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1. 아타락시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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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이 다크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맑디 맑은 하늘과, 그리고 환한 햇살이외에는 보일리가 없었다. 착각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다크엔은 마을 광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 * *
"슬슬, 준비를 해야겠군. 안락한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다. 이 곳으로 초대된 자들에게 약속한, 자신의 힘을 시험 할 수 있는 고된 시간을────"
아타락시아를 내려다보는 한쌍의 푸른 눈빛은 마치 비릿한 미소를 짓는 것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 * *
"엇? 피카냐? 그건 뭐냐?"
"에── 요정인데요?"
작고 푸른빛을 뿜고 있는 잠자리 만한 소녀가 피카냐의 어깨에 기대어 반쯤 졸고 있었다.
"요, 요저어어엉!?"
"네. 요정이요."
일전에 지독하게 당했던 다크엔에게 있어서 요정이란 일종의 시한폭탄이었다. 그런데, 피카냐라는 꼬맹이가 요정을 어깨에 걸치고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꽤나 친한듯이 팔자좋게 졸고있는 상태로 말이다.
"흠, 저건 페어리가 아닐세."
"흐어억!? 언제 나타난 겁니까? 마가렛 할망── 아니 할머니."
"중간에 신경쓰이는 단어가 들어있군 젊은이."
마가렛 할멈은 다크엔을 향해서 가늘게 눈고 바라보았다.
"그건 신경 꺼주세요."
"뭐, 그러도록하지. 저건 어제 자네가 잡아온 페어리가 아닐세. 저건 스프라이트 일세."
"스프라이트?"
"페어리는 자연에서 생겨난 일종의 자연령. 하지만 스프라이트는 그것과는 다르게 나타난다네."
"어떻게 나타나죠?"
"글쎄. 나도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들려오는 몇가지 가설을 알고 있네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가설을 말하자면, 어떤 특정인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하더군."
뭔가, 마가렛 할멈의 다른 모습에 다크엔은 긴장을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기사 그가 마가렛 할멈에게 당했던 일을 회상해보자면 결코 저러지 않는것도 이상한 일일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피카냐는 다크엔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저기, 저 이제 퀘스트를 마무리하러 가야하는데. 괜찮다면 먼저 가도 될까요?"
"그래. 갑자기 불러세워서 미안."
"괜찮아요."
피카냐는 요정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렇다면 피카냐의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생겨난 것인가요?"
"그렇지. 페어리는 오랜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장난스럽고 자극적인 놀이를 좋아하지만, 스프라이트는 순수한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태어나기 때문에 얌전하고, 순수하며, 순종적이라고 하지."
"오오, 그러면 저도 만들 수 있나요?"
"꿈 깨셔. 네 녀석처럼 다 커버린 상태에서는 순수한 마력의 파장을 기대하긴 글렀으니."
"그렇군. 칫! 요컨대 아직 피카냐는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한 소년이라는 것인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더럽혀진 것은 아닌데 말야."
"젊은 놈이 늙은이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누가 육신의 순결을 말했냐? 정신과 영혼의 순결함이지."
따콩!
마가렛 할멈은 다크엔에게 꿀밤을 한대 놓고서는 자신의 가게쪽으로 걸어가버렸다.
* * *
[필수 퀘스트 발생!]
그 일은 평화로운 저녁에 발생되었다. 오랫만에 4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식사를 하려는 순간에 말이다. 4권의 책이 한자리에 모인 순간, 서로 황금빛으로 빛을 뿜으며 허공중으로 황금빛의 글들이 떠올랐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1. - 오래전 아타락시아는 인간을 비롯하여 많은 이종족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가, 서로는 반목을 거듭하여왔고, 종시에는 다른 이종족들은 모두다 떠나간채, 인간들만이 남아서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이 순간, 타 세계로부터의 모험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 이제 이곳에서 진정한 시험이 시작된다. 이제 아타락시아를 둘러싼 모든 방어벽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모험가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타 세계로부터 벗어나서 이 세계의 용사들로 거듭날 것이다.]
"전? 설? 거기다가 1은 또 뭐냐?"
