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여신님-side story2 일진 연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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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30분 전.
유가인의 앞으로 한 장의 쪽지가 전달됐다. 그 쪽지의 내용은….
너의 여자친구 테레이아 민체스터는 우리가 대리고 있다. 그녀를 구하고 싶으면 22구역의 그리스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혼자 나와라. 명심해라. 반드시 혼자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여자친구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꾸깃.
가인이 쥐고 있던 쪽지가 사정없이 우그러졌다. 실제로 테레이아가 그들에게 잡혀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쪽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테레이아가 전학 온 첫날이었다. 그날 밤, 가인은 테레이아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늦은 밤에 학교에 갔었다. 하지만 테레이아는 학교 옥상에 묶여있었고 가인을 습격한 건 C급 몬스터 도플갱어였다. 도플갱어는 테레이아의 모습으로 변해 가인을 습격했었는데 그 때 구해준 사람이 피스 레드 성마리였다. 그 때 이미 테레이아의 무기력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쪽지의 내용이 거짓이더라도 갈 수 밖에 없다.
“……테레이아.”
가인은 쪽지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22구역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그런 가인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지붕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울드였다.
“가인? 무슨 일이지. 저렇게 급하게 뛰어가고.”
울드가 가인이 있던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잔뜩 구겨진 종이 쪼가리가 있었다. 좀전까지 가인이 보고 있던 그것이리라. 가볍게 바닥에 착지해 쪽지를 펴보니 가인이 바쁘게 뛰어간 이유를 알겠다.
“흐음~그렇단 말이지. 마침 잘됐네. 심심했는데 다라가 볼까.”
그 말을 남기고 울드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니 22구역의 그리스 호텔까지는 채 10분도 안걸려서 도착했다. 지하주차장 근처에서 숨을 고르는 가인의 손에는 언제 들고 왔는지 한자루의 목검이 쥐어져있었다. 현재 가인은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테레이아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다면 오라를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용서하지 않겠다고.
“가자.”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작게 중얼거리고는 가인은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 가인의 뒤를 따라붙는 하나의 그림자. 두 말 할 것 없이 울드였다. 그녀는 기척을 최대한 지우며 조용히 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쫒는 또 하나의 그림자. 과연 누구일까?
타박 타박.
어두운 지하주차장 안에는 가인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고는 질서 있게 세워져있는 차들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가인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간은 7시 반에서 8시 사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들어오는 차는 한대도 없었다. 그렇다면? 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분명 그들 짓이다.
처음에 그들을 상대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자신에게는 같은 학교 학생을 괴롭히는 5명의 양아치들을 혼내준거 외에는 별거 없었으니까. 헌데 그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중국인의 피라도 이어받았는지 이런 일이 생기면 자기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밟고 본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무조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복수하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하고도 당하면 아주 발광을 한다. 지금도 그렇다. 5명으로 시작된 인원이 다음에 상대 할 때는 20여명으로 불어났다. 과연 지금 이곳에 모인 인원은 얼마나 될까.
‘아니, 몇 명이 모였든 상관없다. 테레이아의 몸에 생채기라도 났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가로막으면 부수고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테레이아, 반드시 무사해야 돼.’
얼마를 걸었을까. 벽이 보이는 걸 보니 거의 끝까지 온 것 같았다. 벽엔 한사람이 기대고 가인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차되어 있는 차 사이에서 사람들이 한명씩 나와서 가인을 포위했다.
“니가 가인이냐?”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벽에 기댄 채 담배를 피고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영일고의 짱인 현성이었다.
“테레이아는 어디 있죠?”
가인은 현성의 질문은 무시한 채 테레이아의 행방부터 물었다. 현성은 테레이아의 행방을 물어보면서 자신을 노려보는 가인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현성은 기대고 있던 벽에서 떨어지며 가인에게 다가왔다.
“너……생각보다 건방지군.”
