞기는 싫었는지 레비아탄은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울드는 그 모습을 보다 바람으로 그의 온몸을 결박한 뒤 바람의 프레스로 압축했다. 어차피 상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죽지 않는다. 레비아탄은 사방에서 조여오는 힘에 의해 순식간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압축되어서 조그마한 상자에 봉인당했다.
“쯪, 사람 피곤하게 하는데 뭐 있어. 아아, 일도 끝났으니 집에 가서 TV나 보며 한잔 해야지.”
울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공간 슬라이드 술법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물에 잠긴 건물들만이 을씨년스럽게 그 자리를 체우고 있었다.
------------------------------------------------------------------------------------
콰아아아아아
지독한 폭풍우였다. 송전탑을 휘게 할 정도의 바람이 사방팔방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고, 그에 따라 도로 표지판들과 가게의 간판들이 위험하게 허공을 날아다녔다. 시간 상으로 봐서는 아직 낮이었건만 하늘의 짙은 먹구름이 도시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 전역의 전기가 나갔는지 도시는 그야말로 어둠 그 자체였다.
고오오오오오
거리에서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초속 60미터의 바람이 가로수까지 뿌리째 뽑아내는 마당에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거리를 돌아다닐 사람은 없겠지만…….
“도시 전체에 인기척이 없군.”
브루스는 팔라딘대가 점거한 남해안 182구역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뒤에 있던 진우는 AI슈츠를 장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를 마중 나와야 할 현지 병력들과도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원. 아무래도 수색 팀을 보내야 할 것 같네요.”
“쓸 데 없는 짓이야.”
브루스는 단호히 진우의 말을 끊으며 여전히 창 밖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폭우까지 동반한 비바람이 불고 있어서 산사태나 옹벽 붕괴도 일어나는 것 같았다. 전기가 나가 어두운 시외버스 터미널의 대기석에 앉아있던 시민은 브루스에게 물었다.
“쓸 데 없는 짓이라뇨?”
“이건 녀석이 만들어 놓은 무대니까.”
우르르르르르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져내렸고, 브루스의 얼굴이 섬뜩하게 하얀 빛을 띄었다. 유리는 그 모습에 몸을 움츠렸고, 마리는 긴장한 얼굴로 수중의 오라 소드를 움켜쥐었다. 시민은 그녀들이 불안해하자 화제를 돌림 겸 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가인씨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베르단디 양과 케이 씨가 있겠지만 그래도 걱정이네요.”
“하하하, 해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걱정입니까? 베르단디 양과 케이 군이 곁에 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마리와 유리를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이 일을 마무리짓고 돌아가는 데에만 신경 쓰자고요! 소년을 기다리게 하면 안되니까!”
“피스!”
마리와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힘차게 경례를 붙였다. 한층 밝아진 그녀들의 모습에 시민도 소리 없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브루스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물고 있던 곰방대를 품 속으로 집어 넣었다.
“흥, 그럼 무대 위로 올라가볼까.”
거센 태풍의 영향으로 182구역의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불어난 바닷물로 인해 해안선과 밀접해있던 지역은 대부분 물에 잠겨 버렸고, 지대가 낮은 시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상가의 물건들은 휩쓸려나가고, 차체가 가벼운 소형차들은 거짓말처럼 물 위로 떠다녔다.
진우를 위시한 피스 대원들은 건물 위에서 범람하는 물들을 피하며 팔라딘대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B3, 응답하라. B3."
≪여기는 B3.≫
진우의 부름에 무전에서 팔라딘대의 부관 유한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현재 피스 대원들과 팔라딘대는 각기 개별 행동을 하고 있었다. 도로 유실로 인해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팔라딘대는 구조 작업을 벌였고, 나머지 피스 대원들은 몬스터의 수색 작업을 벌였다.
유리와 마리, 시민은 모두 진우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쪽의 상황은 어떤가?”
≪사망자 0. 부산자 0. 현재까지 발견된 거주자 없음.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
보고를 하는 한진도 지금의 상황에 당황스러웠는지 애써 냉정한 척 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우와 피스 대원들의 낮빛이 근처의 전신주에서 튀기는 스파크로 인해 유난히도 창백해 보였다. 단지 브루스만이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일단 다른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계속 구조 작업에 임해주길 바란다. 15분 간격으로 연락을 계속 취할 테지만…….”
