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새로운시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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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쉬었다간다 "
이미 길을 달려온지 3일이 지났다. 여러산을 넘어왔건만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적은 한번도 없을것이다. 하긴 녀석들도 알고 있을것이다. 사냥하려다가 사냥 당한다는것을.. 이 정도의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는데 덤빌 정도로 멍청하지만은 않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꺼야? "
세리아가 쉬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글쎄.. 언제까지일까.. 하지만 난 시간은 넉넉하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리오의 세계가 위험하다며..? "
"아니.. 그 곳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엄청난 차이를 보여서.. 아마 이곳
에서 수천년은 있어야지 우리세계가 멸망할껄? "
"그렇구나.. 그런데 저기 공주란 사람.. 왜 이런 먼길을 떠나는거지? "
"글쎄.. 그거야 깊은 사정이 있겠지.. 왕궁 사람들 일에 그렇게 깊이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
"그건 그렇지만.. "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라구.. 저런 거물이 왜 이렇게 먼길을
가는건지는..
"자 출발! "
콜라리스대장의 출발 신호와 함께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후우...
별 일 없어야 할텐데.. 응? 별일없어야 한다고.. ? 으이구. 나답지
않은 소릴 해버렸잖아.. 뭐 별일좀 있으면 어때.. 다 쓸어버림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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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발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뒹굴고
있다. 왕관을 쓴 남자와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귀족옷을
입은 남녀가 즐비하게 쓰러져 있다. 무슨 참극을 보는걸까?
"아리스는 아직 못찾은건가? "
"예! 각하! 성전이 있기 3일전 시중들과 함께 궁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래.. 급할걸 없지.. 이젠 여기가 내 자리인걸.. "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전하! 전하 앞에 모든 영광이 있기를! "
"흘.. 그래 알았다. 그만 나가봐라.. "
"예! "
붉은 기사가 사라진뒤에 니콜라스라 불린 자는 의자에 일어나 앞에 있는
남자를 주시하며 말했다.
"형님.. 그러게 왕권을 미리 넘겨주셨으면 좋았잖습니까.. 큭큭큭.. "
눈 감지 못한 시체만이 그 앞에 덩그러니 굴러다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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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목적지는 어딥니까!? "
한 용병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콜라리스가 대답했다.
"에르빌 교국이다"
"에? "
그 소리에 전 용병이 경악했다. 이 무슨소리인가! 국경을 넘어 간다니!
"왜 그런것이죠? "
"그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공주님은 비밀 사절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군말말고 일이나 수행하도록! "
워낙에 단순무식한 용병들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아니.. 무슨 공주가 비밀사절이라도 그렇지 용병을 데리고 다녀!
기사들이나 왕궁 병사들도 있을텐데! 이거 뭔가 잘못 돌아가는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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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이리로 지나간다는게 사실이냐? "
"예! 영주님. "
"큭큭큭.. 좋다. 그럼 파랑새 사냥을 시작하지.. 그녀를 잡아다 넘기면
니콜라스가 좋아하겠군."
일 안하고 배부르게 밥술갈 뜨는게 이 빌어먹을 귀족들이다. 여느 귀족보다
욕심이 많은 베니스 역시 공주를 노리는 족속들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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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빌 교국까지는 얼마나 남은거죠? "
마차안에서 공주가 물어왔다.
"아.. 예! 하루만 더 가면 에르빌 교국입니다. 걱정마십시오! "
"예.. 아바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실꺼에요.. 빨리 당도할 수 있게 부탁 드리
겠습니다. "
"옙! 공주님! "
흠.. 콜라리스대장은 아무래도 왕궁 사람이었던 것 같군.. 저 예절하며
공주에 대한 친분도 그렇고.. 허.. 비밀사절이라.. 그럼 왕궁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님 시집가는거나 둘중 하나겄네.. 그런데 시집도 비밀스럽게
가나? 이런 생각을 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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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다 준비가 되었겠지? "
"옙! 영주님! 일반 병사 400명과 5써클 마법사 6명이 있습니다! "
"공주측은? "
"용병 40명 정도 입니다. 개중에 마법사도 조금 섞여 있는것 같지만
걱정하실 정돈 아닙니다! 확실합니다. "
"좋다! 그럼 가는 길목에 포진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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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을 더 이동했을까... 선두에 있던 콜라리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정지! "
용병들에게 손을들고 정지 신호를 내린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주시했다. 상당히 많은수의 병력이 우리
앞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안 좋게 돌아가는데..
"베니스 영주님이 아니십니까!? 이 곳엔 웬일이신지요.. "
상당히 딱딱한 어조로 콜라리스는 물었다.
"아.. 공주님이 이길로 가시는 길이라 들어서 말일세.. 우리가 호위를
좀 해드릴까 하고.. "
"호위를 하는데 이 많은 병사들이 필요한가요? "
"그..그게 .. 아무래도 공주님이시다 보니 호위 할 병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하하;; "
순간 용병들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모두 칼집에 손을 갖다댔다. 이들도
느낀것일까.. 여기서의 싸움은 피할수 없다는것을!
"젠장.. 저 많은 병사들과 싸워야 한다니.. "
"400골드 준다고 했을때부터 알아봤어.. 빌어먹을! "
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싸울 준비는 죄다 하고 있군..
그때였다. 웬 공같은 물체가 하늘로 붕 떠버린것은.. 그 물체는 곧 땅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베니스의 목이었다.
"모두 마차를 호위하며 돌파하라! "
역시 용병들의 직감대로였다. 모두들 마차를 둘러싸고 칼질을 해대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은 마법사들이 마차에 바짝 붙고 전사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는 형식이었는데 즉석으로 하는것 치곤 제법 괜찮은 전술
이었다. 하지만 숫적 열세를 벗어날 수 없었던 지라 금세 포위당했고
개중엔 따라오지 못해 병사들에게 다듬질을 당하는 놈들도 있었다.
상당히 부족한 숫자.. 적 병력은 몇명인지는 제대로 알수 없었으나 눈짐작
으로도 500은 족히 되보였다. 게다가 마나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걸로 마법사도 있는것 같았다.
"세리아.. 내곁에 붙어있어.. "
"으응... "
나 역시 마법사 축에 껴서 마차에 가깝게 붙을수 있었다. 마차안을 들여다
봤더니 공주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도를 할 뿐이었다.