그러면서 가인에게로 날아오는 오른 발. 그 속도는 실로 전광석화와 같았다. 그런데도 가인은 당황하지 않고 슬쩍 뒤로 물러서며 그의 발을 피해냈다. 그런 가인을 끝까지 따라붙는 현성의 발. 뻗어나간 오른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왼발로 가인의 정강이를 노렸다.
가인이 옆으로 반바퀴 돌며 피해내자 그 즉시 왼발을 축으로 삼아 뻗어 올라가는 오른 발. 거기다 이번엔 단타가 아니다. 상단, 중단, 상단, 하단으로 이어지는 연속 발길질. 이런 와중에도 현성은 여전히 입에는 담배를 물고 양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은 상태. 지금의 행동이 가볍게 몸을 정도라고 말하는 듯했다.
“쳇!”
가인은 피하는 걸 관두고 제자리에 서더니 오른손에 쥐고 있던 목검을 들어올렸다.
“합!”
검도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내려치기. 하지만 그 어떤 기교도 없기에 가장 빠르면서도 위력적이었다. 현성은 간단히 실력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던지라 가인의 내려치기를 그냥 피해버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훗, 제법이군.”
“테레이아는 어디 있죠?”
“글쎄, 여기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 한가지 확실한 건 네가 여기서 반항한다면 그 이쁜이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거지.”
“이익……!”
지금 이 지하주차장에는 언뜻 봐도 200백은 족히 되는 인원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현성의 말대로라면 가인은 아무 반항도 못한 채 200명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야 된다는 말이다. 정말로 비겁하고 치졸한 방법이었다. 현성은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자신에게 반항하던 애송이는 이곳에서 목숨만 유지한 채 기어나가야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자리에 테레이아는 없었다.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숨기고 인질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했다. 듣기로 가인이랑 애송이는 성격이 그리 모질지 못하다고 하니 자신의 말을 반신반의해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얘들아! 모두 공격해!”
와아아아아!!!!
200여명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모습은 상당히 살벌했다. 피스 대원이 유일하게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런 오라능력자의 천적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이었다. 오라능력자도 결국은 인간. 그들도 총 맞으면 죽고 쪽수에는 장사 없는 법이다. 오라 능력을 사용하면 몇천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지만 이들에게 오라 능력을 사용할 순 없는 일이 아닌가. 가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가인! 테레이아는 무사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싸워!
가인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가인은 분명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분명 울드의 목소리. 그녀가 장난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장난을 치지는 않을 테니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가인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타닥!
가볍게 땅을 박차니 순식간에 몸이 쏘아져 나간다. 가인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해서 맨 앞에 달려오는 사람을 몸통 박치기로 중심을 흐트러트리고는 다리를 붙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일명 자이언트 스윙!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레슬링 기술이다. 잘못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는 엄청난 위력의 기술! 더군다나 가인은 지금 인원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왔으니 순식간에 수십명이 자이언트 스윙에 휩쓸려버렸다. 그들이 쓰러지면서 뒤에서 돌진해오던 사람들이 엉켜서 넘어지고 그 밑에 깔린 사람들 중 운이 나쁜 사람은 신체 한 두 군데가 부러졌다.
이런 가인의 행동에 제일 놀란 사람은 현성이었다. 분명 정보를 듣기로는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남의 부탁은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친구가 위기에 처하는걸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근데 저 행동은 뭔가. 자신은 분명 반항하면 친구인 테레이아가 어떤꼴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행동 한다는 건 테레이아의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는게 아닌가.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정말 그 정보가 제대로 된 게 맞긴 한거냐?”
현성은 괜히 자신의 뒤에 서있던 재섭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당황스럽긴 재섭도 마찬가지였다. 다른곳도 아니고 한성고의 1학년 3반의 학생들이 하나같이 증언한게 그것이었다. 그런데 저 행동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몇가지 안됐다.
첫째, 가인이 분노로 인해서 그사이에 성격이 바뀌어버렸다.