진우는 평소와는 다른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에게서 연락이 끊긴다면 지체 없이 182구역에서 철수하도록.”
≪……라져.≫
잠깐의 침묵 후, 한진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게 연락을 마친 후 진우는 브루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덩달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된다. 공식적으로는 피스 그린 정진우가 일행의 리더였지만, 지금 이 자리의 실질적인 리더는 피스 그레이 브루스였다.
브루슨느 비에 젖어 잔뜩 무거워진 머리카라긍ㄹ 신경질저긍로 쓸어넘기며 모두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뭘 그렇게 힐끔 거리는 거냐? 내 꼴이 우스워 보인다. 이거지?”
“…….”
모두의 얼굴이 실망하는 빛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브루스는 그다지 리더로서 사태의 정황을 분석해 줄 마음이 없는 듯 했다. 마리는 AI핼맷 속에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브루스. 당신도 우리처럼 AI컴플릿트 세트를 착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 같은 폭우를 계속 맞는 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런 거추장스러운 물건은 너희같이 미숙한 녀석들에게나 필요한 거다. 그리고 인계를 벗어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질병 같은 건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마리는 기껏 걱정해줬더니 되려 야단만 치는 브루스의 태도에 정나미가 떨어져 세차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차라리 상대를 말아야지…….
진우는 일행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손뼉을 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자자! 다들 비도 맞고 기분도 최악이겠지만 조금만 더 집중합시다! 유리 양, 뭔가 느껴지는 게 없나요?”
진우의 질문을 받은 유리는 옅은 핑크빛을 전신에서 흘리며 능력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중히 사념의 정보들을 읽어 들이며 답했다.
“……주민들이 남긴 단편적인 사념의 조각들만 남아있을 뿐이야. 모두 과거의 것. 현재에 느껴지는 사념은 없어.”
“그렇다는 것은…….”
잠자코 얘기를 듣고 있던 시민이 침중한 목소리를 흘렸다.
“이 일대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아니면 모두 죽었다던가.”
시민의 뒤를 잇는 브루스의 말에 일행은 등골이 싸늘해졌다. 그렇다. 죽은 사람은 사념을 전하지 않는 법이다. 유리가 실종된 182구역의 주민들을 찾기 위해 마인드 딕텍트를 전개했지만, 어떠한 수확도 얻을 수 없는게 그 증거였다.
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브루스에게 외쳤다.
“그, 그렇지 않아! 단순히 의식을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잖아?”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의식을 잃고 있다?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 생각 하는 거냐.”
브루스는 냉정히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시민은 떨리는 유리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어디까지나 브루스 님은 최악의 상황을 얘기한 것 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유리 양. 그리고 브루스 님도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유리 양에게 겁주지 마세요.”
“흥. 물러터져지기는.”
브루스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땋은 머리에서 물을 짜냈다. 하지만 짠 보람도 없이 머리는 다시 폭우로 젖어버렸다. 진우는 그 모습에 실소를 터뜨렸다가 브루스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오금을 저려야만 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부분 부분 남아있는 사념의 조각들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유리 양. 수고스럽지만 계속 부탁합니다.”
“……응.”
유리는 다시 마인드 딕텍트를 전개하며 건너편 건물의 옥상으로 뛰어올랐고 진우와 일행들은 하나 둘씩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브루스는 그들을 뒤따라가기 전에 잠시 적막에 감싸인 도시를 돌아보았다. 짙은 먹구름으로 인해 회색빛을 띄고 있는 도시는 너무나 음습해 보였다.
‘희미하지만……느껴진다.’
브루스는 느낄 수 있었다. 사념의 조각들이 이어진 길의 끝에 존재하는 낯익은 기운의 정체를. 그것은 마치 꺼져가는 촟불처럼 미약하기 짝이 없었기에 삼계를 느낄 수 있는 브루스가 아니었더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건가? 우리가 먼저 접근하기를.’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브루스의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마.’
스스슥
그는 유령의 도시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날렸다.
-----------------------------------------------------------------
skoord입니다. 집에 컴퓨터가 고장나서 앞으로 고치기전엔 올리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니 늦어져도……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유로 써놓은 분량을 미리 올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