훗.. 대단한 여자군.. 이제 겨우 17살인데 이정도로 담이 크다니.. 세리아
한테는 미안하지만 일등신부감이라면 이런 아이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
그런 헛생각을 할 무렵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더니 마차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모두 공주를 잡을 생각만 하는 모양이었다. 곧이어 피를 튀기고
살이 떨어저 나가는 전투가 벌어졌다. 용병들이 비록 실력은 압도적이었으나 병사들의 무수한 창날을 피해 갈순 없었다. 세리아를 포함한 마법사들은
적 마법사들과 교전을 펼치기에 바빳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팔리 잘렸는데도 병사들을 향해 몸을 던지는 자도 있었고 온몸이 피범벅이 되는데 눈하나
깜빡안하고 병사들은 베어넘기는 용병도 있었다. 하나둘 쓰러져가는 그들을
뒤로한채 포위망은 점점 좁혀저 나갔다. 말 위에 타있는 콜라리스 대장을
보았다. 마치 전장의 야수같은 칼솜씨로 적들을 베어넘기는 콜라리스 대장.
이미 백마는 피로 물들었으나 그 주인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인지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발길질 들을 하며 싸웠다. 대장의 검에서 오오라가 피어나는
걸로 봐서는 책에서 보았던 소드마스터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하나
보살피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 많은 병사들 사이로 마차를 호위하며 빠저
나갈수 있을까? 그 사이에도 용병들은 하나하나 쓰러져 갔고 처음 모였던
용병들의 반조차 안남게 되었을 때 병사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병사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미150명
이 넘는 병사들이 쓰러져 바닥에 누웠다. 물론 용병이 20명이 넘게 전사했고 마법사를 제외한 전투사들은 대장을 비롯해서 17명정도이다. 허나
그 정도 숫자를 죽이기 위해 150명이 전사했다. 그렇다는 것은 한사람당
10명도 넘게 죽였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병사들도 기가 꺾였는지 포위를
할뿐 누가 하나 먼저 다가서질 못했다.
"허억.. 허억.. 젠장할! 이건 400골드갖고는 택도 없겠어! 살아갈 확률은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1000골드는 족히 받아야겠는걸! "
그런 농담섞인 말투를 하는 용병들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극도로 지쳐있었다
난 시선을 돌려서 마차쪽을 둘러봤다. 이미 탈진한 마법사들 사이로 지쳐서
서있지도 못하는 세리아가 보인다. 하긴 그들로선 엄청난 성과였다.
비록 내 정령들이 대부분의 마법을 막아 주었다고는 하지만 저쪽 진영보다
실력이 딸리는 실정에서 이정도로 버텨준것만 해도 대견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저쪽은 전투를 치룰수 있는 상황이고 이쪽은 전투 불가다.
이건 상당히 큰일이라고 생각 할 수 밖에..
"후.. 하는 수 없는건가.. "
난 생각을 정리하고 팔찌를 빼려했다. 그 때였다.
마차가 열리면서 찰랑이는 금발머리를 한 소녀가 나왔다. 이 피비린내나는
전장이 한순간 따뜻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당신들이 원하는거 제가 아닙니까? 이 사람들은 무관하니 보내주세요. "
하.. 자진해서 투항하시겠다? 언니 그럼 섭하지.. 우리 돈은 누가 주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군요..
공주님만 오신다면 저들은 살려서 보내지요.. "
상당히 음흉한 얼굴을 한 녀석이었다. 영주가 죽었으니 이젠 자기가 대빵
이라 그건가.. 하여간 이 쓰레기 같은 족속은!
그 때 붉게 물든 백마를 몰고 한 남자가 공주앞을 막아섰다.
"공주님! 아니될 말씀을 하십니다! 공주님께서 가신다고 저들이 우릴 살려
줄것 같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잔인하게 살해당할 것입니다.
대왕폐하의 말씀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
그렇게 말하며 콜라리스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아.. 아무리 내가
냉혈한이라도 이런건 가슴이 좀 울리네..
"하지만 제가 가서 여러분들이 살길이 조금이라도 트인다면 그걸로도 충분
합니다. 비록 껍데기만 공주일뿐.. 여러분이나 저나 다같은 사람이 아닙
니까.. 한목숨으로 인해서 이 많은 사람들이 살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요"
공주의 말을 듣자 용병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어떤 생각을 했을
까.. 눈물을 흘리는 용병도 있었고 무릎을 꿇는 용병도 있었다.
17살 소녀로만 봤는데 대단하군.. 이렇게 배운게 없는 용병들을 감동시킬
정도라니.. 이 여자.. 패황의 자질이 있어.. 이대로 버릴순 없지..
웬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야..
"세리아.. "
세리아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고개만 돌려 날 쳐다봤다.
"공주를 지켜주고 싶어.. 괜찮지? "
그녀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미 적 진영으로 다가가는 공주에게 뛰어갔다.
"공주님.. "
공주는 놀라 뒤돌아 봤다.
"예? "
"공주님이 에르빌에 가시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공주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아닌것 같네요.. "
그러면서 또 걷는게 아닌가! 이거 공주라지만 사람말 무시하면 재미
없을텐데...
"그렇다면 이 상황이 끝나면 말씀해 주실건가요? "
"예? "
"제가 공주님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빠져나가게 된다면 그 이유를
저에게 들려주세요. "
"하..하지만.. 알겠습니다. 그런데 힘드시지 않으시겠어요? "
걱정어린 눈빛으로 날 보는 공주의 시선을 무시하고 난 공주의 팔목을
잡아 세리아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세리아.. 잠시 공주님 눈좀 가려줄래? "
세리아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감했는지 웃으며 끄덕였고 곧 공주를
뒤로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아.. 그리고 이거.. "
난 팔찌를 벗어 그녀에게 맡겼다. 이번에도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빨리 이자리를 떠라.. "
내 말이 우습게 들렸을까? 순간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주위를 메웠다.
"크하하하하하... "
"저 녀석 말 들어봤냐? 아직 털도 안난게.. 크하하하하.. "
훗.. 내 소리가 장난으로 들린건가? 순간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난 곧 그 물체를 볼 수 있었다. 파이어 볼이었다.
웃기지도 않는군.. 난 파이어 볼을 쳐다봤다. 기세좋게 날아오던 파이어
볼은 눈앞에서 소멸해 버렸고 난 파이어 볼이 날아온 궤도를 살폈다.
여마법사 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 왜 레이디 퍼스트인지 이제 알겠네.. "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을까? 적군측은 곧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여자 먼저 죽이라는 소리였군.. "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손에서 윈드 커터가 떠났고 마법은 기세좋게
적군 진영으로 날아갔다. 곧이어 둥그런 물체가 하늘로 떠올랐고 잠시후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 시작했다. 바로 여마법사의 머리였다.
