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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4화 - 1부 마지막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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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

 

제24화 - 최후의 섬광 -








"해냈다!!"

유적 우주선 안에 들어선 일행들은 벽면에 설치되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바깥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무라카미의 절단파가 규오의 어깨를 완전히 갈라버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규오는 대량의 피를 내뿜으면서 그대로 밑으로 추락하였다. 그 모습을 본 그들은 드디어 이겼다며 환호하였다.

'.....드디어 끝났구나....무라카미 군. 우리들의 임무가....'

그리고 그 광경은 오다기리도 볼 수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제야 맘이 편해졌다. 그 옛날 야마무라 교수가 있을 때부터 전해져온 자신들의 사명.... 그것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오다기리는 그동안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던 임무가 드디어 완수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갑자기 너무 졸렸다.

"자, 금방 치료해 드릴게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오다기리 주임님."

베르단디가 치료 법술을 시전하려 하였다. 그런데 말을 붙여 봐도 오다기리는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순간 불안해진 베르단디가 그의 호흡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경악하였다. 숨을 전혀 쉬고 있지 않았다!

"주임님?! 오다기리 주임님!!"

"할아버지!"

베르단디는 황급히 회복 법술을 걸었다. 그러나 이미 숨이 끊어진 오다기리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다는 듯 계속해서 법술을 걸었다. 옆에서는 스쿨드가 울면서 오다기리를 흔들어 대었다. 두 자매는 오다기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울드는 슬픈 표정으로 베르단디의 손을 살며시 잡아서 법술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베르단디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베르단디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울드를 바라보았다. 울드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혀 있었다.

"할아버지!!"

"그만 해...스쿨드."

아직도 울부짖는 스쿨드를 보다 못한 지로가 그녀를 살며시 껴안았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스쿨드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할아버지를 편히 쉬게 해드리자.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으니...."

잠시 멍하니 있던 스쿨드는 이내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 지로에게 매달렸다. 오다기리의 주검 옆에서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였다. 그리고 메인 브릿지에서 우주선을 조종하던 케이 역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오다기리, 크로노스에 납치돼왔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남자. 그는 마지막 순간에 그의 의지를 이렇게 사람들에게 남기고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쿠오오오오!!!!!

유적 우주선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바리어 발생부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유적 우주선이 주변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바리어를 전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추진기관이 풀 파워를 내기 시작했다. 우주선의 기세에 견디지 못한 엘리베이터 샤프트 구조물이 아래부터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유적 우주선은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면서 힘차게 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




-우르르릉!!

"큭! 대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엘리베이터 샤프트 구조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앱톰은 거대한 샤프트 구조물 전체가 강하게 진동하자 당황해 하였다. 아까 전에는 전신을 강하게 짓누를 정도로 중력이 비정상적으로 강력해 지더니만 그 현상이 사라진 후에는 이제 뭔가가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미나카미 산을 관통하는 거대한 엘리베이터 샤프트 구조물이 강하게 울릴 정도였다.

"음! 저건!!"

그 순간 앱톰은 아래에서 뭔가 아주 강한 빛이 비쳐지는 것을 보았다. 앱톰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뭔가 빛의 장막이 위로 솟구쳐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것은 엄청난 기세로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부수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이상진동의 원인은 바로 저것이었다!

이윽고 앱톰이 서 있던 자리도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여기 있다간 저 빛의 장막에 충돌할 것만 같아서 앱톰은 황급히 인근의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앱톰이 서 있던 자리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우으윽!!"

-쿵!!

빛의 장막이 올라오면서 앱톰의 전신에 아주 강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리 알고 몸을 피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저 빛의 장막에 충돌해서 앱톰의 몸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 빛의 장막은 그대로 앱톰을 지나쳐서는 위로 계속해서 상승해 나갔다. 앱톰은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뭔가 거대한 물체가 바리어를 펼쳐서는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앱톰은 저것이 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유적 기지 지하에 잠들어 있던 강림자의 우주선 이었다!!

"뭐야! 말도 안 돼! 저게 어떻게 움직인단 말이냐!!"

앱톰은 기기 막혔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잠들어 있던 그것이 왜 갑자기 부활해서는 날아오르고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지금 저 우주선의 상승력은 놀라울 지경이었다. 수만톤에 이르는 거대한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부수면서 올라갈 정도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저히 수만년동안 잠만 자던 물건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지금 기지 내부는 파멸적인 피해를 입고 있었다. 천정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벽면은 쩍쩍 갈라져 나가고 있었다. 앱톰은 이제 이 기지는 완전히 끝장이란 걸 직감하였다. 애초에 여기로 잠입했던 목적, 리헐트 규오를 흡수한다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지만 우선은 살고 봐야 했다. 그는 탈출을 결심하였다.

"젠장! 유적 기지는 이제 끝장이군."

우주선의 발진 여파는 유적 기지 곳곳에 전해 졌다. 규오의 유사 블랙홀로 인한 내부 피해를 채 수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우주선의 상승으로 인해 기지 전체가 파멸적인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전개한 바리어와 부딪힌 기지 구조물들은 그 충격을 견딜 수가 없었다. 기지 곳곳의 바닥이 내려앉고 천정이 무너져 내렸다. 기지내의 모든 구성원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수톤에 이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들이 떨어져 내렸다. 일부 전투원들은 조아노이드로 변신해서는 그걸 막아보려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들 역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에 깔려 버렸다.

