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그래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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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날씨 좋다!"
어느 덧 5일이 지나고 화창한 오후의 일이었다.
"으와아아아앙! 먹을 것을 더 주셔야죠!"
"그만 먹으라니까! 네 녀석 스나이퍼 주제에 식탐에 대한 인내심이 너무 부족해!"
"그러는 태상씨도 마법사 주제에 집중력은 별로 잖아요!"
"시끄러! 적어도 싸울때 만큼은 집중한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 스테이크 하나 때문에 임무를 실패하다니! 받아라! 미스틱 스피어어!"
쿠우우우웅!
달다이라의 어느 음식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 *
"흐윽, 너무해요오."
낮게 중얼거리며 울먹이는 카렌의 뒷덜미를 잡은채로 질질질 끌고가는 설경. 그리고 태상은 옆에서 고개를 돌린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설경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태상에게 말했다.
"태상군. 이제 그만 화를 푸시게나."
"저 녀석이 반성을 하지 않는 한은 절대로 그럴일이 없습니다."
"허허허, 카렌이 식욕이 좀 과했을 뿐인데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시는가?"
그러자 태상의 이마로 4거리 힘줄이 뽈록뽈록 두어개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활활타오르는 눈동자로 설경을 바라보며 부르르 떨리는 두손으로 설경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간간히 이빨을 뿌드득 갈아가며 말했다.
"식욕이 과한게 아니라. 식탐이라고 해야합니다. 아침에도 모닝 셋트 7개를 먹어치운 녀석이 2시간도 안돼서 배고프다고 개에게 주는 고기를 빼앗아 먹는 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허허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그런데 태상군. 소인의 어깨가 아프오이다."
"절.대.로. 이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은 사양합니다. 저 녀석 때문에 실패한 건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라면서 팔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태상. 설경은 허허허 웃으면서 그런 태상의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었다. 카렌은 여전히 뒷덜미를 잡힌채로 늘어져서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설경은 태상의 손을 걷어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시아양과 팀을 맺어보는 것은 어떤가? 최근에 새로운 힘을 얻은 시아양이라면 충분히 퀘스트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사양합니다. 일단 수입이 없어지니까요."
"음, 그것도 일리가 있군."
좀전까지와는 달리 냉정하게 거절하는 태상. 아무래도 시아와 함께 있다면 돈벌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상이었다. 그러나 설경은 카렌의 뒷덜미를 잡고있는 반대편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시엘군과 하이드는 일단 서로가 팀이니 논외겠고, 그렇다고 나와 팀을 짜기엔 직업별 상성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군. 시아양은 위험인물이니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야 겠고─── 역시 자네에겐 카렌군 말고는 일행이 없지 않는가?"
"저 녀석도 싫다구요! 크윽!"
"너무해요오. 흑흑."
"자아자아, 생각해보니 이런 시내 한복판에서 투닥거려봐야 좋을 것도 없겠군. 일단 어서 여관으로 돌아감세. 그러고 보니 난 시아양과 퀘스트 선약이 있었군."
"설경씨는 좋겠군요. 시아와도 팀을 할 수 있다니."
시아가 유일하게 눈독을 들이지 않는 재물이 있다면 역시 설경의 돈뿐이었다. 왠지 설경의 돈을 빼앗으면 자신이 나쁜여자가 되는 느낌이라나? 라는 설명이었다. 시엘은 이에 대해서 매우 심하게 반발했지만, 역시나 시아의 간단한 협박에 오히려 100골드를 뜯기고 말았다. 여하튼 그렇게 3명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땡그랑~!
여관문에 달린 종이 울리고 3명은 여관에 들어섰다. 그러자 여관의 왼쪽 구석의 테이블에 시엘과 하이드, 그리고 시아가 앉아 있었다. 설경과 태상, 카렌은 천천히 테이블로 다가갔다.
"오! 오셨군요. 설경씨."