붉은 선혈이 땅을 적시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병사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고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좋아. 모두 죽는걸로 합의 본 모양이군.. "
훗..
"스파이럴 블래스트.. "
곧이어 진공의 주문이 내 앞을 떠났고 바람소리와 함께 정면에 있던
병사들은 걸레가 되어 버렸다.
허나 병사들은 개의치 않게 양옆으로 포위하면서 덤벼들었다.
"흥.. 그라운드 스피어! "
곧이어 땅에서 가느다란 토창 수백개가 올라왔고 무작정 달려오던 녀석들은
토창에 꽂혀서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난 시선을 돌려서 남은 병사를 보았다. 채 10명도 안남은 숫자가 달아나고
있었고 아까 공주를 요구하던 녀석은 바지에 오줌을 지린채 벌벌 떨고
있었다. 난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십쇼.. 저.. 저흰 아무 죄 없습니다. 저.. 전부 영주가 시킨
일이라구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
"후웃.. "
"헤에에.. "
"버스 떠났어 새꺄! "
놈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내 손엔 어느새 얼음창하나가 생겨나 허공에 떠있었다. 잠시후 창은
내손을 떠나 녀석의 몸통을 정확히 뚫고 지나갔다.
"공주님.. 이제 상황정리가 되었습니다. 눈 뜨셔도 됩니다. "
공주는 눈을뜨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으나 이내 고개를 돌렸다.
수백명의 병사가 토창에 꽂혀 죽어있었고 뼈와 살점이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용병들의 시선은 그런 공주와는 달랐다.
"자.. 자네는 도대체 누군가? "
콜라리스 대장은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뭐.. 공주님의 가브리엘 이라고만 해두죠 .. "
세리아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으나
난 살짝 윙크를 해주고 다시 공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상황에
적응한듯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들어있는듯 했다.
결국 우리 일행은 이 악몽같은 전투를 마치고 나서야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얼마안가 에르빌 국경지대에 다다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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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리스 공주가 왔다고? 소식도 없이 무슨일로? "
"그게.. 아무래도 나라에 변이 생긴것같습니다. "
"그게 무슨소리인가! 자세히 말해보게! "
"공주를 데리고 온 자들이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더군요.. 콜라리스백작
이 있는걸로 봐선 그가 데려온 자들 같습니다만.. 이미 한바탕 전투를
치룬후 같습니다. "
"그래..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
"예... 국경지대에 머물도록 했습니다만.. "
"멍청한 녀석! 그래도 일국의 공주가 아니더냐! 빨리 성으로 모셔오너라!"
병사는 에르빌 국왕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국경지대로 떠났다. 에르빌의
수도는 국경지대와 그다지 멀지 않아서 전령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곧 우리들은 입성 할 수 있었다.
"그럼 공주님 다녀오십시오! "
우린 귀빈실에 머물게 되었고 용무가 있는 공주만 왕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리오님도 함께 갔으면 좋겠는데.. "
"예? "
뭘 그렇게 놀라시우? 난 같이 가면 안되는감?
"같이 가주실수 있나요? "
이런 미인이 원하시는데 소생이 어찌 거절 하겠나이까.. 우선 세리아
눈치좀 보고.. 응?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눈치네.. 좋아..
"예! 같이 가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하여 생전 처음 궁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역시 일국의
왕굽답게 그 화려함은 입으로 다 말 할수가 없었다. 어허.. 살다보니까
왕궁구경도 다하고..
"폐하께선 이 곳에 계십니다. "
"예... "
"그런데 이 분은? "
시종으로 보이는 자가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 제 가드입니다. "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
히잉.. 단숨에 보디가드로 전락했구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둥그런 원탁에 노친네들이 줄줄이 앉아있었다. 무슨
카멜롯 영화 찍는것도 아니고 뭐라냐? 엥? 근데 왜 의자가 한개야! 난
서 있으라는거냐!
"아리스 공주.. 오랜만일세.. 우선 자리에 앉게.. "
그녀는 원탁중 비어있는 곳에 앉았다. 성격 급한 국왕은 이유부터 묻기
시작했다.
"그래. 이곳엔 무슨 일로 왔는가!? "
"예.. 그럼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지금 저희 가이아나 왕국에
큰 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고자 온것입니다. "
순간 분위기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변이라니.. 똥말이야? 흠... 유치개그
군.. 어쨋건 도망쳐 왔단 얘기네?
"자자. 모두 조용히들 하시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건가? "
"삼촌.. 아니 역적 니콜라스가 아버님을 시해하고 국왕의 자리를 찬탈하였
습니다. 아버님은 반역이 일어날걸 아시곤 절 미리 대피시키셨지요.."
"알면서도 당하셨단 말인가? "
"예.. 무릇 왕은 백성들과 생명을 함께하고 성을 떠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아버님께선 죽는 일이 있어도 성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셔서.. "
아리는 말을 끊고 침묵을했다. 에휴.. 불쌍한것.. 그래도 일국의 공주라고
울수도 없고.. 너 정말 안됐다.
"그래서 묻지 않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
"에르빌국가의 힘을 빌려서 나라를 되찾고자 합니다! "
"우리가 그 제안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가? "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
"그래.. 우리가 그대를 도와줘서 나라를 찾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
"10년동안 에르빌에 세금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왕과 신하의 예를 갖추
도록 하지요.. "
"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
"거절하신다면 어쩔수 없지요.. "
"그래? 그렇다면 난 이 제의를 거절 하겠네.. "
순간 주위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왜 거절하시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대의 나라를 찾아주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피를 흘려야 하네..
그런데 고작 대가가 10년간의 세금과 군신관계라고? 차라리 우리가
침략을 해서 나라를 다 먹어버리는 편이 낳지 않겠는가? "
흠.. 맞는 말이긴 한데..
"하지만 저의 도움없이 가이아나를 제압하실순 없을 것입니다. "
"왜지? "
"비록 가이아나의 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왕족을 따르는
충성스런 귀족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나서서 그들을 선동하며
에르빌과 협공 한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현재 4개 국가중 최강을
자랑하는 가이아나를 에르빌만의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지요.."
"그것도 맞는 소리인것 같군.. 하지만 내 의견만으로 어쩔순 없지..