베이더가 불만스럽게 반문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퀘스트가 종료되고, 곧이어 문자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2. - 과거의 평화는 깨어졌다. 그대들이 존재하는 이곳은 혼란으로 뒤덮혀있는 제로스 대륙. 아타락시아의 방어벽은 사라져감에 따라, 이종족의 출현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어벽 밖의 다른 거대한 국가들의 침범도 나타날 것이다. 그대들 모험가들이여. 이제 아타락시아로부터의 마지막 퀘스트를 부여코자 한다.]
모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허공중의 황금빛 글들이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씨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한번 황금빛의 글씨가 허공중에 나타났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3. - 사신의 공간에 초대된 플레이어들이여. 생존하라. 2일후, 최후의 낙원 아타락시아의 모든 방어벽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종족과, 거대한 국가들의 침범으로 아타락시아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대들이 가진 모든 힘을 합하여 생존하라. 그것이 이 필수 퀘스트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고 2일후 플레이어들이 새로이 안착할 세이프존을 표시할 것이다. 바로 그곳을 찾는 것이 두번째 목표. 필수 퀘스트는 3일의 카운트다운이 없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뿐. -사신 데이모스-]
"사신. 우리를 이곳에 초대한 자인가?"
"드디어 시작인 것이군.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멸망이라면───"
피카냐는 말을 완전히 끝내지 못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주동안, 짧다면 짧은 것이고, 길다면 긴 그 기간동안에 이 평화로운 마을에 정들었던 것이다. 4명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저녁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다크엔은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넣고 있었다. 그리고 가져온 군용잡지를 잘 살펴보며, 위급할 때에 불러낼 무기들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었다. 이자요이를 꺼내서 휘둘러보기도 하고, 스스로 정제한 물약들을 다시한번 점검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이군. 가슴이 떨려야 하는데, 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말에, 무턱대고 참가한 자신. 이 세계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날려버릴 만큼 즐거운 나날이었다. 물론 원래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곳이 좋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루이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말이다.
"모르겠군.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목표라면 끝까지 해낼 수 밖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이니까."
한편 베이더는 종이를 펼쳐두고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에로우 터렛 Mk2의 위력은 출중했지만, 생존이라는 단어가 신경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이틀이라. 훗! 충분한 시간이군. 이왕이면 생존에 딱 알맞은 녀석을 만들어야겠지?"
여태까지는 화력에 대해서 생각만 해왔지만, 생존이라는 단어와 화력은 일종의 상충관계이다. 생존을 버린다면 어마어마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화력을 약간만 포기한다면 생존률은 높게 치솟는다. 게다가 이동형 포대형식이 아닌, 장착형으로 만든다면 꽤나 좋은 물건을 여러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디나 디오스 - 주인님의 능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습니다. 로보틱스 2Lv.]
"흐흐흐, 역시 이몸은 천재중에 천재야. 어떠냐? 이 물건을 만들정도의 능력은 되는거냐? 디나?"
[디나 디오스 - 가능합니다만, 정신력의 소모율을 봤을 때에 주인님에겐 다소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마. 천재는 어느 상황에서건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니까."
베르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가장 짧은 시간동안 이 세계를 경험했지만, 가장 이 세계를 만힝 느낄 수 있는 능력덕분에 그는 단지 누워서 더욱더 이 세계를 음미하고 싶었다. 충만한 기운속에서 언제나 즐거움만 느꼈던 그는 이제 곧 있을 이별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하지만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면야."
피카냐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도구점으로 찾아갔다. 다행히도 도구점에는 피피나가 나와서 가게를 보고 있었다. 피카냐는 머뭇머뭇거리다가 편지 한장을 카운터에 올려두고서는 잽싸게 뛰어나가 버렸다. 피피나는 편지봉투를 뜯고서 편지지를 펼쳤다.
그리고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뛰쳐나간 피카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아이네. 풋! 푸하하하하하!"
어린아이 같은 웃으면서 피피나는 편지지를 편지봉투에 넣어두었다. 그리고서는 카운터 밑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어두었다.
"언제든지 기억하고 있을께, 이 약속."
* * *
"좋은 아침이에요."
"어라? 피카냐. 너 울었니?"
"아뇨. 안 울었는데요."
루이즈는 사악하게 웃으면서 피카냐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부부부부부!"
"훗, 이 누님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여어, 좋은 아침이야 루이즈."
"앗!"
루이즈는 다크엔이 나타나자 당황한 듯이 피카냐를 현관문쪽으로 냅다 던져(?)버리고서는 카운터에서 나와서 준비했다는 듯이 빵을 꺼내들었다.