둘째, 테레이아가 실제로는 잡히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는 그의 행동을 제약할 인질이 사라지므로 그를 바닥에 누이는데 꽤나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그에겐 인질이 전혀 효과가 없다. 이경우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 자체가 전부 거짓이 된다. 더불어서 여태까지의 그의 행동은 전부 가식이 되는 것이다.
“젠장, 일이 꼬이려니 참 더럽게 꼬이네.”
현성이 불평을 하는 동안에서 가인은 여전히 저음에 잡았던 사람을 잡고서는 지하주차장 안을 돌고 있었다.
퍽! 퍼억! 터터텅!
“으악! 피해!”
“이런 미친!”
“뭐해 새끼야! 그냥 X쳐!”
사방에서 무언가에 맞는 소리와 특정 인물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가인의 행동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가인이 들고 있던 사내는 오른쪽 다리 관절이 빠지고 왼쪽 어깨가 부러지고 머리는 잘못 부딪쳤는지 피가 나고 있었다. 이대로 더 돌리게 되면 분명 죽거나 잘해야 반신불수가 될 것이다. 가인은 아직 살인을 할 정도로 심성이 사악해지지는 않았다.
그는 잡고 있던 사람을 인원이 많이 몰린쪽으로 던지고는 이재는 방법을 바꾸어서 돌진해오는 족족 달려오던 방향으로 밀어버리거나 잡아서 던져버렸다. 이런 방법이 인원이 많이 몰렸을때는 좋은 방법이었다. 인원이 많아서 오히려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하기도 어렵고 볼링처럼 한명을 던져서 여러명을 쓰러트리면 이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시간을 버는 것도 얼마가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게 해결일 날까.’
이미 이런 상황에서 무슨 좋은 해결 방법이 있다고 저러는지⋯좋은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인은 포기하지 않고 생각을 계속했다.
한동안 그렇게 집어던지자 슬슬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주저했다. 한두명이 그렇게 주춤거리니 지하주차장에 모여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찾아오는 정적.
“으으…….”
“으윽, 내 팔!”
침묵이 찾아온 지하주차장에는 가인이 밀고 던진 덕분에 어디 한군데씩이 부러진 사람들이 바닥을 뒹굴며 흘리는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가인의 마음은 무거웠다. 아무리 자기방어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는 하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착한 가인에게는 그들을 다치게 한 것이 무한한 죄책감으로 찾아왔다.
“흠, 정보와는 달리 상당히 비겁하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절친하다는 친구의 안위는 무시하다니.”
“그렇지 않아요! 전 절대로 친구를 버리는 짓은 안합니다!”
현성의 비꼬는 말에 가인은 발끈해서 되받아쳤다.
“그럼 좀전의 행동은 도대체 뭐지?”
가인의 말대로라면 도저히 좀전의 행동이 설명이 안된다. 현성은 분명히 반항하면 테레이아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도 반항을 했다는 것은…….
“그거야 테레이아가 이곳에 없다고 믿을만한 분의 말을 들었거든요.”
‘음…역시 조력자가 있었군.’
하긴 그런 정보를 얻지 못했으면 이렇게 반항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얻었다는 말은 테레이아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쳇, 그래. 테레이아는 애초에 잡을 생각도 안했다. 너에게 그 정보가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성공할 수 있었는데…….”
‘하긴. 울드 씨의 말이 없었으면 난 그대로 두드려 맞았을지도.’
“하지만 아직…….”
무언가 더 말을 이으려던 현성이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눈이 흐리멍덩하게 풀려버렸다. 그건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설상가상으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촤좌좌좌좍!
그리고 주위의 배경이 지하주차장에서 하얀색 배경으로 변했다. 가인은 이 능력을 알고 있었다. 바로…….
“……피스 카민.”
바로 피스 카민 마유빈의 능력인 마인드 스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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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이넘의 귀차니즘이 뭔지. 의욕이 상당히 저하되더군요. 앞으로 좀 더 분발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유가인의 앞으로 한 장의 쪽지가 전달됐다. 그 쪽지의 내용은….
