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A B L E T ― 第 4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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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A B L E T ― 第 4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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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귀찮게 되었군."
소년은 이마를 감싸쥐었다. 타력본원사의 정문을 뒤에 두고 서 있는 소년의 눈 앞에는, 반원형을 이루고 미사일 발사구를 소년에게 향한 채 서 있는 수많은 작은 밤페이들과 그들을 통솔하는 두 명의 로봇, 밤페이와 시글이 있었다.
"신족이 네 명이나 기거하시는 이 곳에 발을 들여놓다니, 처음 보는 악마지만 무슨 꿍꿍이지?"
시글이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 보는, 게다가 그 힘을 알 수 없지만 짙은 위압감을 풍기는 마족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었기에, 시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을 정도로 긴장되어 있었다.
"나는 단순히 그 신들과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이야. 전의는 없어."
소년은 두 팔을 들어 보였다. 소매를 탈탈 털어 위해를 끼칠 물건이 없음을 입증한 이후에도 소년은 계속 손들어 자세를 취한 채 경계를 풀지 않은 시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걱정되면 네 주인되는 신족에게 니르가 찾아왔다고 전해. 힐드와 면식이 있는 울드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테니...손님 대접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지."
이쯤 되면 아무리 마족을 격퇴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전의가 없음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소년을 보며 밤페이와 시글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작은 밤페이들이 인간의 보폭으로 한 걸음 반 정도 뒤로 물러났다. 작은 밤페이들은 소년을 감싸는 포위망이 아니라 원활한 대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이 되려는 듯, 타력본원사의 마당 중앙을 가로질러 전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스쿨드님께 보고를 할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그래, 그래주면 고맙겠군."
시글은 몸을 돌려 마루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녀가 안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힌 순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높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에 호응하듯, 지하에서 가시가 달린 넝쿨이 뻗어 나와 소년의 양 다리를 단단히 옭아매었다.
"네가 노른 세 자매를 납치하려 하고 있다는 정보가 이미 천계에 들어왔어. 순순히 오라를 받으면 아픈 짓을 하지 않겠지만..."
소년을 묶은 여신―페이오스는 손가락 사이에 끼운 장미로 소년을 겨누었다.
"허튼 짓을 하면 나는 너를 공격할 거야. 마족 니르!"
지축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또다시 두 갈래의 넝쿨이 뻗어 나왔다. 이번 목표는 다리가 봉해진 채 몸부림치는 소년의 팔이었다. 팔다리가 묶인 채 공중에 뜬 소년은 말없이 페이오스를 노려보았다. 붉은 색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고 페이오스는 그 눈동자의 색깔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무저항의 상대에게 꽤나 재밌는 짓을 하는군."
"당신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온 평화를 깨려 하는 미친 자야. 정신이 이상한 마족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어쨌든, 베르단디 자매들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게 두진 않아."
페이오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소년은 빙긋이 웃었다.
"나에게 그러할 권리가 있다면 어떨까."
"뭐?"
"아무래도 넌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네가 묶어놓고 있는 게 도대체 누구인지 말야."
"1급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속박이야. 아무리 네가 대마계장 직속의 1급마라고 해도 단시간에는 해제할 수 없―"
페이오스의 말이 끊겼다. 소년의 사지를 감고 있는 넝쿨이 울룩불룩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내부에 이형의 존재를 담은 듯, 넝쿨은 본래의 형태를 찾지 못하고 힘없이 요동치더니 결국 끊어져 버렸다.
"1급신이라, 오딘의 장난감을 관장하는 창녀 주제에 어디서 까부는 거지? 내가 알기로는 과거의 울드와 미래의 스쿨드는 2급신이고 현재의 베르단디가 겨우 1급신의 반열에 든다는데, 그럼 너는 시간의 3여신 중 두 명을 능가하고 한 명과 동급이라는 말이냐?"
땅 속에서 소년을 영격했던 그녀의 천사―고져스 로즈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 나왔다. 장미 줄기에 휩싸인 모습으로 형상화되던 평소와 달리, 그 주변에 있는 장미 줄기는 전부 시들어 있고 대신 백색의 얼음 고리가 그녀를 속박하고 있었다.
"고져스 로즈!"
페이오스는 천사의 이름을 불렀지만 축 늘어진 천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페이오스는 뇌리에 한 개의 단어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냉기로 인해 차가워진 땅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얼음―서리.
"슬슬 눈치챈 모양이군."
냉기가 땅 위를 흐르며 지상의 풀들을 물들였다. 소년의 붉은 눈이 요사스럽게 흡사 맹수와도 같은 빛을 뿜어냈다. 대마계장조차 질리게 만든 위압감이 페이오스를 뒤덮고, 페이오스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나는 노른 세 여신과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이다. 무익한 살생은 하고 싶지 않아."
"당신은...아냐, 천계에서 온 정보엔 그저..."
소년의 정체를 짐작한 페이오스는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지금 눈 앞에 있는 소년은 단순한 마족이 아니고, 현재의 신족과 마족 전체에 무한한 증오를 품고 있는 고대의 서리 거인족이다. 그러나 천계에서 그녀와 베르단디에게 전해준 정보에서 소년은 단순히 힐드에 대해 반란을 획책한 1급의 마족일 뿐이었다. 천계에서 그녀들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준 이유―페이오스는 즉석에서 두 가지 정도의 가설을 만들어내었고, 이내 그 가설 중 하나를 선택했다.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 도망쳐!"
아직 집 안에 있을 여신들에게 큰 소리로 고하며, 페이오스는 눈 앞의 소년에게로 뛰어들었다.