"자아, 아침이야. 뭐, 마가렛 할머니한테 들었어. 돈을 많이 썼다면서?"
"어? 응. 그렇지."
"그래서 주는거야. 절대로 다른 마음은 없으니까. 어서 먹어."
"그거 고맙군. 잘먹을께."
다크엔은 탁자에 앉아서 빵을 입에 물었다. 그러다가 홀의 한쪽 구석에서 또 열심히 드라이버를 들고 설쳐대는 한 폐인을 발견했다.
"어이, 베이더군. 뭐하는가?"
"Don't talk to me!"
베이더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신경질적으로 말하고서는 다시금 드라이버를 돌려가며 일에 빠져버렸다. 다크엔은 어안이 벙벙한 듯이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뭔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루이즈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뭐, 어젯밤부터 저기서 저러고 있더라고. 뭔가 대단한 물건을 만들겠다면서 쇳조각이 이리저리 끼워대고 맞추는 통에 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말야. 그런데 뭐라고 하기엔 너무 열심인거 같아서."
"그런가? 하기사, 거의 항상 저런 모습만 보아온 나로써는───"
"좋은 아침입니다! 오옷? 다크형은 벌써 아침식사 하시나요?"
베르가 품안에 붉고 노란 과일들을 한 아름 품고서 현관에서 들어왔다.
"오우, 루이즈가 준비해줬어."
"헤에── 저도 먹을거리 몇개를 챙겨왔는데, 같이 먹죠."
"오케이. 루이즈도 같이먹자. 배고프지 않아?"
그러자 루이즈는 볼을 약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나, 난 먼저 먹었어. 그럼 이만."
대걸레를 손에 움켜쥐고서는 냉큼 계단으로 올라가버리는 루이즈였다.
"베이더씨도, 같이 먹───"
"Shut up!"
"냅둬, 어제부터 저 상태니까. 건들이지 않는게 유익한거야."
다크엔이 멍하니 굳어버린 베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 * *
[아타락시아의 멸망까지 앞으로 22시간 12분]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이 다크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맑디 맑은 하늘과, 그리고 환한 햇살이외에는 보일리가 없었다. 착각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다크엔은 마을 광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 * *
"슬슬, 준비를 해야겠군. 안락한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다. 이 곳으로 초대된 자들에게 약속한, 자신의 힘을 시험 할 수 있는 고된 시간을────"
아타락시아를 내려다보는 한쌍의 푸른 눈빛은 마치 비릿한 미소를 짓는 것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 * *
"엇? 피카냐? 그건 뭐냐?"
"에── 요정인데요?"
작고 푸른빛을 뿜고 있는 잠자리 만한 소녀가 피카냐의 어깨에 기대어 반쯤 졸고 있었다.
"요, 요저어어엉!?"
"네. 요정이요."
일전에 지독하게 당했던 다크엔에게 있어서 요정이란 일종의 시한폭탄이었다. 그런데, 피카냐라는 꼬맹이가 요정을 어깨에 걸치고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꽤나 친한듯이 팔자좋게 졸고있는 상태로 말이다.
"흠, 저건 페어리가 아닐세."
"흐어억!? 언제 나타난 겁니까? 마가렛 할망── 아니 할머니."
"중간에 신경쓰이는 단어가 들어있군 젊은이."
마가렛 할멈은 다크엔을 향해서 가늘게 눈고 바라보았다.
"그건 신경 꺼주세요."
"뭐, 그러도록하지. 저건 어제 자네가 잡아온 페어리가 아닐세. 저건 스프라이트 일세."
"스프라이트?"
"페어리는 자연에서 생겨난 일종의 자연령. 하지만 스프라이트는 그것과는 다르게 나타난다네."
"어떻게 나타나죠?"
"글쎄. 나도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들려오는 몇가지 가설을 알고 있네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가설을 말하자면, 어떤 특정인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하더군."
뭔가, 마가렛 할멈의 다른 모습에 다크엔은 긴장을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기사 그가 마가렛 할멈에게 당했던 일을 회상해보자면 결코 저러지 않는것도 이상한 일일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피카냐는 다크엔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저기, 저 이제 퀘스트를 마무리하러 가야하는데. 괜찮다면 먼저 가도 될까요?"