크로노스의 유적 기지는 이제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이상 중력현상은 곧 멎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 전체를 진동시키면서 뭔가가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생명 반응이었다. 지구상의 생명체라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그 무엇이 말이다. 미나카미 산 정상에 모여 있던 12신장 멤버 9명들은 또다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대체 이번엔 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거냐고!"

"뭔가 거대한 생명 반응이 느껴져."

"지구상의 생명체는 아닌 것 같군. 그렇다면 설마...!"

신장멤버 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지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중력현상이야 규오가 저지른 짓이겠지만 그렇다면 지금 올라오고 있는 이 괴생명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 때 누군가가 이들의 등 뒤에 나타났다.

"유적이야. 유적이 날아오르고 있는 걸세."

"발카스 공(公)!"

"무사하셨군요!"

어느 샌가 발카스가 산 정상에 나타났다. 혹시나 발카스가 규오에게 무슨 변을 당하진 않았을까 염려하던 신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유적이라니? 이들은 즉시 발카스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발카스의 표정은 심각했다.

"수만년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던 유적 우주선이 부활한 게야. 지금 우주선은 이 기지를 뚫고 올라오고 있어. 잠시 후면 이 산의 정상 부분을 뚫고 날아오를 걸세."

"그럴 수가!"

신장 멤버들은 경악하였다. 최초 발견당시부터 그토록 열심히 연구했던 우주선이지만 기동은 고사하고 안으로 쉽게 들어가지 조차 못했던 유적 우주선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갑자기 떠오른단 말인가. 설마 규오가 한 짓일까? 아니다. 규오 따위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규오가 아니라면 과연 누굴까? 이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은 딱 한명밖에 없었다. 바로... 알칸펠!

"설마, 알칸펠께서 여기 오신 겁니까?"

"혹시 저 우주선을 가동시키고 있는 것이 알칸펠이신가요?"

알칸펠의 얘기가 나오자 발카스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알칸펠이 규오가 만든 유사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는 것을.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발카스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알칸펠이 여기 오신 거는 맞네."

"오오! 역시! 그렇다면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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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씨!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케이의 텔레파시가 들렸다. 그리고 무라카미의 앞에는 유적 우주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무라카미는 잠시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규오와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탓에 육체가 심하게 지친 것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무라카미는 일어서려 하였다. 그 때 무라카미는 어떤 강력한 기를 느꼈다. 당황한 그는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여기보다 한참 더 위쪽에 아주 강력한 기를 가진 자들이 느껴졌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만한 기를 가진 자들이라면 아마도 조아로드일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12신장 멤버들이 모인 것일까! 무라카미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라카미씨!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거긴 위험해요! 어서 안으로!!"

"아....응, 미안, 지금 들어갈게."

무라카미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바닥에 생성된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위에 강력한 기들이 느껴지는 것이 불길하긴 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뭘 어떻게 해 볼 수는 없었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케이에게 경고해 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 무라카미의 발목을 뭔가가 붙잡았다!

"억!"

-휘익!

발목을 붙잡힌 무라카미는 순식간에 뒤로 주르륵 당겨졌다. 그리고 바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본 무라카미는 경악하였다. 규오였다!

"규...규오! 이럴수가!"

"크크크... 이 내가 그 정도로 죽을 줄 알았느냐."

-꽈악!

"큭!"

규오는 무라카미의 발목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거꾸로 매달린 무라카미는 어떻게 빠져 나가보려 했지만 규오의 완력이 너무 세서 발목을 뺄 수가 없었다. 규오는 무라카미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이 건방진 실험체 녀석이.... 네 놈 공격 때문에 오른팔은 완전히 못쓰게 됐지."

무라카미의 절단파는 규오의 오른쪽 어깨뼈를 완전히 두동강 내 버렸다. 그 덕분에 규오는 오른팔을 전혀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무버는 무사했다. 무라카미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리무버를 부수지 못한 건 엄청난 실수였다. 그 순간 규오가 무라카미를 힘껏 위로 들어올렸다.

"이것에 대한 답례는 이자까지 처서 듬뿍 해주마!! 이 시작체 놈아!!"

그리고 규오는 그대로 무라카미를 힘껏 바닥에 패대기쳤다.

-쿠웅!!

"커헉!"

-쿠웅! 콰앙!! 쿠쿵!!

규오는 계속해서 무라카미를 인정사정없이 바닥에 패대기쳤다. 이미 체력이 고갈된 무라카미는 저항할 힘이 없어서 규오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무라카미를 미친 듯이 패대기치면서 규오는 광소하였다.

"크하하하!! 벌써 지친 거냐! 아까전의 기세는 어디로 갔냐!!"

-콰앙!

"커허억!!"

"폐기물 주제에 감히 조아로드에게 이빨을 드러내다니! 이 건방진 쓰레기 녀석!!"

-쿠웅!

케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유적 우주선의 외벽을 조종해서는 무라카미를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였다. 유적 우주선의 표면이 물렁물렁해 지더니 곧 무라카미를 감싸 안을 기세로 활짝 펼쳐졌다. 그러나 규오가 무라카미를 꽉 붙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대로는 규오까지 같이 내부로 끌어들일 판이었다. 당황한 무라카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치며 케이를 제지하였다.