자 모두 말해보라! 그대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전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
그때 나이가 얼굴에 묻어나는 중엄한 노인이 일어나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황제폐하.. 에르빌 교국은 동쪽으로는 산맥이 가로 막고 있고 서로는
바다가 있으며 북쪽으론 사막이 있어 통하는 곳은 남쪽 하나 뿐입니다.
이 천연의 요새라는 이점때문에 저희 에르빌 교국은 300년이 넘는 시간동
안 안녕을 꾀할수 있었고 이만큼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에르빌 교국엔 필요한게 있습니다. "
"그게 무엇인가? "
"국가의 명예 이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지? "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교국은 3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곳만을 통치했고
다른 침략전쟁을 벌인 역사가 없습니다. 에르빌 자체적으로는 평화주의
라고 떠들고 있지만 막상 다른 국가에서는 아무 욕심없이 나라나 관수
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가이아나국 공주의 말대로 가이아나는
현 4개국 중에서 최고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이아나
국을 도와 세금을 받고 군신관계를 유지하면 폐하의 이름은 역사에 남게
될 것입니다. "
"이보시오! 대상! 그렇다고 그 흘릴 수많은 피들은 어찌할 생각이오! "
"펠른 백작. 그대는 생각이 짧소..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없는 것이고
또한 명분 없는 싸움 또한 없는 것이오! 만약 이번에 폐하가 도움을 청해
온 국가를 버렸다고 이야기가 돈다고 보시오.. 그건 국왕 폐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고 전쟁을 피함으로서 선대 국왕폐하들과 똑같은 길을
밟게 되는 일 밖에 되지 않소.. 사람은 대의를 위해 죽을줄도 알아야 하고
국왕폐하를 보필하여 그 이름을 만방에 떨치는 것이 우리 신하들의 도리
인데 백작은 그 일을 묵인할 셈이오! "
호오.. 대상이란 아찌.. 말빨이 상당한데..
"더 들을것 없소이다! 저 요망한 공주를 죽이십시오! 이 평화로운 국가에
끼어들어 폐하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지 않소! "
펠른 백작은 흥분하여 떠들었다. 근데 뭐? 누굴 죽여?
"이런 자리는 제가 끼어들자리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대 가이아나 국의
공주이십니다. 기본적인 예를 갖추시지요.. "
그 말에 다른 신하들과 국왕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여기가 어느 자리라고 목숨 무서운줄 모르고 떠드는가..
"뭐라? 여기가 어느자리라고 헛소리를 늘어놓느냐! 네놈은 무엇이길래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이냔 말이다! "
"전 공주님의 수호자입니다. 이분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켜드리는게
제 일이지요.. "
허억.. 내 평생 이렇게 느끼한 말을 하게 되다니.. 크흑... 그동안 버터라고 놀렸던 애들한테 미안해지네..
"저..저 죽일놈이! 네 이놈! 천한 녀석 같은데 어디서 공주를 들먹거리느냐
국왕님 저런 녀석의 말 따윈 들으실것 없습니다. 어서 저것들의 목을
베도록 하십시오! "
아쭈. 국왕 앞에서도 막나가네.. 저거 정말 백작맞어? 배운거 없이 부모가
잘나서 백작된거 아닌감?
"이보게 펠른백작! 국왕폐하 앞에서 경거망동 하지말게! "
"죄.. 죄송합니다. "
대상의 꾸짖음에 백작은 자신의 죄를 알았는지 침묵을했다.
오히려 이번엔 국왕이 물어왔다.
"이보게.. 자넨 이름이 뭔가? "
"리오네스라고 합니다. "
"그럼 리오네스군.. 자네는 공주의 수호자라고 했는데.. 그럴 힘이나 갖추
고서 일국의 공주를 지키는것인가.. 그저 평범한 인간 같은데.. "
훗.. 평범한 인간? 위험1순위 인물한테 그게 할 소리냐?
"전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공주님 말씀에만 따를뿐! "
와.. 나 타임머신 개발되면 과거로 돌아가서 기사해도 되겠다
내가 생각해도 말을 넘 잘해..
"그럼 공주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한단 말인가? "
"예.. 공주님께서 명령하신다면.... "
난 잠시 침묵했다.
"명령하신다면? "
"에르빌국가도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원탁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거 웬 놈이 들어와 수호자라고 해도
못 믿을판에 국가를 멸망시키겠다니.. 공주역시도 놀랐는지 날 쳐다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말을 하면 어떻해요.. "
"걱정마십시오.. 공주님.. 전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
공주는 당황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지만 정작 충격에 휩싸인건
국왕이었다.
"허.. 자네 혼자서 우리 에르빌 국가를 멸망시키겠다는건가? 이거 허풍이
라고 하기엔 너무 심한것 아닌가.. "
"말씀드렸다시피 공주님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이 에르빌 국가를 멸망시킬
것입니다. 믿지 못하신다면 공주님을 통해 말해주십시오.. 당장 실현
시켜드리겠습니다. "
"허허허.. 이거 거짓말이라기엔 너무 굉장한걸 들었군.. 좋네.. 자넬 시험
해보지.. 여봐라! "
국왕의 외침과 함께 4명의 여성이 앞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들은 에르빌의 4여신이네.. 그 마법이 9써클에 이르러 이 에르빌
교국을 지켜주는 여신이 되었지.. 자네가 이중 한명만 쓰러뜨리더라도
그 말을 믿어주겠네.. "
흥.. 9서클? 빠듯하겠지만 괜찮겠군..
"공주님 상대해도 괜찮겠습니까? "
이왕 시작한 연기 끝까지 가자 싶어서 난 그녀에게 물었다.
"저..저야 괜찮지만 리오님은 괜찮으시겠어요? 9서클이면 이미 입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인데.. 그런 분들이랑 싸우신다니.. "
큭.. 웃기는군.. 물론 저번 세계보다야 9서클이 많다지만 그게 어디 입신
의 경지냐?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
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조.. 좋습니다. 싸우는걸 허락하지요.. "
국왕이 우릴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래.. 공주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누구와 싸워보겠는가?
이 로브 색대로 불.물. 바람 대지를 나타내지.. 자네 기량껏 싸우게."
"한명씩 상대한다면 제가 귀찮습니다. 4분다 한꺼번에 상대해드리지요.."
"자..자네 무슨 소리인가? 4여신 전부를 상대하겠다고? "
"그렇습니다. 4여신 전부 상대해 드릴테니 싸울 곳으로 안내해주시지요."