"시엘군 하이드 임무는 잘 하고 온게요?"
"뭐, 고양이 찾기 임무 쯤이야. 시엘녀석이 좀 느려서 속좀 썩었지만 말야."
"하이드! 네 녀석은 찾기 임무에서 폭주나 하는게 자랑이냐? 덕분에 고양이 녀석이 놀라가지고 잡는데 더욱 애먹은건 어쩌고!?"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가장 죽이 잘맞는 두사람. 태상은 턱을 괴고서 그런 둘을 보다가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컵에 꽂힌 빨대를 물고서 음료수로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는 카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숙이면서 가로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카렌은 음료수를 부글부글 하다 말고 고개를 같이 숙였다. 시아는 이런 두 사람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야? 태상오빠랑 카렌오빠랑 싸운거야?"
"시아양. 일단은 가만히 냅두시게나."
"아니에요. 맨날 싸워서 임무를 실패하다니. 그런건 돈에 대한 모욕이라구요."
그러자 설경은 약간 굳은 얼굴로 손을 좌우로 힘차게 저으면서 말했다.
"돈은 관계 없다네 시아양."
"훗, 태상오빠? 저랑 한팀으로 퀘스트 하나 해보실레요?"
사악한 얼굴의 시아. 그러자 태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고개를 들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무표정으로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사양합니다."
"아잉! 그러지 말고 한번만 해요! 마법사와 함께 일하면 편.하.다.고. 들었거든요?"
"사양합니다."
"류르으~"
[류르 - 네?]
"활성화 부탁해~"
시아의 얼굴이 약간은 사악하다고 해야 할까───
* * *
"그.런. 이유로~ 태상오빠 잘 부탁드려요!"
"어? 어."
태상은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니 시아의 곁을 걷고 있었다. 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간간히 자신의 책을 확인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말이다.
"알아들으신 거에요? 이번 퀘스트는 아주우~ 단순하다구요. 코볼트들이 판 굴속에서 자라는 코볼트 버섯을 캐오면 되는거에요."
"알겠는데. 시아양?"
"왜요?"
"저기, 그 자루는 대체?"
시아의 등에 걸쳐진 여러개의 자루를 보면서 태상이 물었다. 그러자 시아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자안뜩! 모아가는거에요. 1랜드당 자그마치 200골드으!"
1랜드는 현실의 계량수치로 약 600g정도 되는 무개였다. 1근과 비슷한 것일려나? 시아는 여전히 그 귀여운 미소를 지으면서 태상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자루를 가득가득 채우려면 시간이 한참 걸려요. 자아! 어서요! 빠알리이요오!"
계속되는 시아의 보챔에 태상은 실수했다. 라고 말하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발걸음을 내딛었다.
* * *
"내 손에 모인 물의 힘이여! 적을 쓸어버려라! 아쿠아 볼!"
슈우우웅~ 철푸덕!
파란 구체가 시아의 곁을 지나서 코볼트가 판 땅굴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엄청난 수압과 함께 지상으로 물이 치솟아 올랐다. 코볼트들은 갑작스런 물벼락에 대부분 기절을 해버리기 일쑤였고, 그나마 정신을 차린 녀석들은 시아의 검에 모조리 침묵당하고 말았다. 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검집으로 물렁물렁해진 땅을 파해쳤고, 그때마다 누렇게 변색된 송이버섯 같은 버섯들이 한웅큼씩 흙과 함께 뽑혀나왔다.
"머니~ 머니해도~ 제일 좋은 것은~ 역시나 머니이~ 난 골드가 좋아~"
대체 어느시대에 만들어진 유행가인지는 몰라도, 시아의 눈은 황금빛의 \\(원화)모양으로 변해있었다. 태상은 마력을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가져온 자루는 가득차서 들고갈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시아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마지막 자루를 땅위로 던져 올리고서는 가벼운 걸음으로 코볼트 굴에서 올라왔다.