"아...안돼! 케이!! 규오를....리무버를 가진 놈을....안으로 들여서는 안 돼!!"

그 말을 들은 케이는 이를 악물었다. 분하지만 무라카미의 말이 맞았다. 지금 놈을 안으로 들였다가는 무슨 큰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케이로서는 무라카미를 따로 떼어놓을 방법이 없었다. 케이는 분함을 꾹 참으며 우주선의 외벽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그러자 규오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웃으면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케이? 호오~ 그런가. 유적을 움직이고 있는 건 바로 너였구나! 가이버 I !!"

-콰앙!

"윽!"

규오는 다시 무라카미를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발목을 잡고 있던 왼손을 풀어서는 무라카미의 오른손을 움켜쥐고 뒤로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오른팔에 가해지는 힘때문에 무라카미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들리나? 가이버 I. 이 녀석을 살리고 싶거든 당장 거기서 튀어나와라. 안 그러면 이놈의 목숨은 없다!"





******************************************





우주선 내부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한 채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규오가 살아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끄아아아!!"

우주선 안에 있는 일행들에게도 무라카미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다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핫세는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절규하였다.

"제발! 제발 그만해!!"

-"아아악!!"

-"자! 빨리 나와라! 가이버 I !!"

규오는 무라카미의 팔을 억지로 잡아당기며 케이를 도발하였다.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울드와 린드가 뛰쳐나가려 하였다. 하지만 유니트가 없는 그녀들은 이 방을 나갈 수가 없었다. 울드는 아키토에게 여기서 나갈 수 있게 통로를 열어 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아키토는 고개를 저었다.

"이봐! 넌 무라카미를 저대로 죽게 내버려 둘 셈이야!!"

"진정해.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규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꼴밖에 안 돼."

무라카미가 저렇게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는 설령 울드나 린드가 나간다 해도 함부로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들에게 통로를 열어준답시고 아키토가 같이 따라 나갔다가 규오의 리무버에 당하기라도 하면 그걸로 끝장이었다. 무라카미가 단신으로 규오에게 맞섰던 이유도 어떻게 해서든 규오를 가이버와 접촉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의 뜻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비정하지만 저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아키토를 제외한 아무도 그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 울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당장 내보내 달라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베르단디 역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이 아키토와 케이에게 무라카미를 구출해 달라며 애원하였다. 지로도 아키토를 쏘아보며 정말 저대로 둘 거냐며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린드는 아키토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와는 상관없이 린드는 규오가 가진 리무버를 탈취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역시 아키토에게 통로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아키토는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하였다.

-"나...나오지마!!"

그 때 스크린에서 무라카미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무라카미는 팔이 뜯겨 나갈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절대로...나오지...마! 어차피...어차피 나는....!!"

그 순간 핫세는 무라카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핫세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 말만은... 그 말만은 절대로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안 돼! 말하지 말아요!!"

-"어차피...난 곧 죽을 몸이야...."




******************************************




순간 우주선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 무라카미의 충격적인 말에 다들 경악한 채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라카미는 계속해서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 몸은 이미....한계에 달해 있었어.... 여기서 살아남는다 해도....앞으로 2~3일 밖에 살지...못해...."

아무도 그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제까지 무라카미의 전투 광경을 지켜보면서 전투 형태로의 변신이 상당히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수명까지 깎아먹는 행위였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사실은 무라카미와 오다기리만의 비밀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무라카미의 뜻을 따라서 오다기리는 끝까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베르단디들 뿐만 아니라 함께 동고동락해오던 연구 스텝들에게 까지.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그 두 사람 이외에도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소녀가 있었다.

"흐...흑..! 으흐흑!!"

핫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오열하였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저렇게 만신창이가 돼가면서까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무라카미의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었다. 저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자신들을 생각하는 무라카미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차라리... 차라리 도와달라고 소리 쳤으면 이렇게나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 것을.....

"하...핫세씨...."

"핫세, 너...설마 알고 있던 거니?"

베르단디와 지로가 물었지만 핫세는 그저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고만 있었다.

-"끄아아아!!!"

다시 무라카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비명 소리에 섞여서 악마처럼 웃고 있는 규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핫세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두 귀를 틀어막고는 무릎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절규하였다.

"제발!! 제발 그만해요!!!"

-"뭐하는 거냐! 빨리 나오지 않으면 이 녀석의 목숨은 없어!!!"

-우두둑!!

-"안 돼!! 나오지.....끄아아아악!!!!"

규오의 힘에 견디지 못한 무라카미의 팔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어깨 관절이 빠져 버리면서 팔이 한계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규오는 잔인하게도 그 짓을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케이가 절규하였다.

"그만 둬어어어!!!!"

그 순간 규오는 잔인하게도 무라카미의 팔을 더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그 힘을 못 견딘 무라카미의 팔이 그대로 뜯겨 나가 버렸다. 무라카미의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투둑! 찌이익!!

-"아아아악!!!!"




******************************************





-쿠구구구!!!

드디어 미나카미 산 정상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적 우주선이 이곳을 뚫고 올라오기 직전이었다. 신장 멤버들은 황급히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 피했다. 그리고 다들 숨을 죽이며 미나카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콰콰콰콰!!!!

거대한 빛의 구가 미나카미 산 정상을 뚫고 솟구쳐 올라왔다. 바리어에 감싸인 유적이었다. 신장 멤버들은 수만년만에 드디어 부활한 강림자의 우주선을 경이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빛의 구는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었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저걸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 저걸 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느냐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위이이잉....