4여신은 상당히 불쾌했는지 마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곧 실내는 살기에
뒤덮였으나 난 개의치 않았다. 이미 시작된 일이니 만큼 끝은 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세리아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4여신과의 전투가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 길을 달려온지 3일이 지났다. 여러산을 넘어왔건만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적은 한번도 없을것이다. 하긴 녀석들도 알고 있을것이다. 사냥하려다가 사냥 당한다는것을.. 이 정도의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는데 덤빌 정도로 멍청하지만은 않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꺼야? "
세리아가 쉬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글쎄.. 언제까지일까.. 하지만 난 시간은 넉넉하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리오의 세계가 위험하다며..? "
"아니.. 그 곳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엄청난 차이를 보여서.. 아마 이곳
에서 수천년은 있어야지 우리세계가 멸망할껄? "
"그렇구나.. 그런데 저기 공주란 사람.. 왜 이런 먼길을 떠나는거지? "
"글쎄.. 그거야 깊은 사정이 있겠지.. 왕궁 사람들 일에 그렇게 깊이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
"그건 그렇지만.. "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라구.. 저런 거물이 왜 이렇게 먼길을
가는건지는..
"자 출발! "
콜라리스대장의 출발 신호와 함께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후우...
별 일 없어야 할텐데.. 응? 별일없어야 한다고.. ? 으이구. 나답지
않은 소릴 해버렸잖아.. 뭐 별일좀 있으면 어때.. 다 쓸어버림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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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발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뒹굴고
있다. 왕관을 쓴 남자와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귀족옷을
입은 남녀가 즐비하게 쓰러져 있다. 무슨 참극을 보는걸까?
"아리스는 아직 못찾은건가? "
"예! 각하! 성전이 있기 3일전 시중들과 함께 궁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래.. 급할걸 없지.. 이젠 여기가 내 자리인걸.. "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전하! 전하 앞에 모든 영광이 있기를! "
"흘.. 그래 알았다. 그만 나가봐라.. "
"예! "
붉은 기사가 사라진뒤에 니콜라스라 불린 자는 의자에 일어나 앞에 있는
남자를 주시하며 말했다.
"형님.. 그러게 왕권을 미리 넘겨주셨으면 좋았잖습니까.. 큭큭큭.. "
눈 감지 못한 시체만이 그 앞에 덩그러니 굴러다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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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목적지는 어딥니까!? "
한 용병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콜라리스가 대답했다.
"에르빌 교국이다"
"에? "
그 소리에 전 용병이 경악했다. 이 무슨소리인가! 국경을 넘어 간다니!
"왜 그런것이죠? "
"그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공주님은 비밀 사절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군말말고 일이나 수행하도록! "
워낙에 단순무식한 용병들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아니.. 무슨 공주가 비밀사절이라도 그렇지 용병을 데리고 다녀!
기사들이나 왕궁 병사들도 있을텐데! 이거 뭔가 잘못 돌아가는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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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이리로 지나간다는게 사실이냐? "
"예! 영주님. "
"큭큭큭.. 좋다. 그럼 파랑새 사냥을 시작하지.. 그녀를 잡아다 넘기면
니콜라스가 좋아하겠군."
일 안하고 배부르게 밥술갈 뜨는게 이 빌어먹을 귀족들이다. 여느 귀족보다
욕심이 많은 베니스 역시 공주를 노리는 족속들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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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빌 교국까지는 얼마나 남은거죠? "
마차안에서 공주가 물어왔다.
"아.. 예! 하루만 더 가면 에르빌 교국입니다. 걱정마십시오! "
"예.. 아바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실꺼에요.. 빨리 당도할 수 있게 부탁 드리
겠습니다. "
"옙! 공주님! "
흠.. 콜라리스대장은 아무래도 왕궁 사람이었던 것 같군.. 저 예절하며
공주에 대한 친분도 그렇고.. 허.. 비밀사절이라.. 그럼 왕궁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님 시집가는거나 둘중 하나겄네.. 그런데 시집도 비밀스럽게
가나? 이런 생각을 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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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다 준비가 되었겠지? "
"옙! 영주님! 일반 병사 400명과 5써클 마법사 6명이 있습니다! "
"공주측은? "
"용병 40명 정도 입니다. 개중에 마법사도 조금 섞여 있는것 같지만
걱정하실 정돈 아닙니다! 확실합니다. "
"좋다! 그럼 가는 길목에 포진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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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을 더 이동했을까... 선두에 있던 콜라리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정지! "
용병들에게 손을들고 정지 신호를 내린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주시했다. 상당히 많은수의 병력이 우리
앞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안 좋게 돌아가는데..
"베니스 영주님이 아니십니까!? 이 곳엔 웬일이신지요.. "
상당히 딱딱한 어조로 콜라리스는 물었다.
"아.. 공주님이 이길로 가시는 길이라 들어서 말일세.. 우리가 호위를
좀 해드릴까 하고.. "
"호위를 하는데 이 많은 병사들이 필요한가요? "
"그..그게 .. 아무래도 공주님이시다 보니 호위 할 병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하하;; "
순간 용병들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모두 칼집에 손을 갖다댔다. 이들도
느낀것일까.. 여기서의 싸움은 피할수 없다는것을!
"젠장.. 저 많은 병사들과 싸워야 한다니.. "
"400골드 준다고 했을때부터 알아봤어.. 빌어먹을! "
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싸울 준비는 죄다 하고 있군..
그때였다. 웬 공같은 물체가 하늘로 붕 떠버린것은.. 그 물체는 곧 땅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베니스의 목이었다.
"모두 마차를 호위하며 돌파하라! "
역시 용병들의 직감대로였다. 모두들 마차를 둘러싸고 칼질을 해대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은 마법사들이 마차에 바짝 붙고 전사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는 형식이었는데 즉석으로 하는것 치곤 제법 괜찮은 전술
이었다. 하지만 숫적 열세를 벗어날 수 없었던 지라 금세 포위당했고
개중엔 따라오지 못해 병사들에게 다듬질을 당하는 놈들도 있었다.
상당히 부족한 숫자.. 적 병력은 몇명인지는 제대로 알수 없었으나 눈짐작
으로도 500은 족히 되보였다. 게다가 마나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걸로 마법사도 있는것 같았다.
"세리아.. 내곁에 붙어있어.. "
"으응... "
나 역시 마법사 축에 껴서 마차에 가깝게 붙을수 있었다. 마차안을 들여다
봤더니 공주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도를 할 뿐이었다.