"이정도면 꽤나 많이 벌었네요. 햐아! 역시 마법사가 편하네요. 설경오빠랑 왔으면 한참동안 전투를 치뤄야하는데. 마법한방에 굴 하나씩 날리다니. 태상오빠 멋쟁이~"
그러더니 무거워 보이는 자루를 그대로 등에 모두다 짊어지는 시아였다. 아무래도 돈독 스킬은 패시브가 아닌가 할정도로 힘이 넘쳐나는 시아의 모습에 태상은 잠깐 웃었다.
"자아! 이제 돌아가죠."
"그래. 돌아가면 해가 질 시간이 딱되겠군."
* * *
"돌시아주머니~ 코볼트 버섯을 대빵많이 가져왔어요!"
"어머나! 시아양은 언제나 굉장해. 잠깐, 저울이 어디 있더라?"
돌시아주머니는 창고에서 금새 저울을 가지고 나타났다. 자루를 저울에 올리자 바늘 눈끔이 휙휙 돌아갔다. 아주머니는 다섯자루정도 재어보고서는 대단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대단해. 이정도면 거의 일년치 분량인데. 시아양 어떻게 모은거야?"
"헤헷! 저보단 저쪽의 마법사오빠가 더 수고했죠. 참 대단한 마법사에요. 이래뵈도 3속성을 다룰줄도 알아요. 게다가 그중 하나는 무려 무속성! 순수한 에너지를 다룰줄 아는 고급 마법사라구요."
"화아? 시아양 다시봐야겠는걸? 혼자만 대단한게 아니라 아는 사람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네? 아무튼 젊은이 고마워요. 덕분에 한동안은 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호호호호~"
그러자 태상은 뒷통수를 긁으며 수줍은 듯이 대답했다.
"아, 아뇨. 저야 한일도 없는데요."
"아유~ 겸손하기도 해라. 시아양 총 금액은 8000골드야."
시아는 화사하게, 그러나 더없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이스~"
시아는 묵직한 돈주머니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점문을 나섰다. 태상도 같이 나와 시아 옆을 걷고 있었다. 그 때에 시아는 주머니를 열고서 금화 열개를 집어들고서는 손을 뻗었다.
"여기요."
"어? 10골드 주려고?"
"하아? 오빠는 바보에요? 여기 7990골드 받아요. 아야야, 연약한 소녀가 팔을 뻗어서 주는데 빨리 안받고 뭐하는 거에요?"
시아는 괜시리 엄살을 떨면서 억지로 태상에게 돈주머니를 떠넘겼다. 태상이 돈주머니를 받자 시아는 뒷짐을 지고서 태상보다 앞서서 걸어갔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 그러다가 시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카렌씨가 생각나는거죠?"
"응?"
"다 알고 있다구요. 오늘 코볼트 굴을 쓸면서 태상오빠가 자꾸만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는 것을. 분명히 카렌씨의 지원사격을 기다리던 습관이겠죠."
태상은 속내를 들켰는지, 고개를 숙였다. 시아는 여전히 뒷짐을 진채 앞서 걸으며 말했다.
"그까지꺼, 실수좀 하면 어때요? 태상오빠는 고급 마법사잖아요. 그런데 이런일로 실망하면 마법사로써의 자존심도 없는거라구요."
자존심이라. 라고 태상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뭐, 시아양 고맙다. 덕분에 기분이 좀 풀렸네."
"자아, 오늘 저녁은 태상오빠가 쏘는거에요?"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고서는 뛰어가는 시아. 태상은 피식 웃으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돈만 밝히는 아가씨인줄 알았더니, 그래도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가씨군. 어쩌면 시엘녀석이 왜 그렇게 뜯기는지 알만해."
의미있는 웃음을 짓다가, 앞서뛰는 시아를 따라서 태상도 뛰어갔다.
다음타자는! 다크엔젤! 오빠입니다!