너의 여자친구 테레이아 민체스터는 우리가 대리고 있다. 그녀를 구하고 싶으면 22구역의 그리스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혼자 나와라. 명심해라. 반드시 혼자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여자친구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꾸깃.
가인이 쥐고 있던 쪽지가 사정없이 우그러졌다. 실제로 테레이아가 그들에게 잡혀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쪽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테레이아가 전학 온 첫날이었다. 그날 밤, 가인은 테레이아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늦은 밤에 학교에 갔었다. 하지만 테레이아는 학교 옥상에 묶여있었고 가인을 습격한 건 C급 몬스터 도플갱어였다. 도플갱어는 테레이아의 모습으로 변해 가인을 습격했었는데 그 때 구해준 사람이 피스 레드 성마리였다. 그 때 이미 테레이아의 무기력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쪽지의 내용이 거짓이더라도 갈 수 밖에 없다.
“……테레이아.”
가인은 쪽지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22구역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그런 가인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지붕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울드였다.
“가인? 무슨 일이지. 저렇게 급하게 뛰어가고.”
울드가 가인이 있던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잔뜩 구겨진 종이 쪼가리가 있었다. 좀전까지 가인이 보고 있던 그것이리라. 가볍게 바닥에 착지해 쪽지를 펴보니 가인이 바쁘게 뛰어간 이유를 알겠다.
“흐음~그렇단 말이지. 마침 잘됐네. 심심했는데 다라가 볼까.”
그 말을 남기고 울드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니 22구역의 그리스 호텔까지는 채 10분도 안걸려서 도착했다. 지하주차장 근처에서 숨을 고르는 가인의 손에는 언제 들고 왔는지 한자루의 목검이 쥐어져있었다. 현재 가인은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테레이아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다면 오라를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용서하지 않겠다고.
“가자.”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작게 중얼거리고는 가인은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 가인의 뒤를 따라붙는 하나의 그림자. 두 말 할 것 없이 울드였다. 그녀는 기척을 최대한 지우며 조용히 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쫒는 또 하나의 그림자. 과연 누구일까?
타박 타박.
어두운 지하주차장 안에는 가인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고는 질서 있게 세워져있는 차들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가인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간은 7시 반에서 8시 사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들어오는 차는 한대도 없었다. 그렇다면? 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분명 그들 짓이다.
처음에 그들을 상대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자신에게는 같은 학교 학생을 괴롭히는 5명의 양아치들을 혼내준거 외에는 별거 없었으니까. 헌데 그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중국인의 피라도 이어받았는지 이런 일이 생기면 자기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밟고 본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무조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복수하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하고도 당하면 아주 발광을 한다. 지금도 그렇다. 5명으로 시작된 인원이 다음에 상대 할 때는 20여명으로 불어났다. 과연 지금 이곳에 모인 인원은 얼마나 될까.
‘아니, 몇 명이 모였든 상관없다. 테레이아의 몸에 생채기라도 났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가로막으면 부수고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테레이아, 반드시 무사해야 돼.’
얼마를 걸었을까. 벽이 보이는 걸 보니 거의 끝까지 온 것 같았다. 벽엔 한사람이 기대고 가인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차되어 있는 차 사이에서 사람들이 한명씩 나와서 가인을 포위했다.
“니가 가인이냐?”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벽에 기댄 채 담배를 피고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영일고의 짱인 현성이었다.
“테레이아는 어디 있죠?”
가인은 현성의 질문은 무시한 채 테레이아의 행방부터 물었다. 현성은 테레이아의 행방을 물어보면서 자신을 노려보는 가인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현성은 기대고 있던 벽에서 떨어지며 가인에게 다가왔다.
“너……생각보다 건방지군.”