"아니?! 유적이...!"

"...멈췄다?"

그런데 갑자기 유적이 허공에 멈춰 섰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바리어도 사라졌다. 갑자기 우주선이 멈추자 신장 멤버들은 당황해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서 멈출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에너지가 모자란 것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것일까.




******************************************




"후후후후..."

우주선 전체를 덮고 있던 바리어가 사라졌다. 그리고 우주선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이게 뭘 의미하는 지는 뻔했다. 규오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유적 우주선의 표면이 저절로 열리더니 뭔가가 밖으로 나왔다. 바로 가이버 I 이었다. 우주선을 조종하던 가이버 I 이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우주선의 기능이 정지된 것이다.

"드디어 나왔구나, 가이버 I. 크크크....!"

케이는 그대로 규오와 대치하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케이도 알고 있었지만 무라카미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그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가 2~3 일 밖에, 아니 설령 두세 시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해도 케이는 도저히 그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보며 무라카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바...바보 녀석.... 왜...나온거야...!"

무라카미는 처참한 모습으로 규오에게 붙잡혀 있었다. 오른팔은 완전히 뜯겨 나갔고 전신에는 타박상이 가득했다. 남은 왼팔을 규오에게 붙들린 채로 그는 허공에 그냥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케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규오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

"자, 나왔다. 규오. 이제 무라카미 씨를 돌려줘!"

케이는 규오를 노려보며 강하게 무라카미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규오는 피식 웃었다.

"뭐, 좋다. 이제 이 녀석은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다만..."

-키이이잉!!

갑자기 규오의 조아 크리스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에 공명하기 시작한 무라카미의 크리스털도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라카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끄아아악!!!"

"규..규오!! 무슨 짓을...!"

케이가 경악해 하는 순간 무라카미의 조아 크리스털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규오의 조아 크리스털과의 과도한 공명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규오는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체로 만들어서 돌려주마!!"

-쨍그랑!

"아아아악!!!"

"무라카미 씨!!!"

무라카미의 조아 크리스털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무라카미의 크리스털을 깨버린 규오는 그대로 케이에게 무라카미를 휙 던졌다. 케이는 황급히 달려가서 떨어지는 무라카미를 받아 냈다.

"무라카미씨! 무라카미씨! 정신 차리세요!!"

"으...으으윽..."

케이가 애타게 무라카미를 불렀지만 그는 신음만 흘릴 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아 크리스털은 조아로드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 그것이 깨져 버렸으니 지금의 무라카미는 생명이 위태로웠다. 케이는 도대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었다.

"후후후...."

그리고 그 사이에 규오는 오른팔에 있는 리무버를 전개 시켰다. 생체 에너지 충전은 아까 다 했으니 이젠 쏘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규오의 오른팔은 어깨가 완전히 망가져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규오는 왼손으로 리무버를 받쳐서 케이를 조준하였다. 케이는 바로 그 순간 까지도 규오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규오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규오는 바로 자신의 등 뒤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스윽

규오의 뒤쪽에 있는 바닥이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아키토가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오른쪽 흉부 장갑을 열어서 메가 스매셔를 가동 시켰다. 메가 스매셔에 에너지가 충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가 스매셔가 발사되기 직전에 규오가 그만 낌새를 눈치 채고 말았다. 규오가 몸을 휙 돌려 리무버를 아키토에게 조준하였다.

"이놈! 거기냐!!"

규오가 자신을 눈치 채고 리무버를 겨누자 당황한 아키토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와 동시에 아키토의 메가 스매셔가 발사되었다.

-퍼어어엉!!!!

그러나 옆으로 몸을 날리는 바람에 자세가 흐트러져서 스매셔는 규오를 맞추지 못하고 빗나가고 말았다.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규오도 마찬가지였다. 리무버가 발사됨과 동시에 메가 스매셔가 발사되자 규오 역시 그걸 피하느라 조준이 흐트러지고 만 것이다. 바리어를 못 쓰는 지금의 규오는 메가 스매셔에 노출된다면 그걸로 끝장이었다. 리무버의 파동 역시 전혀 엉뚱한 데로 발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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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엉!!!!

갑자기 유적 우주선의 꼭대기 부분에서 엄청난 빔이 뻗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유적 우주선을 보고 있던 신장 멤버들은 깜짝 놀랐다. 특히 그것을 본 발카스는 경악하였다. 저 빛은 틀림없이 그 놈들이 날린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발카스는 비장한 투로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들, 힘을 합쳐서 유적을 공격하자....!"

"뭐라고요?!"

"유적을...공격?"

발카스의 말에 모두는 당황한 표정으로 발카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저걸 왜 공격한단 말인가. 그냥 떠오르기만 했을 뿐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발카스는 유적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그 빛을 보았겠지? 그건 틀림없이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다. 즉, 유적은 녀석들의 수중에 있다는 뜻이야."