훗.. 대단한 여자군.. 이제 겨우 17살인데 이정도로 담이 크다니.. 세리아
한테는 미안하지만 일등신부감이라면 이런 아이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
그런 헛생각을 할 무렵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더니 마차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모두 공주를 잡을 생각만 하는 모양이었다. 곧이어 피를 튀기고
살이 떨어저 나가는 전투가 벌어졌다. 용병들이 비록 실력은 압도적이었으나 병사들의 무수한 창날을 피해 갈순 없었다. 세리아를 포함한 마법사들은
적 마법사들과 교전을 펼치기에 바빳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팔리 잘렸는데도 병사들을 향해 몸을 던지는 자도 있었고 온몸이 피범벅이 되는데 눈하나
깜빡안하고 병사들은 베어넘기는 용병도 있었다. 하나둘 쓰러져가는 그들을
뒤로한채 포위망은 점점 좁혀저 나갔다. 말 위에 타있는 콜라리스 대장을
보았다. 마치 전장의 야수같은 칼솜씨로 적들을 베어넘기는 콜라리스 대장.
이미 백마는 피로 물들었으나 그 주인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인지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발길질 들을 하며 싸웠다. 대장의 검에서 오오라가 피어나는
걸로 봐서는 책에서 보았던 소드마스터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하나
보살피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 많은 병사들 사이로 마차를 호위하며 빠저
나갈수 있을까? 그 사이에도 용병들은 하나하나 쓰러져 갔고 처음 모였던
용병들의 반조차 안남게 되었을 때 병사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병사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미150명
이 넘는 병사들이 쓰러져 바닥에 누웠다. 물론 용병이 20명이 넘게 전사했고 마법사를 제외한 전투사들은 대장을 비롯해서 17명정도이다. 허나
그 정도 숫자를 죽이기 위해 150명이 전사했다. 그렇다는 것은 한사람당
10명도 넘게 죽였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병사들도 기가 꺾였는지 포위를
할뿐 누가 하나 먼저 다가서질 못했다.
"허억.. 허억.. 젠장할! 이건 400골드갖고는 택도 없겠어! 살아갈 확률은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1000골드는 족히 받아야겠는걸! "
그런 농담섞인 말투를 하는 용병들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극도로 지쳐있었다
난 시선을 돌려서 마차쪽을 둘러봤다. 이미 탈진한 마법사들 사이로 지쳐서
서있지도 못하는 세리아가 보인다. 하긴 그들로선 엄청난 성과였다.
비록 내 정령들이 대부분의 마법을 막아 주었다고는 하지만 저쪽 진영보다
실력이 딸리는 실정에서 이정도로 버텨준것만 해도 대견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저쪽은 전투를 치룰수 있는 상황이고 이쪽은 전투 불가다.
이건 상당히 큰일이라고 생각 할 수 밖에..
"후.. 하는 수 없는건가.. "
난 생각을 정리하고 팔찌를 빼려했다. 그 때였다.
마차가 열리면서 찰랑이는 금발머리를 한 소녀가 나왔다. 이 피비린내나는
전장이 한순간 따뜻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당신들이 원하는거 제가 아닙니까? 이 사람들은 무관하니 보내주세요. "
하.. 자진해서 투항하시겠다? 언니 그럼 섭하지.. 우리 돈은 누가 주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군요..
공주님만 오신다면 저들은 살려서 보내지요.. "
상당히 음흉한 얼굴을 한 녀석이었다. 영주가 죽었으니 이젠 자기가 대빵
이라 그건가.. 하여간 이 쓰레기 같은 족속은!
그 때 붉게 물든 백마를 몰고 한 남자가 공주앞을 막아섰다.
"공주님! 아니될 말씀을 하십니다! 공주님께서 가신다고 저들이 우릴 살려
줄것 같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잔인하게 살해당할 것입니다.
대왕폐하의 말씀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
그렇게 말하며 콜라리스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아.. 아무리 내가
냉혈한이라도 이런건 가슴이 좀 울리네..
"하지만 제가 가서 여러분들이 살길이 조금이라도 트인다면 그걸로도 충분
합니다. 비록 껍데기만 공주일뿐.. 여러분이나 저나 다같은 사람이 아닙
니까.. 한목숨으로 인해서 이 많은 사람들이 살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요"
공주의 말을 듣자 용병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어떤 생각을 했을
까.. 눈물을 흘리는 용병도 있었고 무릎을 꿇는 용병도 있었다.
17살 소녀로만 봤는데 대단하군.. 이렇게 배운게 없는 용병들을 감동시킬
정도라니.. 이 여자.. 패황의 자질이 있어.. 이대로 버릴순 없지..
웬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야..
"세리아.. "
세리아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고개만 돌려 날 쳐다봤다.
"공주를 지켜주고 싶어.. 괜찮지? "
그녀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미 적 진영으로 다가가는 공주에게 뛰어갔다.
"공주님.. "
공주는 놀라 뒤돌아 봤다.
"예? "
"공주님이 에르빌에 가시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공주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아닌것 같네요.. "
그러면서 또 걷는게 아닌가! 이거 공주라지만 사람말 무시하면 재미
없을텐데...
"그렇다면 이 상황이 끝나면 말씀해 주실건가요? "
"예? "
"제가 공주님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빠져나가게 된다면 그 이유를
저에게 들려주세요. "
"하..하지만.. 알겠습니다. 그런데 힘드시지 않으시겠어요? "
걱정어린 눈빛으로 날 보는 공주의 시선을 무시하고 난 공주의 팔목을
잡아 세리아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세리아.. 잠시 공주님 눈좀 가려줄래? "
세리아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감했는지 웃으며 끄덕였고 곧 공주를
뒤로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아.. 그리고 이거.. "
난 팔찌를 벗어 그녀에게 맡겼다. 이번에도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빨리 이자리를 떠라.. "
내 말이 우습게 들렸을까? 순간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주위를 메웠다.
"크하하하하하... "
"저 녀석 말 들어봤냐? 아직 털도 안난게.. 크하하하하.. "
훗.. 내 소리가 장난으로 들린건가? 순간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난 곧 그 물체를 볼 수 있었다. 파이어 볼이었다.
웃기지도 않는군.. 난 파이어 볼을 쳐다봤다. 기세좋게 날아오던 파이어
볼은 눈앞에서 소멸해 버렸고 난 파이어 볼이 날아온 궤도를 살폈다.
여마법사 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 왜 레이디 퍼스트인지 이제 알겠네.. "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을까? 적군측은 곧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여자 먼저 죽이라는 소리였군.. "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손에서 윈드 커터가 떠났고 마법은 기세좋게
적군 진영으로 날아갔다. 곧이어 둥그런 물체가 하늘로 떠올랐고 잠시후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 시작했다. 바로 여마법사의 머리였다.