그러면서 가인에게로 날아오는 오른 발. 그 속도는 실로 전광석화와 같았다. 그런데도 가인은 당황하지 않고 슬쩍 뒤로 물러서며 그의 발을 피해냈다. 그런 가인을 끝까지 따라붙는 현성의 발. 뻗어나간 오른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왼발로 가인의 정강이를 노렸다.
가인이 옆으로 반바퀴 돌며 피해내자 그 즉시 왼발을 축으로 삼아 뻗어 올라가는 오른 발. 거기다 이번엔 단타가 아니다. 상단, 중단, 상단, 하단으로 이어지는 연속 발길질. 이런 와중에도 현성은 여전히 입에는 담배를 물고 양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은 상태. 지금의 행동이 가볍게 몸을 정도라고 말하는 듯했다.
“쳇!”
가인은 피하는 걸 관두고 제자리에 서더니 오른손에 쥐고 있던 목검을 들어올렸다.
“합!”
검도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내려치기. 하지만 그 어떤 기교도 없기에 가장 빠르면서도 위력적이었다. 현성은 간단히 실력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던지라 가인의 내려치기를 그냥 피해버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훗, 제법이군.”
“테레이아는 어디 있죠?”
“글쎄, 여기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 한가지 확실한 건 네가 여기서 반항한다면 그 이쁜이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거지.”
“이익……!”
지금 이 지하주차장에는 언뜻 봐도 200백은 족히 되는 인원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현성의 말대로라면 가인은 아무 반항도 못한 채 200명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야 된다는 말이다. 정말로 비겁하고 치졸한 방법이었다. 현성은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자신에게 반항하던 애송이는 이곳에서 목숨만 유지한 채 기어나가야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자리에 테레이아는 없었다.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숨기고 인질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했다. 듣기로 가인이랑 애송이는 성격이 그리 모질지 못하다고 하니 자신의 말을 반신반의해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얘들아! 모두 공격해!”
와아아아아!!!!
200여명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모습은 상당히 살벌했다. 피스 대원이 유일하게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런 오라능력자의 천적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이었다. 오라능력자도 결국은 인간. 그들도 총 맞으면 죽고 쪽수에는 장사 없는 법이다. 오라 능력을 사용하면 몇천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지만 이들에게 오라 능력을 사용할 순 없는 일이 아닌가. 가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가인! 테레이아는 무사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싸워!
가인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가인은 분명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분명 울드의 목소리. 그녀가 장난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장난을 치지는 않을 테니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가인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타닥!
가볍게 땅을 박차니 순식간에 몸이 쏘아져 나간다. 가인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해서 맨 앞에 달려오는 사람을 몸통 박치기로 중심을 흐트러트리고는 다리를 붙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일명 자이언트 스윙!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레슬링 기술이다. 잘못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는 엄청난 위력의 기술! 더군다나 가인은 지금 인원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왔으니 순식간에 수십명이 자이언트 스윙에 휩쓸려버렸다. 그들이 쓰러지면서 뒤에서 돌진해오던 사람들이 엉켜서 넘어지고 그 밑에 깔린 사람들 중 운이 나쁜 사람은 신체 한 두 군데가 부러졌다.
이런 가인의 행동에 제일 놀란 사람은 현성이었다. 분명 정보를 듣기로는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남의 부탁은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친구가 위기에 처하는걸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근데 저 행동은 뭔가. 자신은 분명 반항하면 친구인 테레이아가 어떤꼴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행동 한다는 건 테레이아의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는게 아닌가.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정말 그 정보가 제대로 된 게 맞긴 한거냐?”
현성은 괜히 자신의 뒤에 서있던 재섭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당황스럽긴 재섭도 마찬가지였다. 다른곳도 아니고 한성고의 1학년 3반의 학생들이 하나같이 증언한게 그것이었다. 그런데 저 행동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몇가지 안됐다.
첫째, 가인이 분노로 인해서 그사이에 성격이 바뀌어버렸다.