어느 덧 5일이 지나고 화창한 오후의 일이었다.
"으와아아아앙! 먹을 것을 더 주셔야죠!"
"그만 먹으라니까! 네 녀석 스나이퍼 주제에 식탐에 대한 인내심이 너무 부족해!"
"그러는 태상씨도 마법사 주제에 집중력은 별로 잖아요!"
"시끄러! 적어도 싸울때 만큼은 집중한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 스테이크 하나 때문에 임무를 실패하다니! 받아라! 미스틱 스피어어!"
쿠우우우웅!
달다이라의 어느 음식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 *
"흐윽, 너무해요오."
낮게 중얼거리며 울먹이는 카렌의 뒷덜미를 잡은채로 질질질 끌고가는 설경. 그리고 태상은 옆에서 고개를 돌린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설경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태상에게 말했다.
"태상군. 이제 그만 화를 푸시게나."
"저 녀석이 반성을 하지 않는 한은 절대로 그럴일이 없습니다."
"허허허, 카렌이 식욕이 좀 과했을 뿐인데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시는가?"
그러자 태상의 이마로 4거리 힘줄이 뽈록뽈록 두어개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활활타오르는 눈동자로 설경을 바라보며 부르르 떨리는 두손으로 설경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간간히 이빨을 뿌드득 갈아가며 말했다.
"식욕이 과한게 아니라. 식탐이라고 해야합니다. 아침에도 모닝 셋트 7개를 먹어치운 녀석이 2시간도 안돼서 배고프다고 개에게 주는 고기를 빼앗아 먹는 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허허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그런데 태상군. 소인의 어깨가 아프오이다."
"절.대.로. 이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은 사양합니다. 저 녀석 때문에 실패한 건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라면서 팔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태상. 설경은 허허허 웃으면서 그런 태상의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었다. 카렌은 여전히 뒷덜미를 잡힌채로 늘어져서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설경은 태상의 손을 걷어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시아양과 팀을 맺어보는 것은 어떤가? 최근에 새로운 힘을 얻은 시아양이라면 충분히 퀘스트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사양합니다. 일단 수입이 없어지니까요."
"음, 그것도 일리가 있군."
좀전까지와는 달리 냉정하게 거절하는 태상. 아무래도 시아와 함께 있다면 돈벌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상이었다. 그러나 설경은 카렌의 뒷덜미를 잡고있는 반대편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시엘군과 하이드는 일단 서로가 팀이니 논외겠고, 그렇다고 나와 팀을 짜기엔 직업별 상성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군. 시아양은 위험인물이니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야 겠고─── 역시 자네에겐 카렌군 말고는 일행이 없지 않는가?"
"저 녀석도 싫다구요! 크윽!"
"너무해요오. 흑흑."
"자아자아, 생각해보니 이런 시내 한복판에서 투닥거려봐야 좋을 것도 없겠군. 일단 어서 여관으로 돌아감세. 그러고 보니 난 시아양과 퀘스트 선약이 있었군."
"설경씨는 좋겠군요. 시아와도 팀을 할 수 있다니."
시아가 유일하게 눈독을 들이지 않는 재물이 있다면 역시 설경의 돈뿐이었다. 왠지 설경의 돈을 빼앗으면 자신이 나쁜여자가 되는 느낌이라나? 라는 설명이었다. 시엘은 이에 대해서 매우 심하게 반발했지만, 역시나 시아의 간단한 협박에 오히려 100골드를 뜯기고 말았다. 여하튼 그렇게 3명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땡그랑~!
여관문에 달린 종이 울리고 3명은 여관에 들어섰다. 그러자 여관의 왼쪽 구석의 테이블에 시엘과 하이드, 그리고 시아가 앉아 있었다. 설경과 태상, 카렌은 천천히 테이블로 다가갔다.
"오! 오셨군요. 설경씨."