그러고 보니 그 엄청난 빛의 기둥은 가이버가 발사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빔을 발사할 수 있는 건 자신들 십이신장 멤버들과 가이버를 제외하면 아주 극소수의 하이퍼 조아노이드 정도뿐이었다. 그런게 유적 우주선에서 발사된 거라면 가이버들이 저 유적 우주선에 있다는 뜻이 된다. 아마도 우주선을 띄운 것도 녀석들의 짓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걸 파괴하자니! 저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강림자의 유산이었다. 지구 각지에 퍼져있는 말라비틀어진 우주선 화석들 따위와는 달리 완전한 형태로 살아있는 우주선이었다. 그 학술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걸 파괴해 버리자는 발카스의 말을 다들 납득할 수 없었다.

"물론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유적을 놈들에게 넘겨 줄 수는 없어...!"

사실 발카스로서는 내리기 싫은 아주 괴로운 결정이었다. 조아로드이기 전에 한 사람의 과학자인 발카스도 저 우주선을 계속 연구하고 싶었다. 과학자로서의 탐구열이 발카스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하지만 발카스는 결심을 하였다. 그 옛날 강림자들과 똑같은 장비를 걸치고 있는 가이버들이 저 우주선을 장악했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가이버와 우주선의 접촉은 언젠가 크로노스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저것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아깝긴 해도 가이버에게 주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발카스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파괴하는 거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저걸 파괴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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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케...케이...."

"무라카미씨!"

무라카미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케이를 보며 힘겹게 말을 하였다.

"부탁해.....케이.....너희들은....인류 최후의....희망...."

"......"

"야마무라 교수님과...우리들의 의지를.... 헛되게....하지...마......"

그리고 무라카미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깜짝 놀란 케이가 무라카미를 흔들면서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헤드 센서에도 무라카미의 생명반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감지되었다. 결국 그는 이렇게 한 많은 생애를 마친 것이다. 케이는 아무 말 없는 그의 시신을 끌어안고 오열하였다.

"무라카미씨......흐흑....."

그리고 우주선 안에 있던 베르단디들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슬퍼하였다. 스쿨드는 베르단디의 품안에 파묻혀서는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제....이제 싫어...! 누가 죽는 건....죽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으흐흑!!!"

베르단디 역시 스쿨드를 꼭 끌어안으며 오열하였다. 그리고 핫세 역시 더욱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지로가 보듬어 안으며 위로하였다. 오다기리 주임에 이어 무라카미 까지, 함께 해온 동료의 잇따른 죽음에 모두가 비통해 하였다. 린드는 스크린을 보며 무라카미에게 경례를 올렸다. 천계의 왈큐레로서 최후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용감한 전사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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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규오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케이의 가슴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저 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케이마씨, 오다기리 주임에 이어 무라카미 까지.... 놈의 광기어린 야망에 희생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유니트 가이버란건 애초에 네놈들에게는 너무 벅찬 장난감일 뿐이야. 쓰려면 나 같은 사람이 써야지. 지금 당장 네놈들의 몸에서 그걸 떼어내 주마!"

-철컥!

규오는 리무버를 다시 발사준비 태세로 만들었다. 그 순간 케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그는 규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규오의 앞에서 높이 점프하였다. 그 상태에서 케이는 왼쪽의 흉부 장갑을 열어서 메가 스매셔를 발동시켰다. 케이의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규오! 모두의 원수를 갚겠다!!!"

"아..아니!!"

갑자기 가이버 I 이 돌격해 오자 당황한 규오가 리무버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아직 파동을 발사할 정도의 에너지가 모이지 않았다. 규오는 황급히 리무버에 자신의 생체 에너지를 집중하였다. 케이의 메가 스매셔도 아직 에너지가 모이는 중이었다. 이제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상황이었다.

"케이!! 놈의 리무버 보다 빨리 스매셔를 쏴!!"

아키토 역시 두 사람의 대결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매셔의 발사 시간이 이때처럼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케이와 규오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이..이 놈이! 당할까 보냐!!"
 
"죽어라!!! 규오오오!!!!"

-콰아아앙!!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에 뭔가 엄청난 빔이 작렬하였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공격을 중단하고 황급히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이건 아키토나 케이가 날린 빔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당황한 케이와 아키토, 그리고 규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파앙!!

-푸슈웅!!!

그 직후 하늘에 떠있던 그들이 유적 우주선을 향해 에너지파를 날리기 시작했다. 유적 우주선의 곳곳에 그들이 날린 빔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유적의 표면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갔다. 세 사람은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콰쾅!!

-쿠쿠쿵!

"으윽! 저...저 녀석들은 뭐죠?!!"

"아마도.... 12신장 일꺼다."

아키토의 대답에 케이는 깜짝 놀랐다. 12신장! 일전에 무라카미가 말해줬던 크로노스를 통솔하는 최고 간부 집단. 지금 그 놈들이 여기 전부 모여 있던 것이다! 케이와 아키토는 당황해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적 우주선의 표면은 십이 신장들의 공격으로 인해 이미 만신창이였다. 아마도 놈들은 이 우주선을 완전히 파괴해 버릴 작정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케이와 아키토 둘 만으로는 열 명이나 되는 조아로드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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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쿵!!

"꺄악!"

우주선 안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동요하고 있었다. 우주선 전체가 거세게 진동하자 깜짝 놀란 스쿨드는 베르단디의 품에 매달렸다. 베르단디도 그런 스쿨드를 꼭 끌어안은 채 불안한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였다. 베르단디나 스쿨드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스크린으로 바깥 상황을 보면서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서는 우주선에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공격을 받으면 우주선이 도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젠장! 케이!! 내 말 들려?! 우릴 나가게 해줘! 우리도 싸우게 해 달라고!!"

