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gement.(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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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의 발걸음이 이어진 곳은 돌을 밟는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이 막 정중 예식을 마치고 식사를 마친 후 서로가 개인 수련을 위하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을 때 갑자기 정문에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였다. 그들은 이 늦은 시각에 누가 이곳에 들렸을까 하는 의구심에 정문에 대고,
“ 누구시오. ”
하고 외쳤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바람소리가 잠시 문을 두드린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 멍하게 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일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다시 문이 두드려졌다. 퉁. 퉁. 거리는 소리는 바람이 가볍게 낼만한 소리가 아니였다. 사람이 손으로 두드린 소리가 아닌가. 그들은 다시,
“ 누구시오! ”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그러나 밖에서는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았다. 약간의 화가 치밀은 것인지 그들이 다시 큰소리로 물으려고 하였을 때 놀랍게도 거대한 통나무로 단단히 막혀있던 문이 열리었다. 통나무는 또르르르 굴러 건물 마당까지 내려왔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수련인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데 문이 슬쩍 열리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방금 전의 일이 별 것도 아니라고 치부할 만큼 더더욱 놀라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아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놀랍도록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정말 아이의 귀여움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돌을 밟는 이들의 특성이라 한다면 속세적인 아름다움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 보인다 하여도 그들을 파계의 위치까지 끌어내는 아름다움은 가히 멀리해야 마땅한 것이다.
모두들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그들 사이에서도 한 단계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는 중년인이 그 소녀에게 다가섰다.
“ 꼬마 숙녀께서 어인 일로 이리 횡포를 부리시오? 뉘와 같이 오셨소? ”
그러나 소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중년인의 말에 더욱 눈매가 매서워 졌다는 것뿐. 소녀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어덜떨해져 있는 사이에 소녀가 중년인의 뒤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만 가볍게 중년인의 목 뒤를 어루만지더니만 중년인이 쓰러졌다. 그 광경을 지켜본 수련인들이 모두들 깜짝 놀랐다. 몇몇이 분노를 일으키며 소녀에게 화를 내려고 하기도 하였다.
그 때, 엄청난 속력으로 흰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는 장문인 3명이 달려왔다. 순간적인 일에 놀라기는 하였으나 그들은 상당히 차분한 표정으로 희안한 미색을 지닌 소녀를 응시하였다. 그 중 가운데 있는 장문인이 소녀에게 소리쳤다.
“ 네 누구길래 이리 소란을 피우는 것이더냐! ”
역시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어 장문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순간 소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렸다. 미세한 바람소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 공터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 긴장하며 그 소녀가 공격할 곳을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소녀는 계속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ㅡ 쉬... 익...
공터 옆에 위치한 100년 쯤 묵어 보이는 거대한 나무에 풍성하게 이루어진 나뭇잎들이 빠르게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잎들의 개수가 몇 천개에 달한 모양이다. 보통, 꽃잎이 떨어진다는 것과는 약간 다른, 아니 거의 폭포수처럼 푸른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며 천천히 내려오던 그 나뭇잎들은 더더욱 엄청난 속력으로 급강하를 하기 시작했다. 가히 경이롭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하고 싶었다.
모든 이들은 넋이 나간 체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수천 개의 나뭇잎이 순식간에 떨어져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더욱이나 놀라운 것은 그 잎들은 지면에는 전혀 닿지 않은 채 허공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강한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았던 장문인들 마저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건... 허공섭물은 아니다... ”
기를 이용하여 물체를 움직이는 허공섭물의 경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놀라웠다. 그것들 하나하나는 서로 생명을 가진 것과도 같이 자신의 비행을 즐기고 있었고, 자신들만의 날개를 펴고 있었고, 아름다운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그 나뭇잎들 사이로 소녀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허공답보라는 무공의 경지가 아니고 허공풍려라 불리워지는 선인의 경지로 치닷고 있었으나 그렇게 보기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리라. 이미 모든 이들의 눈에는 그 소녀는 선인조차도 아니었으니.
2.
“ 말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말해주세요... 당신들의 눈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죠? 나의 눈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나요... 그럼 대체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 건가요? ”
지금까지 한마디의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던 소녀가 말한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하여 하늘에 띄워진 꿈의 구름조차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 것만 같았다.
“ 말해보세요... ”
모든 이들은 체면에 걸린 것만 같았다. 꼭 죽을 때나 들을 것만 같은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혹여 하늘인이 내려와서 그들을 심문하는 것은 아닐까.
용기가 있는 것인지 혼이 빠져 버린 것인지 대체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오른쪽에 위치한 장문인이 말하였다.
“ 우린, 당신을 바라보고 있소! ”
3.
그야말로 황망하기까지 한 대답이리라. 저자는 평생 생각이라는 걸 해보면서 대답을 하는 것인가? 그러나 소녀는 전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땅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더니만 한 쪽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순간 소녀는 그 손을 꽉 지었다.
허공에서 가만스레 둥둥 떠있던 나뭇잎들이 엄청난 속력으로 날기 시작했다. 그 속력은 처음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보다도 배는 더 빠르리라.
4.
나뭇잎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람의 노래. 거칠은 푸르름의 노래였다. 쉬임없이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으므로 그 끝이 어디인지 짐작하기 불가능 하였다.
바람을 타고 그들의 울음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바람을 타고 그들의 놀라움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바람을 타고 그들의 잊혀진 기쁨이 타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바람을 타고, 그들은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끊임없이 바람을 탔다.
5.
소녀는 걸음을 옮기었다. 이미 돌에서 눈길은 돌렸다. 가야할 걸음이 멀을지 안 멀을지도 알지 못하는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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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 ;; 코멘 좀 줘요~~ ;;;
재미 없는 것은 인정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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