둘째, 테레이아가 실제로는 잡히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는 그의 행동을 제약할 인질이 사라지므로 그를 바닥에 누이는데 꽤나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그에겐 인질이 전혀 효과가 없다. 이경우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 자체가 전부 거짓이 된다. 더불어서 여태까지의 그의 행동은 전부 가식이 되는 것이다.
“젠장, 일이 꼬이려니 참 더럽게 꼬이네.”
현성이 불평을 하는 동안에서 가인은 여전히 저음에 잡았던 사람을 잡고서는 지하주차장 안을 돌고 있었다.
퍽! 퍼억! 터터텅!
“으악! 피해!”
“이런 미친!”
“뭐해 새끼야! 그냥 X쳐!”
사방에서 무언가에 맞는 소리와 특정 인물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가인의 행동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가인이 들고 있던 사내는 오른쪽 다리 관절이 빠지고 왼쪽 어깨가 부러지고 머리는 잘못 부딪쳤는지 피가 나고 있었다. 이대로 더 돌리게 되면 분명 죽거나 잘해야 반신불수가 될 것이다. 가인은 아직 살인을 할 정도로 심성이 사악해지지는 않았다.
그는 잡고 있던 사람을 인원이 많이 몰린쪽으로 던지고는 이재는 방법을 바꾸어서 돌진해오는 족족 달려오던 방향으로 밀어버리거나 잡아서 던져버렸다. 이런 방법이 인원이 많이 몰렸을때는 좋은 방법이었다. 인원이 많아서 오히려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하기도 어렵고 볼링처럼 한명을 던져서 여러명을 쓰러트리면 이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시간을 버는 것도 얼마가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게 해결일 날까.’
이미 이런 상황에서 무슨 좋은 해결 방법이 있다고 저러는지⋯좋은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인은 포기하지 않고 생각을 계속했다.
한동안 그렇게 집어던지자 슬슬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주저했다. 한두명이 그렇게 주춤거리니 지하주차장에 모여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찾아오는 정적.
“으으…….”
“으윽, 내 팔!”
침묵이 찾아온 지하주차장에는 가인이 밀고 던진 덕분에 어디 한군데씩이 부러진 사람들이 바닥을 뒹굴며 흘리는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가인의 마음은 무거웠다. 아무리 자기방어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는 하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착한 가인에게는 그들을 다치게 한 것이 무한한 죄책감으로 찾아왔다.
“흠, 정보와는 달리 상당히 비겁하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절친하다는 친구의 안위는 무시하다니.”
“그렇지 않아요! 전 절대로 친구를 버리는 짓은 안합니다!”
현성의 비꼬는 말에 가인은 발끈해서 되받아쳤다.
“그럼 좀전의 행동은 도대체 뭐지?”
가인의 말대로라면 도저히 좀전의 행동이 설명이 안된다. 현성은 분명히 반항하면 테레이아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도 반항을 했다는 것은…….
“그거야 테레이아가 이곳에 없다고 믿을만한 분의 말을 들었거든요.”
‘음…역시 조력자가 있었군.’
하긴 그런 정보를 얻지 못했으면 이렇게 반항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얻었다는 말은 테레이아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쳇, 그래. 테레이아는 애초에 잡을 생각도 안했다. 너에게 그 정보가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성공할 수 있었는데…….”
‘하긴. 울드 씨의 말이 없었으면 난 그대로 두드려 맞았을지도.’
“하지만 아직…….”
무언가 더 말을 이으려던 현성이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눈이 흐리멍덩하게 풀려버렸다. 그건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설상가상으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촤좌좌좌좍!
그리고 주위의 배경이 지하주차장에서 하얀색 배경으로 변했다. 가인은 이 능력을 알고 있었다. 바로…….
“……피스 카민.”
바로 피스 카민 마유빈의 능력인 마인드 스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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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이넘의 귀차니즘이 뭔지. 의욕이 상당히 저하되더군요. 앞으로 좀 더 분발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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