"시엘군 하이드 임무는 잘 하고 온게요?"
"뭐, 고양이 찾기 임무 쯤이야. 시엘녀석이 좀 느려서 속좀 썩었지만 말야."
"하이드! 네 녀석은 찾기 임무에서 폭주나 하는게 자랑이냐? 덕분에 고양이 녀석이 놀라가지고 잡는데 더욱 애먹은건 어쩌고!?"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가장 죽이 잘맞는 두사람. 태상은 턱을 괴고서 그런 둘을 보다가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컵에 꽂힌 빨대를 물고서 음료수로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는 카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숙이면서 가로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카렌은 음료수를 부글부글 하다 말고 고개를 같이 숙였다. 시아는 이런 두 사람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야? 태상오빠랑 카렌오빠랑 싸운거야?"
"시아양. 일단은 가만히 냅두시게나."
"아니에요. 맨날 싸워서 임무를 실패하다니. 그런건 돈에 대한 모욕이라구요."
그러자 설경은 약간 굳은 얼굴로 손을 좌우로 힘차게 저으면서 말했다.
"돈은 관계 없다네 시아양."
"훗, 태상오빠? 저랑 한팀으로 퀘스트 하나 해보실레요?"
사악한 얼굴의 시아. 그러자 태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고개를 들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무표정으로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사양합니다."
"아잉! 그러지 말고 한번만 해요! 마법사와 함께 일하면 편.하.다.고. 들었거든요?"
"사양합니다."
"류르으~"
[류르 - 네?]
"활성화 부탁해~"
시아의 얼굴이 약간은 사악하다고 해야 할까───
* * *
"그.런. 이유로~ 태상오빠 잘 부탁드려요!"
"어? 어."
태상은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니 시아의 곁을 걷고 있었다. 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간간히 자신의 책을 확인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말이다.
"알아들으신 거에요? 이번 퀘스트는 아주우~ 단순하다구요. 코볼트들이 판 굴속에서 자라는 코볼트 버섯을 캐오면 되는거에요."
"알겠는데. 시아양?"
"왜요?"
"저기, 그 자루는 대체?"
시아의 등에 걸쳐진 여러개의 자루를 보면서 태상이 물었다. 그러자 시아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자안뜩! 모아가는거에요. 1랜드당 자그마치 200골드으!"
1랜드는 현실의 계량수치로 약 600g정도 되는 무개였다. 1근과 비슷한 것일려나? 시아는 여전히 그 귀여운 미소를 지으면서 태상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자루를 가득가득 채우려면 시간이 한참 걸려요. 자아! 어서요! 빠알리이요오!"
계속되는 시아의 보챔에 태상은 실수했다. 라고 말하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발걸음을 내딛었다.
* * *
"내 손에 모인 물의 힘이여! 적을 쓸어버려라! 아쿠아 볼!"
슈우우웅~ 철푸덕!
파란 구체가 시아의 곁을 지나서 코볼트가 판 땅굴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엄청난 수압과 함께 지상으로 물이 치솟아 올랐다. 코볼트들은 갑작스런 물벼락에 대부분 기절을 해버리기 일쑤였고, 그나마 정신을 차린 녀석들은 시아의 검에 모조리 침묵당하고 말았다. 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검집으로 물렁물렁해진 땅을 파해쳤고, 그때마다 누렇게 변색된 송이버섯 같은 버섯들이 한웅큼씩 흙과 함께 뽑혀나왔다.
"머니~ 머니해도~ 제일 좋은 것은~ 역시나 머니이~ 난 골드가 좋아~"
대체 어느시대에 만들어진 유행가인지는 몰라도, 시아의 눈은 황금빛의 \\(원화)모양으로 변해있었다. 태상은 마력을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가져온 자루는 가득차서 들고갈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시아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마지막 자루를 땅위로 던져 올리고서는 가벼운 걸음으로 코볼트 굴에서 올라왔다.