울드가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스크린에 비치는 케이를 보며 소리쳤다. 울드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우주선 안에 갇힌 채 허무하게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나았다. 린드 역시 스크린을 보며 소리쳤다. 평소의 린드 답지 않게 흥분된 모습이었다.

"케이! 그러고 있을 때가 아냐!! 빨리 조종실로 복귀해! 이대로 가다간 몰살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쳐도 바깥에 있는 케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 방안에는 바깥 상황을 보여주는 스크린 밖에는 없었다. 케이가 우주선을 조종할 때는 유적 우주선의 기능을 이용해서 케이가 모두와 텔레파시로 대화가 가능했지만 그가 우주선 밖으로 나간 지금은 이쪽에서 말을 걸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곳을 탈출할 수도 없었다. 유적 우주선 내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가이버 뿐이다. 지금 가이버 두명이 다 밖에 있는 현재는 이들은 이 방안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벽을 부수고 나가려 한다면 용해액이 분비돼서 이들을 녹여버릴게 분명했다. 베르단디는 불안한 눈으로 스크린에 비친 케이를 바라보았다.

'케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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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오 역시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지가 바로 눈앞에 와 있었는데 어느새 나타난 12신장 놈들이 훼방을 놓고 있었다. 가이버 둘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12신장의 나머지 멤버 전원까지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지금 규오의 몸 상태로는 한명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다. 규오는 가볍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후 몸을 돌려 유적 아래쪽으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앗! 규오!!"

그 때 케이가 도주하는 규오를 봤다. 케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놈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케이가 소리치면서 규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규오!!"

"케이!!"

케이의 행동에 깜짝 놀란 아키토는 당황해 하며 케이를 불렀다. 12신장에게 포위된 지금 상황은 이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당장이라도 다시 우주선을 조종해서 여길 벗어나야 했다. 그렇다고 리무버를 가진 규오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저 놈이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면 그 때는 쓰러트리기가 더욱 더 어려워진다. 부상을 입고 잔뜩 지친 지금이 찬스였다. 아키토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순간 갈팡지팡 하였다. 그 때였다!

-파슈웅!!

-콰직!

"끄아아아아!!!!"

12신장들 중 한명이 날린 빔이 아키토의 왼팔을 절단해 버렸다. 아키토는 비명을 지르며 잘린 부위를 움켜쥐었다. 아키토의 비명에 깜짝 놀란 케이가 뒤돌아서서는 아키토에게 달려왔다. 잠시 고통스러워하던 아키토는 이내 결심을 굳혔다. 그는 케이에게 힘겹게 소리쳤다.

"케이! 규오를...규오를 놓쳐선 안 돼!!"

"하...하지만 마키시마 선배! 지금 선배는...!"

"난 상관 말고 놈을 잡아! 지금밖엔 놈을 해치울 기회가 없어!!"

잠시 고민하던 케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몸을 돌려 규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키토의 말이 맞았다. 역시 저 놈을 끝장내놓지 않으면 앞으로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 분명했다. 케이는 규오를 쫓아 유적 우주선의 아래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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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분하지만 할 수 없지. 일단은 몸을 피할 수밖에...."

규오는 이를 갈며 유적의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은 규오에게 너무나 불리한 상황이었다. 유사 블랙홀을 한 번이라도 더 쓸 수 있다면 저놈들도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G.P를 모두 다 써버린 현재는 그게 불가능했다. 지금 가이버를 눈앞에 두고도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분했지만 리무버를 가지고 있는 이상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올 것이다. 일단은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파지직!!

그 때 규오의 바로 앞쪽 상공에 뭔가 강력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의 공간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공간이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깜짝 놀란 규오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아앗!!

이윽고 그 일그러진 공간 너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한창 유적에 공격을 퍼붓던 신장 멤버들도 그것을 보자 공격을 중지하였다. 그리고 우주선 안에 있던 베르단디들과 케이들도 숨을 죽였다.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인간처럼 생긴 '무엇'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었다. 황금빛을 발하는 그것은 어깨나 팔에 새의 깃털 비슷한 것이 달려있는 것이 마치 새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의 이마에는 너무나 낯익은 물체가 박혀 있었다. 바로 조아 크리스털 이었다. 그것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규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딜 가냐, 리헐트 규오."

"으악!! 아..알칸펠!!!"

그 목소리를 들은 규오는 저게 누군지 금방 알아차렸다. 알칸펠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저 모습은 알칸펠의 전투 형태가 틀림없었다. 규오는 경악하였다. 틀림없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걸 보았는데 녀석은 이렇게 살아있었다! 블랙홀 안에서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찌부러져 사라져 버리는 데도 놈은 도대체 어떻게 하였는지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규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오오! 알칸펠!!"

"역시 무사하셨군!"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신장 멤버들은 환호하였다. 발카스 박사로 부터 알칸펠이 규오가 만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는 말을 들었던 신장 멤버들은 알칸펠의 생사가 너무나 걱정이 되었었는데 다행히 알칸펠은 멋지게 살아 돌아온 것이다. 발카스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 였다. 알칸펠은 그 고중력의 지옥에서 생환한 것이다. 역시 자신들의 주인다웠다.