T A B L E T ― 第 4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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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귀찮게 되었군."
소년은 이마를 감싸쥐었다. 타력본원사의 정문을 뒤에 두고 서 있는 소년의 눈 앞에는, 반원형을 이루고 미사일 발사구를 소년에게 향한 채 서 있는 수많은 작은 밤페이들과 그들을 통솔하는 두 명의 로봇, 밤페이와 시글이 있었다.
"신족이 네 명이나 기거하시는 이 곳에 발을 들여놓다니, 처음 보는 악마지만 무슨 꿍꿍이지?"
시글이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 보는, 게다가 그 힘을 알 수 없지만 짙은 위압감을 풍기는 마족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었기에, 시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을 정도로 긴장되어 있었다.
"나는 단순히 그 신들과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이야. 전의는 없어."
소년은 두 팔을 들어 보였다. 소매를 탈탈 털어 위해를 끼칠 물건이 없음을 입증한 이후에도 소년은 계속 손들어 자세를 취한 채 경계를 풀지 않은 시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걱정되면 네 주인되는 신족에게 니르가 찾아왔다고 전해. 힐드와 면식이 있는 울드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테니...손님 대접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지."
이쯤 되면 아무리 마족을 격퇴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전의가 없음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소년을 보며 밤페이와 시글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작은 밤페이들이 인간의 보폭으로 한 걸음 반 정도 뒤로 물러났다. 작은 밤페이들은 소년을 감싸는 포위망이 아니라 원활한 대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이 되려는 듯, 타력본원사의 마당 중앙을 가로질러 전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스쿨드님께 보고를 할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그래, 그래주면 고맙겠군."
시글은 몸을 돌려 마루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녀가 안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힌 순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높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에 호응하듯, 지하에서 가시가 달린 넝쿨이 뻗어 나와 소년의 양 다리를 단단히 옭아매었다.
"네가 노른 세 자매를 납치하려 하고 있다는 정보가 이미 천계에 들어왔어. 순순히 오라를 받으면 아픈 짓을 하지 않겠지만..."
소년을 묶은 여신―페이오스는 손가락 사이에 끼운 장미로 소년을 겨누었다.
"허튼 짓을 하면 나는 너를 공격할 거야. 마족 니르!"
지축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또다시 두 갈래의 넝쿨이 뻗어 나왔다. 이번 목표는 다리가 봉해진 채 몸부림치는 소년의 팔이었다. 팔다리가 묶인 채 공중에 뜬 소년은 말없이 페이오스를 노려보았다. 붉은 색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고 페이오스는 그 눈동자의 색깔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무저항의 상대에게 꽤나 재밌는 짓을 하는군."
"당신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온 평화를 깨려 하는 미친 자야. 정신이 이상한 마족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어쨌든, 베르단디 자매들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게 두진 않아."
페이오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소년은 빙긋이 웃었다.
"나에게 그러할 권리가 있다면 어떨까."
"뭐?"
"아무래도 넌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네가 묶어놓고 있는 게 도대체 누구인지 말야."
"1급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속박이야. 아무리 네가 대마계장 직속의 1급마라고 해도 단시간에는 해제할 수 없―"
페이오스의 말이 끊겼다. 소년의 사지를 감고 있는 넝쿨이 울룩불룩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내부에 이형의 존재를 담은 듯, 넝쿨은 본래의 형태를 찾지 못하고 힘없이 요동치더니 결국 끊어져 버렸다.
"1급신이라, 오딘의 장난감을 관장하는 창녀 주제에 어디서 까부는 거지? 내가 알기로는 과거의 울드와 미래의 스쿨드는 2급신이고 현재의 베르단디가 겨우 1급신의 반열에 든다는데, 그럼 너는 시간의 3여신 중 두 명을 능가하고 한 명과 동급이라는 말이냐?"
땅 속에서 소년을 영격했던 그녀의 천사―고져스 로즈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 나왔다. 장미 줄기에 휩싸인 모습으로 형상화되던 평소와 달리, 그 주변에 있는 장미 줄기는 전부 시들어 있고 대신 백색의 얼음 고리가 그녀를 속박하고 있었다.
"고져스 로즈!"
페이오스는 천사의 이름을 불렀지만 축 늘어진 천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페이오스는 뇌리에 한 개의 단어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냉기로 인해 차가워진 땅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얼음―서리.
"슬슬 눈치챈 모양이군."
냉기가 땅 위를 흐르며 지상의 풀들을 물들였다. 소년의 붉은 눈이 요사스럽게 흡사 맹수와도 같은 빛을 뿜어냈다. 대마계장조차 질리게 만든 위압감이 페이오스를 뒤덮고, 페이오스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나는 노른 세 여신과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이다. 무익한 살생은 하고 싶지 않아."
"당신은...아냐, 천계에서 온 정보엔 그저..."
소년의 정체를 짐작한 페이오스는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지금 눈 앞에 있는 소년은 단순한 마족이 아니고, 현재의 신족과 마족 전체에 무한한 증오를 품고 있는 고대의 서리 거인족이다. 그러나 천계에서 그녀와 베르단디에게 전해준 정보에서 소년은 단순히 힐드에 대해 반란을 획책한 1급의 마족일 뿐이었다. 천계에서 그녀들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준 이유―페이오스는 즉석에서 두 가지 정도의 가설을 만들어내었고, 이내 그 가설 중 하나를 선택했다.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 도망쳐!"
아직 집 안에 있을 여신들에게 큰 소리로 고하며, 페이오스는 눈 앞의 소년에게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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