"그래. 갑자기 불러세워서 미안."
"괜찮아요."
피카냐는 요정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렇다면 피카냐의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생겨난 것인가요?"
"그렇지. 페어리는 오랜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장난스럽고 자극적인 놀이를 좋아하지만, 스프라이트는 순수한 마력의 파장에 의해서 태어나기 때문에 얌전하고, 순수하며, 순종적이라고 하지."
"오오, 그러면 저도 만들 수 있나요?"
"꿈 깨셔. 네 녀석처럼 다 커버린 상태에서는 순수한 마력의 파장을 기대하긴 글렀으니."
"그렇군. 칫! 요컨대 아직 피카냐는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한 소년이라는 것인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더럽혀진 것은 아닌데 말야."
"젊은 놈이 늙은이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누가 육신의 순결을 말했냐? 정신과 영혼의 순결함이지."
따콩!
마가렛 할멈은 다크엔에게 꿀밤을 한대 놓고서는 자신의 가게쪽으로 걸어가버렸다.
* * *
[필수 퀘스트 발생!]
그 일은 평화로운 저녁에 발생되었다. 오랫만에 4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식사를 하려는 순간에 말이다. 4권의 책이 한자리에 모인 순간, 서로 황금빛으로 빛을 뿜으며 허공중으로 황금빛의 글들이 떠올랐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1. - 오래전 아타락시아는 인간을 비롯하여 많은 이종족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가, 서로는 반목을 거듭하여왔고, 종시에는 다른 이종족들은 모두다 떠나간채, 인간들만이 남아서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이 순간, 타 세계로부터의 모험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 이제 이곳에서 진정한 시험이 시작된다. 이제 아타락시아를 둘러싼 모든 방어벽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모험가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타 세계로부터 벗어나서 이 세계의 용사들로 거듭날 것이다.]
"전? 설? 거기다가 1은 또 뭐냐?"
베이더가 불만스럽게 반문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퀘스트가 종료되고, 곧이어 문자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2. - 과거의 평화는 깨어졌다. 그대들이 존재하는 이곳은 혼란으로 뒤덮혀있는 제로스 대륙. 아타락시아의 방어벽은 사라져감에 따라, 이종족의 출현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어벽 밖의 다른 거대한 국가들의 침범도 나타날 것이다. 그대들 모험가들이여. 이제 아타락시아로부터의 마지막 퀘스트를 부여코자 한다.]
모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허공중의 황금빛 글들이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씨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한번 황금빛의 글씨가 허공중에 나타났다.
[아타락시아의 전설 3. - 사신의 공간에 초대된 플레이어들이여. 생존하라. 2일후, 최후의 낙원 아타락시아의 모든 방어벽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종족과, 거대한 국가들의 침범으로 아타락시아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대들이 가진 모든 힘을 합하여 생존하라. 그것이 이 필수 퀘스트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고 2일후 플레이어들이 새로이 안착할 세이프존을 표시할 것이다. 바로 그곳을 찾는 것이 두번째 목표. 필수 퀘스트는 3일의 카운트다운이 없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뿐. -사신 데이모스-]
"사신. 우리를 이곳에 초대한 자인가?"
"드디어 시작인 것이군.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멸망이라면───"
피카냐는 말을 완전히 끝내지 못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주동안, 짧다면 짧은 것이고, 길다면 긴 그 기간동안에 이 평화로운 마을에 정들었던 것이다. 4명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저녁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다크엔은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넣고 있었다. 그리고 가져온 군용잡지를 잘 살펴보며, 위급할 때에 불러낼 무기들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었다. 이자요이를 꺼내서 휘둘러보기도 하고, 스스로 정제한 물약들을 다시한번 점검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이군. 가슴이 떨려야 하는데, 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말에, 무턱대고 참가한 자신. 이 세계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날려버릴 만큼 즐거운 나날이었다. 물론 원래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곳이 좋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루이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말이다.
"모르겠군.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목표라면 끝까지 해낼 수 밖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이니까."
한편 베이더는 종이를 펼쳐두고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에로우 터렛 Mk2의 위력은 출중했지만, 생존이라는 단어가 신경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이틀이라. 훗! 충분한 시간이군. 이왕이면 생존에 딱 알맞은 녀석을 만들어야겠지?"