알칸펠이 규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규오의 몸이 저절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알칸펠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끌려가는 동안 규오는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전투 형태의 알칸펠의 기세에 완전히 압도당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윽고 규오는 알칸펠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알칸펠은 규오의 이마에 있는 조아 크리스털에 손을 대었다.

"조아 크리스털을 다시 돌려받겠다."

-우두둑!

알칸펠이 규오의 조아 크리스털의 틈새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규오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알칸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알칸펠이 규오의 조아 크리스털을 꽉 움켜쥐었다.

"아...안돼!! 제발 그만....!!!"

-콰지직!!

"끄아아아아아!!!!!!"

알칸펠은 그대로 규오의 이마에서 조아 크리스털을 뽑아내었다. 규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알칸펠은 규오의 오른팔에 달려있는 리무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것까지 함께 뽑아내려 하였다. 바로 그 때였다.

-퍼억!!

"웃!"

갑자기 규오의 가슴을 뚫고 뭔가가 튀어 나왔다. 다름 아닌 중력탄이었다. 깜짝 놀란 알칸펠은 급히 상승해서 그걸 피했다. 그리고 그 덕에 알칸펠의 염력에서 풀려난 규오는 그대로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조아 크리스털을 적출 당하고 가슴에 치명적인 관통상 까지 입은 규오는 정신을 잃었다. 규오는 우주선의 발진 때문에 미나카미 산에 뚫린 커다란 구멍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규오의 모습은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리무버를 회수하기 직전에 뜻밖에 훼방을 당한 알칸펠은 중력탄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그러자 그 쪽에 유적 우주선 위에 있는 두 놈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의 중력탄은 저 놈들이 날린 게 틀림없었다.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가이버였다. 알칸펠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저 놈들인가. 버러지 인간 놈들의 무시무시한 식장체라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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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오의 등 뒤에 중력탄을 날린 건 아키토였다. 규오가 꼼짝도 못하던 그 상황이 규오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잡은 아키토는 그대로 놈에게 프레셔 캐논을 날렸고 그것은 그대로 규오의 등을 뚫었다. 그리고 규오는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이로서 모두의 원수를 갚았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키토는 다급하게 케이에게 소리쳤다.

"케이!! 스매셔다, 서둘러!!!"

"마키시마 선배? 갑자기 왜...?!"

"좌우지간 서둘러!"

케이는 당황해 하면서도 하늘에 떠 있는 황금색의 조아로드를 향해 서서는 양쪽 흉부장갑판을 활짝 열어서 메가 스매셔를 준비하였다. 아키토 역시 부상을 입은 몸을 일으켜서는 무사한 오른팔로 오른쪽 흉부 장갑을 열어서 메가 스매셔를 발동시켰다. 곧 두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마키시마 선배, 저 녀석은 뭐죠?"

"나도 몰라! 하지만 적이란 건 틀림없어.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놈이야!"






케이와 아키토가 스매셔를 날리려는 모습은 우주선 안에 있던 베르단디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여신들은 새로 나타난 저 '황금의 조아로드'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린드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탈출 직전에 그녀가 느꼈던 무시무시한 기운은 규오의 것이 아니라 바로 저 놈의 것이었다. 저 자의 엄청난 기에 압도된 린드는 공포에 질려 몸을 떨어대었다. 어떠한 적과 대치한다 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던 그녀가 단지 기운만으로 압도된 것이다.

베르단디 역시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스크린을 보며 케이를 애타게 불렀다.

"케이씨!! 위험해요! 제발 도망치세요!!!"

저대로 내버려 두면 케이는 이번에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베르단디는 계속해서 케이를 불렀지만 안타깝게도 케이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키이이잉!!

두 사람의 메가 스매셔가 발사 직전에 도달하였다. 그 때까지 저 조아로드는 그저 꼼짝도 안하고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케이와 아키토는 잔뜩 긴장한 채로 놈을 보고 있었다. 상대의 정확한 실력을 알 수 없을 때는 이쪽이 가진 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다. 게다가 아까 규오가 전혀 저항도 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놈은 규오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란 걸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간절히 빌었다. 지금 메가 스매셔가 이 둘이 낼 수 있는 최강의 카드였다. 이게 안 통한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 아키토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쏴라아아아!!!!!"

-퍼어어엉!!!

-투오오옹!!!!

케이와 아키토의 필살의 메가 스매셔가 불을 뿜었다. 스매셔의 광선은 이내 하나로 합쳐져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스매셔의 광선은 그 조아로드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였다. 제발 먹혀라!

-위이잉!

그 순간 그 조아로드의 전신이 한층 더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메가 스매셔를 막는 듯 한 포즈를 취했다. 그 직후 메가 스매셔는 그 조아로드와 충돌하였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매셔의 섬광이 다시 케이 쪽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투오오옹!!!

케이와 아키토가 미처 정신 차릴 틈도 없었다. 그 조아로드에게 스매셔가 명중됐다고 본 순간 갑자기 스매셔의 섬광이 이들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스매셔의 섬광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콰아아앙!!!

되튕겨진 메가 스매셔는 두 사람을 지나 그대로 유적 우주선을 관통한 후에 지면에 작렬하면서 대 폭발을 일으켰다. 잠시 후 유적 우주선의 표면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선은 그대로 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케이는 우주선이 대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알았다. 엄청난 섬광으로 인해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자기 몸에 어떤 이상한 감각을 느낀 그는 무심결에 자기 발을 내려다보았다. 스매셔의 섬광을 얻어맞은 자신의 몸이 발부터 시작해서 급격하게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케이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자기 몸이 부서져 가고 있는 것이다!