붉은 선혈이 땅을 적시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병사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고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좋아. 모두 죽는걸로 합의 본 모양이군.. "
훗..
"스파이럴 블래스트.. "
곧이어 진공의 주문이 내 앞을 떠났고 바람소리와 함께 정면에 있던
병사들은 걸레가 되어 버렸다.
허나 병사들은 개의치 않게 양옆으로 포위하면서 덤벼들었다.
"흥.. 그라운드 스피어! "
곧이어 땅에서 가느다란 토창 수백개가 올라왔고 무작정 달려오던 녀석들은
토창에 꽂혀서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난 시선을 돌려서 남은 병사를 보았다. 채 10명도 안남은 숫자가 달아나고
있었고 아까 공주를 요구하던 녀석은 바지에 오줌을 지린채 벌벌 떨고
있었다. 난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십쇼.. 저.. 저흰 아무 죄 없습니다. 저.. 전부 영주가 시킨
일이라구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
"후웃.. "
"헤에에.. "
"버스 떠났어 새꺄! "
놈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내 손엔 어느새 얼음창하나가 생겨나 허공에 떠있었다. 잠시후 창은
내손을 떠나 녀석의 몸통을 정확히 뚫고 지나갔다.
"공주님.. 이제 상황정리가 되었습니다. 눈 뜨셔도 됩니다. "
공주는 눈을뜨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으나 이내 고개를 돌렸다.
수백명의 병사가 토창에 꽂혀 죽어있었고 뼈와 살점이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용병들의 시선은 그런 공주와는 달랐다.
"자.. 자네는 도대체 누군가? "
콜라리스 대장은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뭐.. 공주님의 가브리엘 이라고만 해두죠 .. "
세리아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으나
난 살짝 윙크를 해주고 다시 공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상황에
적응한듯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들어있는듯 했다.
결국 우리 일행은 이 악몽같은 전투를 마치고 나서야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얼마안가 에르빌 국경지대에 다다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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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리스 공주가 왔다고? 소식도 없이 무슨일로? "
"그게.. 아무래도 나라에 변이 생긴것같습니다. "
"그게 무슨소리인가! 자세히 말해보게! "
"공주를 데리고 온 자들이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더군요.. 콜라리스백작
이 있는걸로 봐선 그가 데려온 자들 같습니다만.. 이미 한바탕 전투를
치룬후 같습니다. "
"그래..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
"예... 국경지대에 머물도록 했습니다만.. "
"멍청한 녀석! 그래도 일국의 공주가 아니더냐! 빨리 성으로 모셔오너라!"
병사는 에르빌 국왕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국경지대로 떠났다. 에르빌의
수도는 국경지대와 그다지 멀지 않아서 전령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곧 우리들은 입성 할 수 있었다.
"그럼 공주님 다녀오십시오! "
우린 귀빈실에 머물게 되었고 용무가 있는 공주만 왕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리오님도 함께 갔으면 좋겠는데.. "
"예? "
뭘 그렇게 놀라시우? 난 같이 가면 안되는감?
"같이 가주실수 있나요? "
이런 미인이 원하시는데 소생이 어찌 거절 하겠나이까.. 우선 세리아
눈치좀 보고.. 응?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눈치네.. 좋아..
"예! 같이 가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하여 생전 처음 궁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역시 일국의
왕굽답게 그 화려함은 입으로 다 말 할수가 없었다. 어허.. 살다보니까
왕궁구경도 다하고..
"폐하께선 이 곳에 계십니다. "
"예... "
"그런데 이 분은? "
시종으로 보이는 자가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 제 가드입니다. "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
히잉.. 단숨에 보디가드로 전락했구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둥그런 원탁에 노친네들이 줄줄이 앉아있었다. 무슨
카멜롯 영화 찍는것도 아니고 뭐라냐? 엥? 근데 왜 의자가 한개야! 난
서 있으라는거냐!
"아리스 공주.. 오랜만일세.. 우선 자리에 앉게.. "
그녀는 원탁중 비어있는 곳에 앉았다. 성격 급한 국왕은 이유부터 묻기
시작했다.
"그래. 이곳엔 무슨 일로 왔는가!? "
"예.. 그럼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지금 저희 가이아나 왕국에
큰 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고자 온것입니다. "
순간 분위기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변이라니.. 똥말이야? 흠... 유치개그
군.. 어쨋건 도망쳐 왔단 얘기네?
"자자. 모두 조용히들 하시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건가? "
"삼촌.. 아니 역적 니콜라스가 아버님을 시해하고 국왕의 자리를 찬탈하였
습니다. 아버님은 반역이 일어날걸 아시곤 절 미리 대피시키셨지요.."
"알면서도 당하셨단 말인가? "
"예.. 무릇 왕은 백성들과 생명을 함께하고 성을 떠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아버님께선 죽는 일이 있어도 성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셔서.. "
아리는 말을 끊고 침묵을했다. 에휴.. 불쌍한것.. 그래도 일국의 공주라고
울수도 없고.. 너 정말 안됐다.
"그래서 묻지 않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
"에르빌국가의 힘을 빌려서 나라를 되찾고자 합니다! "
"우리가 그 제안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가? "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
"그래.. 우리가 그대를 도와줘서 나라를 찾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
"10년동안 에르빌에 세금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왕과 신하의 예를 갖추
도록 하지요.. "
"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
"거절하신다면 어쩔수 없지요.. "
"그래? 그렇다면 난 이 제의를 거절 하겠네.. "
순간 주위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왜 거절하시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대의 나라를 찾아주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피를 흘려야 하네..
그런데 고작 대가가 10년간의 세금과 군신관계라고? 차라리 우리가
침략을 해서 나라를 다 먹어버리는 편이 낳지 않겠는가? "
흠.. 맞는 말이긴 한데..
"하지만 저의 도움없이 가이아나를 제압하실순 없을 것입니다. "
"왜지? "
"비록 가이아나의 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왕족을 따르는
충성스런 귀족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나서서 그들을 선동하며
에르빌과 협공 한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현재 4개 국가중 최강을
자랑하는 가이아나를 에르빌만의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지요.."
"그것도 맞는 소리인것 같군.. 하지만 내 의견만으로 어쩔순 없지..
자 모두 말해보라! 그대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전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
그때 나이가 얼굴에 묻어나는 중엄한 노인이 일어나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황제폐하.. 에르빌 교국은 동쪽으로는 산맥이 가로 막고 있고 서로는
바다가 있으며 북쪽으론 사막이 있어 통하는 곳은 남쪽 하나 뿐입니다.