여태까지는 화력에 대해서 생각만 해왔지만, 생존이라는 단어와 화력은 일종의 상충관계이다. 생존을 버린다면 어마어마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화력을 약간만 포기한다면 생존률은 높게 치솟는다. 게다가 이동형 포대형식이 아닌, 장착형으로 만든다면 꽤나 좋은 물건을 여러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디나 디오스 - 주인님의 능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습니다. 로보틱스 2Lv.]
"흐흐흐, 역시 이몸은 천재중에 천재야. 어떠냐? 이 물건을 만들정도의 능력은 되는거냐? 디나?"
[디나 디오스 - 가능합니다만, 정신력의 소모율을 봤을 때에 주인님에겐 다소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마. 천재는 어느 상황에서건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니까."
베르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가장 짧은 시간동안 이 세계를 경험했지만, 가장 이 세계를 만힝 느낄 수 있는 능력덕분에 그는 단지 누워서 더욱더 이 세계를 음미하고 싶었다. 충만한 기운속에서 언제나 즐거움만 느꼈던 그는 이제 곧 있을 이별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하지만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면야."
피카냐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도구점으로 찾아갔다. 다행히도 도구점에는 피피나가 나와서 가게를 보고 있었다. 피카냐는 머뭇머뭇거리다가 편지 한장을 카운터에 올려두고서는 잽싸게 뛰어나가 버렸다. 피피나는 편지봉투를 뜯고서 편지지를 펼쳤다.
그리고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뛰쳐나간 피카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아이네. 풋! 푸하하하하하!"
어린아이 같은 웃으면서 피피나는 편지지를 편지봉투에 넣어두었다. 그리고서는 카운터 밑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어두었다.
"언제든지 기억하고 있을께, 이 약속."
* * *
"좋은 아침이에요."
"어라? 피카냐. 너 울었니?"
"아뇨. 안 울었는데요."
루이즈는 사악하게 웃으면서 피카냐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부부부부부!"
"훗, 이 누님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여어, 좋은 아침이야 루이즈."
"앗!"
루이즈는 다크엔이 나타나자 당황한 듯이 피카냐를 현관문쪽으로 냅다 던져(?)버리고서는 카운터에서 나와서 준비했다는 듯이 빵을 꺼내들었다.
"자아, 아침이야. 뭐, 마가렛 할머니한테 들었어. 돈을 많이 썼다면서?"
"어? 응. 그렇지."
"그래서 주는거야. 절대로 다른 마음은 없으니까. 어서 먹어."
"그거 고맙군. 잘먹을께."
다크엔은 탁자에 앉아서 빵을 입에 물었다. 그러다가 홀의 한쪽 구석에서 또 열심히 드라이버를 들고 설쳐대는 한 폐인을 발견했다.
"어이, 베이더군. 뭐하는가?"
"Don't talk to me!"
베이더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신경질적으로 말하고서는 다시금 드라이버를 돌려가며 일에 빠져버렸다. 다크엔은 어안이 벙벙한 듯이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뭔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루이즈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뭐, 어젯밤부터 저기서 저러고 있더라고. 뭔가 대단한 물건을 만들겠다면서 쇳조각이 이리저리 끼워대고 맞추는 통에 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말야. 그런데 뭐라고 하기엔 너무 열심인거 같아서."
"그런가? 하기사, 거의 항상 저런 모습만 보아온 나로써는───"
"좋은 아침입니다! 오옷? 다크형은 벌써 아침식사 하시나요?"
베르가 품안에 붉고 노란 과일들을 한 아름 품고서 현관에서 들어왔다.
"오우, 루이즈가 준비해줬어."
"헤에── 저도 먹을거리 몇개를 챙겨왔는데, 같이 먹죠."
"오케이. 루이즈도 같이먹자. 배고프지 않아?"
그러자 루이즈는 볼을 약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나, 난 먼저 먹었어. 그럼 이만."
대걸레를 손에 움켜쥐고서는 냉큼 계단으로 올라가버리는 루이즈였다.
"베이더씨도, 같이 먹───"
"Shut up!"
"냅둬, 어제부터 저 상태니까. 건들이지 않는게 유익한거야."
다크엔이 멍하니 굳어버린 베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 * *
[아타락시아의 멸망까지 앞으로 22시간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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