"전 일급신 2종 비한정 베르단디라고 합니다."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단 딱 한 가지만 들어 드릴 수 있어요."

"너 같은 여신이... 쭉 내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갑자기 베르단디와 처음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이제까지 베르단디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기쁜 일, 슬픈 일,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베르단디와 지냈던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전부 다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지상계로 내려온 울드와 스쿨드와의 만남.... 그 밖에 만났던 여러 사람들..... 베르단디 덕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베르단디가 있었다.

'베르단디.....'

'케이씨.'

베르단디의 해맑은 미소가 보였다. 언제나 그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그녀의 미소.... 갑자기 왜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 걸까. 사람은 죽기 직전에 그간의 생이 눈앞에 전부 스쳐지나간다고들 하였다. 그렇다면 역시 그렇구나..... 케이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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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유적 우주선은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불붙은 유적의 파편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본 신장 멤버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였지만 발카스는 전혀 환호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림자의 마지막 유산은 결국 이렇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과학자로서 그는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가볍게 가이버들과 유적 우주선을 박살낸 알칸펠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미나카미 산이 비쳐졌다. 아까 규오가 저 구멍 속으로 추락한 것을 봤으니 서둘러 내려가서 리무버를 회수해야 했다. 낙하 충격 때문에 리무버가 혹 망가지지는 않았을까 염려되었다. 알칸펠은 서둘러 밑으로 내려가려 하였다. 그 때 구멍 속에서 뭔가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미나카미 산 전체를 진동시키면서 급속도로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알칸펠은 황급히 위로 상승하였다.

"저건....마그마!"

미나카미 산 유적기지가 있던 곳에서 마그마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유적 우주선의 발진 충격으로 인해 얇은 지각이 갈라지면서 결국 마그마가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오다기리가 염려했던 대로 미나카미 산은 이제 졸지에 화산이 되어 버렸다.

-쿠우우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마그마가 미나카미 산 정상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흘러나온 마그마는 그대로 산 아래로 흘러내려오며 주변 숲을 모두 불태우고 있었다. 크로노스의 미나카미 산 유적 기지는 이렇게 확실하게 소멸하였다.

알칸펠은 미나카미 산에서 좀 떨어진 언덕위에 착지하였다. 그리고 전투 형태를 풀었다. 알칸펠은 마그마가 분출되고 있는 미나카미 산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결국 리무버는 저 마그마 속에서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의 유일한 '희망'이 이렇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알칸펠은 분하다는 듯이 미나카미 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발치에 어떤 시체 한구가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조아로드의 시체였다. 조아 크리스털이 깨져있고 오른팔이 뜯겨져 나간 그것은 바로 무라카미의 시신이었다. 유적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폭풍이 여기까지 그를 날려 보낸 것이다. 알칸펠은 잠시 그 시신을 지긋이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규오의 조아 크리스털을 보고는 이내 무언가를 결심하였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발카스를 비롯해서 다른 신장 멤버 열 명이 무릎을 꿇고 알칸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는 발카스를 보며 말했다.

"해밀컬."

"예."

알칸펠은 발카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나카미 산에서는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엄청난 비를 쏟을 듯이 잔뜩 흐려 있었다.






강식장갑 가이버 제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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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계는 숨을 죽였습니다.

어둠이 빛을 가리고, 불길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순간부터 잔혹한 현실에 울어야 했습니다.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는 세상.....




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하늘을 가린 그 먹구름을 걷어내어 우리들에게 다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해 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빛을 가져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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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coming soon......





p.s : 휴우~ 길었습니다....-_-;;; 이로서 강식장갑 가이버 제 1부가 끝났습니다. 정말 길었어....orz 사실 생각 같아서는 TV판처럼 26화에 바로 '그것'을 출연시키고 그냥 작품 자체를 쫑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어딘가 좀 아쉽더군요. 그래서 일단 여기까지를 1부로 잡고 잠시 재충전후 2부를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문제는 설정인데..... 아직 2기 제작 소식도 안 들리는데 (아니, 근본적으로 2기를 만들 생각은 있나??  orz) 앞으로 2부 연재할 때 설정은 어떻게 올릴지 난감합니다. ^^;;;; 만화책에 실려 있는 설정 이미지를 올리면 되긴 되는데 그래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2부 시작은 올 11월쯤으로 잡고 있습니다. 대략 수능 시험 이후가 되겠군요. 뭐, 전 수능은 안칩니다만 그래도 그 때 올리면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실 시간이 나지 않을까 해서요....^^;;;; (하긴, 이렇게 길기만 한 글 누가 읽겠어....orz)
 
그 동안 1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쉰 다음에 2부에서 뵙겠습니다. (꾸벅)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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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왠지 살아 있을 것 같던 녀석이었다는...

즐거운 휴식 잘 취하시고 꼭 다시 올리시길.[혼자 쓰면 너무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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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1월 까지는 겨우 두달정도 밖에 안남았어요. ^^;; 솔직히 2부는 앞으로 어찌 연재해야 좋을까 좀 암담하다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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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회에서 끝내다니...

꾸준히 활약해 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카렌밥도 힘을 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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