이 천연의 요새라는 이점때문에 저희 에르빌 교국은 300년이 넘는 시간동
안 안녕을 꾀할수 있었고 이만큼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에르빌 교국엔 필요한게 있습니다. "
"그게 무엇인가? "
"국가의 명예 이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지? "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교국은 3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곳만을 통치했고
다른 침략전쟁을 벌인 역사가 없습니다. 에르빌 자체적으로는 평화주의
라고 떠들고 있지만 막상 다른 국가에서는 아무 욕심없이 나라나 관수
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가이아나국 공주의 말대로 가이아나는
현 4개국 중에서 최고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이아나
국을 도와 세금을 받고 군신관계를 유지하면 폐하의 이름은 역사에 남게
될 것입니다. "
"이보시오! 대상! 그렇다고 그 흘릴 수많은 피들은 어찌할 생각이오! "
"펠른 백작. 그대는 생각이 짧소..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없는 것이고
또한 명분 없는 싸움 또한 없는 것이오! 만약 이번에 폐하가 도움을 청해
온 국가를 버렸다고 이야기가 돈다고 보시오.. 그건 국왕 폐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고 전쟁을 피함으로서 선대 국왕폐하들과 똑같은 길을
밟게 되는 일 밖에 되지 않소.. 사람은 대의를 위해 죽을줄도 알아야 하고
국왕폐하를 보필하여 그 이름을 만방에 떨치는 것이 우리 신하들의 도리
인데 백작은 그 일을 묵인할 셈이오! "
호오.. 대상이란 아찌.. 말빨이 상당한데..
"더 들을것 없소이다! 저 요망한 공주를 죽이십시오! 이 평화로운 국가에
끼어들어 폐하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지 않소! "
펠른 백작은 흥분하여 떠들었다. 근데 뭐? 누굴 죽여?
"이런 자리는 제가 끼어들자리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대 가이아나 국의
공주이십니다. 기본적인 예를 갖추시지요.. "
그 말에 다른 신하들과 국왕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여기가 어느 자리라고 목숨 무서운줄 모르고 떠드는가..
"뭐라? 여기가 어느자리라고 헛소리를 늘어놓느냐! 네놈은 무엇이길래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이냔 말이다! "
"전 공주님의 수호자입니다. 이분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켜드리는게
제 일이지요.. "
허억.. 내 평생 이렇게 느끼한 말을 하게 되다니.. 크흑... 그동안 버터라고 놀렸던 애들한테 미안해지네..
"저..저 죽일놈이! 네 이놈! 천한 녀석 같은데 어디서 공주를 들먹거리느냐
국왕님 저런 녀석의 말 따윈 들으실것 없습니다. 어서 저것들의 목을
베도록 하십시오! "
아쭈. 국왕 앞에서도 막나가네.. 저거 정말 백작맞어? 배운거 없이 부모가
잘나서 백작된거 아닌감?
"이보게 펠른백작! 국왕폐하 앞에서 경거망동 하지말게! "
"죄.. 죄송합니다. "
대상의 꾸짖음에 백작은 자신의 죄를 알았는지 침묵을했다.
오히려 이번엔 국왕이 물어왔다.
"이보게.. 자넨 이름이 뭔가? "
"리오네스라고 합니다. "
"그럼 리오네스군.. 자네는 공주의 수호자라고 했는데.. 그럴 힘이나 갖추
고서 일국의 공주를 지키는것인가.. 그저 평범한 인간 같은데.. "
훗.. 평범한 인간? 위험1순위 인물한테 그게 할 소리냐?
"전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공주님 말씀에만 따를뿐! "
와.. 나 타임머신 개발되면 과거로 돌아가서 기사해도 되겠다
내가 생각해도 말을 넘 잘해..
"그럼 공주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한단 말인가? "
"예.. 공주님께서 명령하신다면.... "
난 잠시 침묵했다.
"명령하신다면? "
"에르빌국가도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원탁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거 웬 놈이 들어와 수호자라고 해도
못 믿을판에 국가를 멸망시키겠다니.. 공주역시도 놀랐는지 날 쳐다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말을 하면 어떻해요.. "
"걱정마십시오.. 공주님.. 전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
공주는 당황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지만 정작 충격에 휩싸인건
국왕이었다.
"허.. 자네 혼자서 우리 에르빌 국가를 멸망시키겠다는건가? 이거 허풍이
라고 하기엔 너무 심한것 아닌가.. "
"말씀드렸다시피 공주님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이 에르빌 국가를 멸망시킬
것입니다. 믿지 못하신다면 공주님을 통해 말해주십시오.. 당장 실현
시켜드리겠습니다. "
"허허허.. 이거 거짓말이라기엔 너무 굉장한걸 들었군.. 좋네.. 자넬 시험
해보지.. 여봐라! "
국왕의 외침과 함께 4명의 여성이 앞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들은 에르빌의 4여신이네.. 그 마법이 9써클에 이르러 이 에르빌
교국을 지켜주는 여신이 되었지.. 자네가 이중 한명만 쓰러뜨리더라도
그 말을 믿어주겠네.. "
흥.. 9서클? 빠듯하겠지만 괜찮겠군..
"공주님 상대해도 괜찮겠습니까? "
이왕 시작한 연기 끝까지 가자 싶어서 난 그녀에게 물었다.
"저..저야 괜찮지만 리오님은 괜찮으시겠어요? 9서클이면 이미 입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인데.. 그런 분들이랑 싸우신다니.. "
큭.. 웃기는군.. 물론 저번 세계보다야 9서클이 많다지만 그게 어디 입신
의 경지냐?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
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조.. 좋습니다. 싸우는걸 허락하지요.. "
국왕이 우릴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래.. 공주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누구와 싸워보겠는가?
이 로브 색대로 불.물. 바람 대지를 나타내지.. 자네 기량껏 싸우게."
"한명씩 상대한다면 제가 귀찮습니다. 4분다 한꺼번에 상대해드리지요.."
"자..자네 무슨 소리인가? 4여신 전부를 상대하겠다고? "
"그렇습니다. 4여신 전부 상대해 드릴테니 싸울 곳으로 안내해주시지요."
4여신은 상당히 불쾌했는지 마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곧 실내는 살기에
뒤덮였으나 난 개의치 않았다. 이미 시작된 일이니 만큼 끝은 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세리아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4여신과의 전투가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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