"이정도면 꽤나 많이 벌었네요. 햐아! 역시 마법사가 편하네요. 설경오빠랑 왔으면 한참동안 전투를 치뤄야하는데. 마법한방에 굴 하나씩 날리다니. 태상오빠 멋쟁이~"
그러더니 무거워 보이는 자루를 그대로 등에 모두다 짊어지는 시아였다. 아무래도 돈독 스킬은 패시브가 아닌가 할정도로 힘이 넘쳐나는 시아의 모습에 태상은 잠깐 웃었다.
"자아! 이제 돌아가죠."
"그래. 돌아가면 해가 질 시간이 딱되겠군."
* * *
"돌시아주머니~ 코볼트 버섯을 대빵많이 가져왔어요!"
"어머나! 시아양은 언제나 굉장해. 잠깐, 저울이 어디 있더라?"
돌시아주머니는 창고에서 금새 저울을 가지고 나타났다. 자루를 저울에 올리자 바늘 눈끔이 휙휙 돌아갔다. 아주머니는 다섯자루정도 재어보고서는 대단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대단해. 이정도면 거의 일년치 분량인데. 시아양 어떻게 모은거야?"
"헤헷! 저보단 저쪽의 마법사오빠가 더 수고했죠. 참 대단한 마법사에요. 이래뵈도 3속성을 다룰줄도 알아요. 게다가 그중 하나는 무려 무속성! 순수한 에너지를 다룰줄 아는 고급 마법사라구요."
"화아? 시아양 다시봐야겠는걸? 혼자만 대단한게 아니라 아는 사람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네? 아무튼 젊은이 고마워요. 덕분에 한동안은 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호호호호~"
그러자 태상은 뒷통수를 긁으며 수줍은 듯이 대답했다.
"아, 아뇨. 저야 한일도 없는데요."
"아유~ 겸손하기도 해라. 시아양 총 금액은 8000골드야."
시아는 화사하게, 그러나 더없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이스~"
시아는 묵직한 돈주머니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점문을 나섰다. 태상도 같이 나와 시아 옆을 걷고 있었다. 그 때에 시아는 주머니를 열고서 금화 열개를 집어들고서는 손을 뻗었다.
"여기요."
"어? 10골드 주려고?"
"하아? 오빠는 바보에요? 여기 7990골드 받아요. 아야야, 연약한 소녀가 팔을 뻗어서 주는데 빨리 안받고 뭐하는 거에요?"
시아는 괜시리 엄살을 떨면서 억지로 태상에게 돈주머니를 떠넘겼다. 태상이 돈주머니를 받자 시아는 뒷짐을 지고서 태상보다 앞서서 걸어갔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 그러다가 시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카렌씨가 생각나는거죠?"
"응?"
"다 알고 있다구요. 오늘 코볼트 굴을 쓸면서 태상오빠가 자꾸만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는 것을. 분명히 카렌씨의 지원사격을 기다리던 습관이겠죠."
태상은 속내를 들켰는지, 고개를 숙였다. 시아는 여전히 뒷짐을 진채 앞서 걸으며 말했다.
"그까지꺼, 실수좀 하면 어때요? 태상오빠는 고급 마법사잖아요. 그런데 이런일로 실망하면 마법사로써의 자존심도 없는거라구요."
자존심이라. 라고 태상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뭐, 시아양 고맙다. 덕분에 기분이 좀 풀렸네."
"자아, 오늘 저녁은 태상오빠가 쏘는거에요?"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고서는 뛰어가는 시아. 태상은 피식 웃으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돈만 밝히는 아가씨인줄 알았더니, 그래도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가씨군. 어쩌면 시엘녀석이 왜 그렇게 뜯기는지 알만해."
의미있는 웃음을 짓다가, 앞서뛰는 시아를 따라서 태상도 뛰어갔다.
다음타자는! 다크엔젤! 오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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