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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유희(遊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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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oushi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4건 조회 339회 작성일 03-04-2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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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래곤이다.
드래곤. 미천한 인간들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모른다.
우리 드래곤들은 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존재. 피조물 중 가장 완벽한 존재.
신이 되기를 포기한 존재.
마지막으로, 많은 운명을 살아가는 존재.
인간들이 이것의 뜻한 바를 이해하려면 평생도 힘들 것이다.
벌레 같은 그들은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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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려..."

파멸의 레이저 브레스에 맞은 인간의 남자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타서 사라졌다.
브레스를 내뿜은 주인공인 드래곤은 무표정하게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훗, '아직도' 나의 영역을 침범하다니. 인간이란 도대체 얼마나 단순한 건지.'

지금까지 그가 '자신의 영역 침범'을 이유로 죽인 인간만 해도 이백 명은 족히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레어를 향한 인간의 발길은 끓이질 않았다.
여태까지 그가 만난-'죽인'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다-인간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평범한 나무꾼도 있었다.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랍시고 일대에서 명성을 떨치던-거짓말이었다. 사실 그들의 실력은 헤츨링 슬레이어라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으니-전사와 신관, 마법사로 이루어진 모험가들도 있었다.
그 모든 종류의 인간들을 그는 아무 감정의 편린 없이 처단했다.
그것이 실수였든, 아니면 욕망이었든, 아니면 단순한 무지였든 간에.
그가 족족 들어오는 사람들을 죽여서인 듯, 이 일대는 나무가 아직도 무성하고 자연의 신의 손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그노스 산. (Ignos mountain)

황금의 드래곤이 머무는 곳. 이곳이 바로 그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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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 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수천 번, 아니 수만 번도 넘게 경험한 아침이.
눈을 뜬 그는 어디엔가 침입자가 없나 살펴보았다.
자신의 영역 내에 인간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나지막이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변신)의 형태를 연상했다.

주문과 시동어, 마나의 컨트롤을 해야 하는 '미천한' 인간들과는 달리 드래곤들은 마법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법의 사용이 가능했다.
이 얼마나 편한 일인가! 그에게는 수천년 동안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 편하게도 느껴지지 않겠지만.
트랜스포메이션과 라이팅(Lighting:조명)을 같이 연상한 듯, 푸른 광채가 나타나 시야를 뒤덮었다.

광채가 사라졌을 때, 거구의 드래곤 대신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짧은 머리의 오레아드(Oread:풀숲 요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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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아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경을 구경하는 듯. 오레아드는 작은 꽃 하나 지나치지 않았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구경하는 것 보다 훨씬 커다랗게 보이는 꽃잎들을 오레아드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실로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오레아드'로서의.

주위에 다른 오레아드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오레아드라는 듯 약간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던 오레아드들이, 조금씩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레아드 하나가 그의 날개를 톡 쳤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오레아드들이 웃으며 손짓했다. 같이 놀자는 의미이리라.
그는 주저 없이 오레아드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자신을 불렀던 오레아드에게 미소를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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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이나 그들과 어울렸을까.

그는 오레아드들과 다시 헤어졌다. 오레아드들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오레아드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다시 한 번 트랜스포메이션의 형태를 연상했다.

짧은 머리가 갑자기 조금 길어졌고, 초록색의 머리가 푸른 색으로 변했다.
몸도 조금은 커져, 지금의 그의 몸은 약간은 성장한 소년을 연상시키키도 했다.

그는 나이아드(Naiad:호수 요정)가 되었다.

그는 눈 앞에 있는 호수에 발을 담그었다. 차갑지도 그리고 따뜻하지도 않은 호숫물이 느껴졌다.
호수 옆의 약간은 커다란 바위를 침대 삼아 누운 그는 장난스런 얼굴로 돌을 들었다.
퐁당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돌이 물의 표면을 때리고 다시 튕겨오르기를 반복했다.
돌이 가라앉자,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돌이 바로 물수제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호수의 한가운데에서 다른 나이아드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를 보고 나이아드들은 동질감을 느꼈던지,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다가온 나이아드는 여성체였다.
물 밖에서 앉아-정확히는 누워-있는 그를 본 나이아드는 서서히 몸을 물 밖으로 드러냈다.
물 밖으로 나오고 있는 나이아드를 본 그는 바위에서 내려왔다.
나이아드는 내려오는 그를 보고는 배시시 웃었다.
역시, 오레아드들 같이 나이아드들도 그의 정체를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죠? 처음 보는 분이신데......]

여성체 나이아드가 물었다. 그는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하면서 대답을 물색하려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마침내, 완벽히 둘러댈 수 있는 대답을 생각해 낸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itase..poliwdon kikaous...]

그가 말을 할 때마다 나이아드들의 얼굴이 시퍼렇게-원래부터 물이 본체이니 푸른 빛을 띄었지만-변해 갔다. 그는 갑작스런 나이아드들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너무나도 큰 실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는 용.언.으.로. 나이아드들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의 앞에 있던 여성체 나이아드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호수 속으로 도망쳤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드래곤을 앞에 두었으니, 하지만 그는 그런 나이아드를 보며 웬지 모를 감정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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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의 유희. 그것의 종결을 고하듯 밤은 찾아왔다.

해가 서쪽으로 모습을 감추고 계절을 나타내는 다섯 개의 달 중 봄을 나타내는 루나(Runa)가 빛을 발했다.

그는 루나를 바라보며 낮 동안에 있었던 유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두 개의 유희가 있었다.

오레아드로서, 그리고 나이아드로서.

그 때 드래곤이란 없었다. 오로지 하나의 오레아드와 나이아드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아까 그 여성체 나이아드가 도망친 것은 단지 드래곤에 대한 공포심과 무지 때문이었으리라.

드래곤은 유희에 충실한다. 기본적인 규칙을 나이아드는 몰랐으리라.

드래곤의 하루, 유희의 하루, 그것은 한 번의 인생과도 같았다.

아마, 드래곤이 수많은 운명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말은 이런 뜻이리라.

수많은 상념들을 조금씩 정리하며 거구의 드래곤 하나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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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단편으로 끝낼 것인지 장편으로 이을 것인지 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으로 끝내자니 구상한 스토리가 조금은 아깝고,

장편으로 쓰자니 부담이 되어서요.

솔직히 저번에 완결을 지은 것은 마지막에는 구상된 스토리가 모두 떨어져서 너무 힘들게 소설을 쓴 기억이 있는지라...

으음...이 소설을 잘 감상하셨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구요.

감상해 보셨다면 이것이 그냥 끝내야 할지, 장편으로 이어야 할지 의견이라도 한 번 코멘트에 첨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Roushi=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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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토님의 댓글

스니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고하셨습니다.장편으로 해야할듯 하네요 이야기는 장편인데 단편으로 줄일려고 노력하신것 같은 느낌을 받네요 이야기의 어떤부분이 빠져있는 허전한 느낌을 받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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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사랑님의 댓글

여신사랑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웃.. 드래곤이 주인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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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셀님의 댓글

카르셀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님 마음대로 하시구려. 뭘 하든 그것은 님의 결정에 달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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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주신킨진님의 댓글

최강주신킨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누군가는.. 누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군요.. 켈켈 -_-.. 뭐, 상관할 바 아니고.. 흠.. 단편으로 줄이시려고 노력중이시라면.. 단편으로 써보세요.. 솔직히 전 장편이 될것 같은 예감을 받고 있습니다만..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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